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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자잘한 재미를 챙기고 있나요?
삶을 잘 지키기 위해 일상의 재미를 잃지 않는 슝슝의 인터뷰
5분 리추얼 타임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 찾고 시도해 보기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 찾고 시도해 보기
행복은 크기보다는 빈도라는 말도 있어요. 커다란 한 방 행복을 찾기보다는 작지만 소소한 행복을 자주 쌓아가는 게 우리 삶에 훨씬 큰 만족을 가져다준다는 거죠.
이번 주에는 일상의 자잘하고 소소한 즐거움을 찾아봐요. 산책을 하고, 마음에 드는 책을 읽고, 좋아하는 골목을 걷고, 좋아하는 디저트를 먹고, 좋아하는 팟캐스트를 듣는 것처럼 언제나 나를 즐겁게 해줄 수 있는 작은 것들이면 충분해요. 일상의 작은 즐거움은 삶에서 마주할 수밖에 없는 크고 작은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데 든든한 힘이 되어 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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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미 고민 상담소
희귀난치병과 함께 어떻게 살아갈지 걱정되는 쩝의 고민
쩝의 고민
희귀질환 환자인 저, 어떻게 살아가면 좋을까요?
희귀난치병 환자입니다. 보통 난치병, 희귀병이라고 했을 때 쉽게 연상되는 '병상에 누운 환자'는 아니고 어느 정도 일상생활이 가능한, 그렇지만 일반인들보단 '편하게 누릴 수 있는 일상'의 영역이 확실히 좁은 사람입니다.
십 대 후반부터 병의 증상이 있었는데 나이가 어린 탓에 오진을 많이 받았습니다. 아픈 채로 오래 방치해버린 셈이죠. 그렇게 악화된 상태로 스물 중반에 갑작스런 수술을 받게 되었고, 후유증과 합병증 증상, 아파서 날려버린 지난 세월과 현실에 대한 우울감으로 이후 몇 년 더 고생했습니다.
그렇게 서른이 된 지금, 예전에 비해선 확실히 그 통증과 빈도수가 적어졌지만 여전히 염증 반응이 있을 땐 자리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 고통입니다. 갑작스런 배변 욕구 탓에 화장실을 급하게 자주 가야 하는 것도 민망하고 어렵고요. 더욱 힘든 것은 돌발적인 병증이 없을 때는 무난하게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에요. 보통의 일반인들과는 스타트라인이 다르고, 가지고 있는 기본 체력과 능률이 다른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야 하는데 쉽지 않습니다.
겉모습으로는 멀쩡한 것처럼 보이거든요. 다들 힘들게 사는 현실에서 저 혼자 병을 핑계로 엄살 피운다는 기분이 들어 자책하게 됩니다. 십 대 후반부터 오래 아파왔기에 또래들에 비해 공부에 투자도 못 했고, 직무 경험이랄 것도 없어서 더 그런 것 같아요. 공부를 다시 해보려 해도 통증 탓에 오래 앉아 있기 어려울 때면 의지가 상실됩니다. 취직을 해보려고 해도 이십 대를 다 아픈 시기로 넘겨버렸기에 그 공백을 설명할 길이 없습니다. 회사 측에서 간헐적으로 아픈 사람을 굳이 채용하고 싶지 않아 하는 것은 또 당연한 일이었고요.
건강했던 십 대 중반까지는 하고 싶은 일도 많았고, 도전하고 싶은 분야도 많았는데 지금은 "안 아프게 잘할 수 있을까? 스트레스받아서 병증만 더 심해지는 건 아닐까? 누가 환자인 나를 써줄까?" 같은 고민이 앞섭니다. 질환 환자는 어떻게 살아가면 좋을까요?
심리 카운슬러 슝슝 님의 답변
할 수 없는 일을 바라보며 아쉬워하기보다는,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첫걸음을 내딛어 보세요.
쩝, 안녕하세요. 쩝 이라는 별칭의 어감이 독특해 검색해 보니 입맛을 다시는 소리. 또는 그 모양. 말하기가 모호하거나 할 말이 없을 때 쓰이는 말 이라고 나오네요. 십 대 후반부터 십여 년이 넘게 병으로 인한 제한 속에서 타인에게 쉬이 이해받기도 어려운 삶을 살아온 쩝에게 제가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요. 하지만 쩝 이라고 반응하기보다 활짝 환영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이렇게 고민상담소에서 글로 만나게 되어 기쁘고 반갑습니다. 잘 왔어요. 이 답변글을 받아 읽고 있다면 어디에 있든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잠시 따듯한 차 한 잔을 내려 들고 앉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두 손으로 온기를 느끼며 가능하면 눈을 감고 천천히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어 보세요. 한 번, 두 번, 세 번, 네 번 차의 온기가 손바닥을 통해 몸으로 마음으로 스며들 수 있도록요.
