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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 다르게 살고 싶다면, 의지력을 믿지 마세요.
아침 일찍 일어나서 운동을 하기로 마음 먹고 매일 새벽 2시에 잠든다면? 다이어트를 하기로 마음 먹어놓고, 매일 맛집에서 저녁 약속을 잡는다면? 아무리 의지력이 강한 사람도 하기 힘들어요. 우리의 의지력은 생각보다 약해요. 의지력보다 훨씬 더 중요한 건 나를 둘러싼 환경과 조건의 힘을 믿는 거예요. 오늘 레터에서 알아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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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미 고민 상담소
유학을 가고 싶은데 충동적인 결정일까 고민되는 흰동가리의 고민
흰동가리의 고민
유학을 가고 싶은데 충동적인 결정일까 걱정돼요.
어릴 때부터 만화 캐릭터나 낙서 그리기를 좋아했고 종종 귀여운 느낌의 간단한 그림을 그려 엽서, 스티커, 폰 케이스 등을 주문 제작 해서 친구들한테 나눠주는 것으로 소소하게 그림을 그려왔어요. 미술을 전공하지 않았지만 유럽으로 미대 석사 유학을 가고 싶다는 생각이 막연하게 들어서 도전을 할까 생각 하다가도 자꾸 무섭다는 생각에 가로막힙니다.
저는 이제 곧 26살이 되는데요. 저보다 나이가 더 많은 분들도 유학을 도전하시기에 제가 나이 강박을 운운하기엔 부끄럽긴 합니다. 그렇지만 한국에서의 대학원 석사과정을 1년 이상 겪고 논문 준비 학기 직전에 자퇴한 경험이 있어서인지 언어도 새로 배워야 하고 시간과 비용이 생각 이상으로 많이 드는 유학이란 결정도 결국 끝이 자퇴에 결과 없이 한국으로 돌아가게 되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이 너무 크게 듭니다. 대학원을 자퇴한 주요한 이유도 돈 문제였어서 지금 돈 벌어야 하는 시기 아닌가? 라는 생각도 계속 들고요.
우울증으로 약물치료를 계속 받고 있긴 해도 불안해지면 충동적 사고와 행동(예를 들면 필요하다고 생각한 몇십만 원짜리 온라인 클래스를 수강 신청했다가 하루이틀 만에 다시 수강취소 및 환불 신청을 하는 등...)을 하는 편이라서 제가 유학을 떠올린 것마저 충동적이고 우발적인 사고와 행동이 아닐까, 라는 걱정도 계속 듭니다. 나름 열심히 대학원 과정을 따라가려 노력했다 생각했는데 공부도 하지 못하겠고 글 하나 제대로 못 써서 괴로워한 기억이 커서인지 어떤 날은 이젠 아르바이트조차도 아무것도 지원하지 못하겠다고 느낄 정도로 무서움이 커졌어요. 하고 싶은 게 분야가 달라도 결국 돈을 내며 전업 학생으로 배우는 거라 그림을 제대로 그리고 배우고 싶다는 생각과 새로운 곳에 가서 새로운 걸 도전하는 게 너무 무섭다는 생각이 동시에 들어서 힘들어요. 저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밑미 메이트 강원의 답변
벗어나고, 포기하고, 뒤집고, 거스르는 일이 나를 보호한다는 걸 배웠습니다.
안녕하세요, 흰동가리 님. 저는 20대 동안 국제이사를 4번 했습니다. 대체로 저의 주체적인 선택이었지만, 제 의지와는 상관없이 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거처를 옮긴 적도 있었어요. 돌아보면 지금은 가보기 어려운 곳에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았지만, 익숙하고 정든 곳을 떠나, 언어도 환경도 다른 곳에 매번 적응하는 건 엄청난 에너지가 드는 일이었습니다. 적응해서 잘 지내다가도 어느 날에는 외로움이 밀려와 마음이 고꾸라지기도 했어요.
흰동가리 님의 편지를 읽으면서, 중요한 결정 앞에 놓여있던 그 시절의 저를 잠시 돌아볼 수 있었어요. 고심 끝에 결정을 내린 뒤에도 불안이 밀려오는 통에 더는 돌아갈 길은 없어! 라고 저 자신을 매정하게 다그치던 날도 있었고, 시간이 한참 흐른 뒤에도 그때 내가 잘못된 선택을 한 건 아닐까? 하고 후회하던 저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시에 치열하게 고민했던 결정의 순간들이 이제는 아득하게 느껴져요. 그땐 심혈을 기울여 선택했지만, 솔직히 그 길이 아니라 다른 길이었어도 괜찮았을 겁니다. (이걸 쓰는 동안 어린 시절의 제가 갑자기 나타나 속 편한 소리하고 있네 라고 대꾸할 것 같지만 ) 아마도 세월 덕분에 편리하게 거리 두기가 가능하니 이제야 할 수 있는 소리일지도 모르죠.