이렇게 쓰고 나니 좀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쩝과 마주 앉아 듣고 싶은 쩝의 순간들이 많아요. 어디서 어떤 아기로 태어났는지, 보호자들에게서 어떻게 사랑받았는지, 얼마나 개구지고 말썽쟁이 아이였는지부터요.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를 다니며 친구들, 선생님들 사이에서는 어떤 어린이였는지, 하고 싶은 일들은 뭐였는지, 어떤 분야에 도전하고 싶었는지도요. 그렇게 쩝이 병을 만나기 이전의 십오 년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그 후 병과 함께한 십오 년도 하나하나 들으면 좋겠다 싶고요. 주말 동안 집에만 있었어. 말하는 친구에게 집에서 뭐 했는데? 물어보듯 병과 같이 살면서 쩝이 어떤 사람들을 만나고, 어떤 책과 영화, 여행 등을 경험했는지, 집에서 학교에서 병원에서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도 듣고 싶어요. 아마 며칠 밤을 새도 다 못 듣겠지만요. 어때요? 쩝도 할 말이 엄청 엄청 많을 것 같지 않나요? 누군가에게 말하기가 어렵다면 내 삶의 회고를 돕는 회고 책들을 이용하거나, 간단하게 인생그래프 를 그려보거나, 밑미의 인생숲 키트로 쩝이 어떤 나무로 어떤 숲을 이루며 살아왔는지 조금 더 알아볼 수 있겠지요. 공공기관이나 사설상담센터에서 심리검사와 상담을 해봐도 깊이 있는 자기 이해가 가능합니다.
혹시 쩝은 반복적으로 짧게 자신의 상태와 상황을 설명하며 양해를 구하기에 지쳐있을 것 같기도 하지만 안전하고 다정한 분위기에서 충분한 시간 동안 내 삶의 역사를 말할 기회가 있었을까요? 어쩌면 우리는 내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 하고 또 하는 과정을 통해 상대방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 이해받고 공감받는 것 같아요. 아, 그때 내 마음이 그랬구나. 지금 내 감정이 그렇구나. 하고요. 쩝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면 좋을까 고민하기에 앞서서, 자신을 희귀난치병 환자라는 납작한 정의가 아닌 나만의 고유한 서사가 있는 입체적인 존재로 섬세하게 이해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길 바라요. 그 서사 안에 병도 있겠지만, 병으로 쩝의 삶 전부를 설명할 수 없으니까요. 그다음이 희귀난치병과 함께 살면서 내가 해볼 수 있는 건 어떤 걸까 적극적으로 알아볼 차례겠지요.
저는 장애인 표준사업장의 심리상담사예요. 이백여 명의 다양한 장애인과 함께 일하고 있지요. 그중에서도 희귀난치병으로 장애등급을 받고 일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쩝은 등록장애인일까요? 고민글만 봐서는 알 수 없지만, 장애인이라면 장애인고용공단을 통한 취업 등 국가가 지원하는 부분들을 적극적으로 탐색해 보길 권합니다. 삶의 모양이 다양하듯, 세상에는 아주 다채로운 일의 영역들이 있습니다. 일하는 쩝 또한 쩝의 일부일 뿐이고요. 꼭 고강도의 노동을 긴 시간 하지 않아도 됩니다. 멀리서 보면 직장인은 9시까지 사무실로 출근하여 컴퓨터 앞에서 저녁 6시까지 일하는 주 40시간 사무직 아니면 자영업자 같지만, 사실은 훨씬 다양한 직무와 근무 형태가 있습니다. 유튜브나 인터넷 기사들을 보면 진짜 좋아하고 아주 잘하는 일로 크게 성공한 사람들이 많은 것 같지만, 사실은 평범한 능력과 꽤나 아쉬운 수입으로 자신만의 즐거움을 추구하며 사는 사람들이 태반이고요. 그러니 쩝이 할 수 없는 일을 바라보며 아쉬워하기보다는 지금의 쩝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첫걸음을 내딛어 보길 권합니다. 늘 시작하기 전이 제일 불안합니다. 일단 움직이면 아주 작은 시작이 점점 커질 수도 있는 일이고, 무리해서 규모를 키우는 것보다 작은 삶 속에서 소소한 재미와 의미를 추구하는 것이 쩝님에게 맞는 생활 방식일 수도 있어요. 저는 후자입니다. 해외여행보다 동네 마실이 좋은,
질환으로 인해 쩝이 감당해야 하는 신체적 통증과 심리적 고통은 정말 쩝만이 알겠지요. 함께 일하는 분들을 보면 자신의 변화를 섬세하게 관찰하고 안정적으로 관리할수록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만족스럽게 누리는 것 같아요. 이는 질환이나 장애가 없는 사람도 마찬가지겠지요. 쩝이 원하는 게 질환이 없는 사람들과의 경쟁에서 이기는 것이라면 고통을 감내하고 노력에 노력을 더하는 수밖에 없겠지요. 그렇게 성공 신화를 쓰는 사람도 간혹 있고요. 하지만 그 길 외에도 좋은 삶을 위한 선택지들은 분명 있습니다. 친인척, 친구들, SNS 속의 사람들은 그들의 길을 갈 겁니다. 저는 저의 길을, 쩝은 쩝의 길을 가면 됩니다. 저마다의 삶마다 다른 모양의 고통과 기쁨이 있을 거예요. 용기를 내어 그 둘 모두를 만나러 나서길 바랍니다. 언젠가 다시 만나 서로의 삶에 대해 이야기 나눌 수 있으면 좋겠네요. 응원을 보냅니다.
지금 고민이 있으시면 익명으로 밑미 고민상담소에 고민을 보내주세요. 카운슬러의 답변을 보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