내가 살아보니 이렇더라 는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닙니다. 제 이야기가 유경험자/다경험자의 조언으로 닿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설령 조언이라고 해도, 사람마다 각자의 맥락과 환경이 다르니, 그 누구도 아닌, 과거의 저에게만 유효할 수 있겠네요. (과거의 저는 거부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
지금의 저라도 흰동가리 님과 같은 상황이라면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을 거예요. 선택이라는 건 왜 이렇게 매번 할 때마다 처음 하는 것 같을까요? 하
일단 한 가지 확실한 건 충동적인 결정은 아닙니다. 보내준 편지 속에 오래 고민해 온 흰동가리 님의 모습을 봤습니다. 유학 이라는 결정을 두고 오만가지 생각이 엉켜서 싸우고 있는데, 흥미로운 건, 될 이유는 어떻게든 작게 만들고, 안될 이유는 크게 부풀리게 되는 것 같아요. 어릴 때부터 좋아한 그림은 그냥 , 소소하게 그려온 것이고, 그림을 배우러 유학 가는 일은, 이전 대학원 자퇴 경험처럼 졸업장 같은 결과물 없이 끝날 수 있고, 불안 때문에 생긴 충동적이고 우발적인 결정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 하지만 이 와중에 저의 시선을 끌었던 건, 그림을 제대로 그리고 배우고 싶은 흰동가리 님의 아주 오랜, 그리고 꾸준한 마음이었어요. 안될 이유가 이렇게나 차고 넘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고 싶은 마음을 어쩔 줄 몰라 힘든 상태. 이것보다 더 진심인 마음이 있을까 싶었어요.
저도 대학원 졸업을 코앞에 두고 마지막 수업을 중도 포기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우울증이 가장 심했을 때였어요. 내가 좋아하던 것은 물론이고 어떤 것도 하지 못하겠다, 느꼈던 매일이었어요. 아침에 일어나는 일조차 힘겨웠습니다. 제가 유일하게 해냈던 한가지는, 무언가 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벗어나는 일이었어요. 저는 담당 교수님께 연락을 드리고 대학원 졸업을 포기했습니다. 당시에 큰 실패라고 느껴 자책했지만 그 와중에도 결정을 내리고 나니 삶이 좀 가벼워졌다고 느꼈던 걸 기억합니다. 이제는 그때의 제가 참 고맙습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까지 간 나를, 무언가 해야만 하는 상황에 내팽겨두지 않았던 그때의 제가 대견합니다. 살고 싶지 않을 만큼 모든 걸 소진한 상태에서도 그만둘 힘을 내어주었으니까요. 벗어나고, 포기하고, 뒤집고, 거스르는 일이 나를 가장 깊숙이 보호하고 돌보는 일이라는 걸 배웠습니다.
흰동가리 님의 대학원 자퇴경험을 읽으면서 기억 한쪽에 비켜둔 제 이야기가 떠올라버렸네요... 오늘따라 편지가 구구절절하지만, 꼭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무슨 이유가 되었건, 대학원을 자퇴한 일도, 멈춤을 결정하는 일도, 힘이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습니다. 흰동가리 님은 그런 힘이 있는 사람이었네요.
현 상태를 유지하는 게 가장 쉽고 편하지요. 변화를 원할 때는 결정을 내려야 하고, 결정에는 생각과 판단이 따릅니다. 거실에서 일어나 집 앞 편의점에 가는 데에는 큰 고민이 필요 없지만, 살던 집을 정리하고 외국으로 거처를 옮기는 일은 수없이 많은 판단을 해야 합니다. 유학이 무섭게 느껴지는 건, 흰동가리 님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그 선택이 정말로 많은 결정을 요구하는 선택이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이 질문을 같이 고민해보고 싶어요. 돈을 내며 전업 학생으로 꼭 배워야 할까? 편지 속에는 이미 그림을 그리고, 굿즈로 만들어 나누고, 친구들이 그걸 좋아해 주는 경험이 소중한 사람이 있습니다. 어쩌면 흰동가리 님이 원하는 게 반드시 배워야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닐 수도 있어요. 우리가 새로운 곳을 꿈꾸게 되는 이유는 어딘가에 더 나은 현실이 있을 거라는 믿음 때문이기도 하잖아요. 어쩌면 그 믿음은 장소를 옮기지 않아도, 아주 작은 형태로 지금의 자리에서도 구현 가능한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흰동가리 님. 유학을 가도 괜찮고, 가지 않아도 괜찮아요. 결정을 미뤄도 괜찮고, 마음이 바뀌어도 괜찮고요. 이 모든 선택 앞에서 최선의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인, 나 스스로 다그치는 일만은 안 괜찮습니다. 이미 충분히 많은 고민을 하는 자신을, 무섭고 걱정되는 마음에 힘들어하는 나를 천천히 돌봐주면서 조금 덜 무서운 한 걸음을 찾아낼 수 있으면 좋겠네요. 저의 구구절절한 답장이 복잡한 마음에 아주 작은 실마리가 되기를 바라며, 이만 답장을 줄일게요. 삶을 나누어주어서 고맙습니다.
지금 고민이 있으시면 익명으로 밑미 고민상담소에 고민을 보내주세요. 밑미 메이트의 답변을 보내드립니다.

5분 리추얼 타임
삶의 변화를 위해 바꿀 수 있는 조건 세 가지 적어보기
삶의 변화를 위해 바꿀 수 있는 조건 세 가지 적어보기
이번 주에는 지금 나에게 가장 필요한 변화 한 가지를 선택해 보세요. 운동, 독서, 일찍 일어나기, 건강한 식사 등 무엇이든 좋아요. 중요한 건 딱 한 가지만 선택하는 거예요. 그리고 그 변화를 위해 바꿀 수 있는 조건 세 가지를 구체적으로 적어봐요. "의지력을 가지고 열심히 하자"가 아니라, "침대 옆에 운동복 두기"처럼 실제로 실행 가능한 구체적인 조건을 만드는 거예요. 의지력으로 버티는 대신, 조건이 나를 이끌게 하는 거죠. 작은 조건 세 가지만 바꿔도 행동은 놀랍도록 달라질 수 있다는 걸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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