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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것만 하며 살고 싶나요?
내가 하는 것을 좋아하는 힘, 더 나아가서 삶 전체를 긍정하는 힘

5분 리추얼 타임
지금 내가 하는 일의 좋은 점 적어보기
지금 내가 하는 일의 좋은 점 적어보기
좋아하는 일을 찾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건 내가 하는 일을 좋아하는 마음을 기르는 거예요. 이번 주에는 지금 내가 하는 일에서 좋은 점이나 의미 있는 부분을 찾아 적어봐요. 아주 사소하고 작은 것이라도 괜찮아요. 내가 싫어하고 힘들어하는 일에서도 분명 배우고 있는 것, 성장하는 부분, 감사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거예요. 내가 하는 일의 좋은 점을 발견하는 연습을 통해 삶을 긍정하고, 내 행복의 주체가 내가 되는 힘을 기를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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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미 고민 상담소
적성에 맞지 않는 공부와 일 때문에 힘든 먕먕의 고민
먕먕의 고민
적성에 맞지 않은 공부와 일을 해야하는 게 괴로워요.
중학교 때부터 춤에 관심이 많아서 예고를 가고 싶었어요. 부모님의 반대와 가정 형편 때문에 가지는 못했어요. 그래도 취미로써 춤을 즐기며 대학 시절을 잘 버텨왔답니다. 그러다가 올해부터 대학원에 진학을 했는데요. 취업을 목적으로 대학원 생활을 견디려니 쉽지 않았어요. 적성에 맞지 않는데, 주변에 이끌려서 고른 전공이라 더 그런가봐요. 이제는 지쳐서 집만 오면 잠만 자요. 춤을 추려다가도 '이걸 해서 뭐하나?' 싶어요. 사는 재미를 잃은 기분이에요. 자꾸만 누워있으니, '이 전공으로 내가 무얼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들도 깊어져요. 같은 고민, 같은 시절을 겪었던 분들이 있는지. 어떻게 극복했는지 궁금해요.
밑미 메이트 두두의 답변
의미 없고 재미없다고 생각했던 시간들이 내 삶에 꼭 필요한 경험일 수도 있더라고요.
먕먕님, 안녕하세요. 먕먕님의 고민을 읽으며 처음엔 나 역시 아직 과정 중에 있는데 답할 자격이 충분한지 돌아보게 되었어요. 그런데 지난 20대 때 겪었던 10여 년의 방황을 지나 30대를 지난 지금 되돌아보니 흩뿌려진 구슬처럼 보이던 경험들이 이제 서서히 목걸이로 한알 한알 꿰어가고 있더라고요. 한 개의 정답만이 답이 아니며, 각자의 과정속에서 겪는 고유한 경험들이 나만의 답을 켜켜이 쌓아 올리는 것 같아요. 먕먕님께서 하시는 고민과 완전히 똑같다고 할 수는 없지만, 닮아 있기도 한 시절을 겪었기에 먕먕님에게 꼭 이야기를 남기고 싶었어요. 나도 그랬는데! 무척 공감이 가. 근데 지금까지 잘해왔어. 고민될 땐 이렇게 해보면 어때? 라고요. 반 발자국 앞서가다 언제 또 한 걸음 뒤로 와서 뒤쫓아 오며 걸을지도 모르는 친구의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읽어주세요.
먕먕님에게 춤이 있듯이 전 중학생 때부터 사진을 좋아했어요. 하지만 외국어도 좋아해서 영어와 인문학을 전공했고 좋아하는 사진은 취미인 듯 아닌 듯 함께 했어요. 대학 가서도 포토그래피 수업을 듣고, 암실 가서 찍은 흑백 사진을 인화하는 과정이 큰 즐거움이었어요. 좋아하니까 자연스럽게 마음이 갔고, 이런 마음이라면 당연히 졸업 후 사진작가로서 일하게 될 줄 알았어요.
하지만 직업인으로서 예술을 택하기에 충돌하는 가치들이 있어서 매우 혼란스러웠어요. 내 안의 창조성을 표현하는 예술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좋았지만, 시도했을 때 스스로 자꾸 비교하게 되고, 좋아하는 걸 하려거든 어떻게든 먹고 살 궁리를 해야 하는데 어떻게 할지 모르니 고민이 되더라고요. 앞날을 헤쳐나갈 용기와 힘이 부족했던 거죠. 부모님께서도 예술가는 돈 못 벌어 라는 기조가 깔려 있으셨고요.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가질 수 없을 것 같아 위축되는 마음과 동시에 안정적이고 주변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직업을 갖는 게 맞는 건지 이쪽저쪽을 저울질했죠.
그래서 중간에서 타협해서 좋아하는 일과 취업의 교차점에서 밥 벌어 먹고 살 수 있는 전문대학원을 갔어요. 다행히 취업에 성공해서 사회생활을 해보니 공부로서만 접하던 세계와 또 다른 현실을 마주하기도 했어요. 회사에서 일하면 월급 외에도 안정감, 소속감과 동료애, 협업, 일의 감각 같은 부가가치를 얻게 된다는 것 또한 새롭게 익히게 되어서 만족스러웠죠.
주어진 것에 감사하며 지내던 2년 차도 잠시, 다시 하고 싶었던 사진과 글, 책 쓰기처럼 잠재워지지 않았던 욕망들이 끓어 올라왔어요. 결국 3년 반이 지난 시점인 재작년에 퇴사하여 스스로에게 1년이라는 기한을 주고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여러 기회들을 전전했어요. 그 과정에서 좋아하는 것의 단서를 쫓다니다 보니 제가 닮고 싶은 사람들이 많은 곳으로 저를 이끌었고, 좋아하는 만들기 와 책 을 가볍게 할 수 있는 수단이자 책등 없는 독립 출판물의 형태인 zine(진)을 알게 됐어요. 종이 한 장과 펜, 그리고 콜라주 할 수 있는 사진으로 나만의 책을 만들 수 있었죠.
결과적으로 작년부터 다시 (다른 분야의) 회사로 돌아갔지만, 좋아하는 일을 찾아 헤매던 1년여의 시간이 헛되지 않았어요. 열정적으로 좋아하는 것에 임하는 모습을 알리게 되어 아예 새로운 분야의 회사를 다닐 기회도 찾아왔기 때문이에요. 지금은 퇴근 후에 zine진 만드는 동료들과 삼삼오오 모여 회의하고 우리들만의 작당모의를 꾸려가요.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아도 자유롭게, 주말엔 품이 들어도 부산에, 제주도에 내려가서 독립 출판물을 북페어에서 선보이고 하고 싶은 일을 해요. 절대 혼자서는 할 수 없을 것 같던 일들도 마음이 맞는 창작 동료들과 같이하면서 더욱 힘을 내고요. 결국 돌고 돌고 돌아서는 좋아하는 일은 본업이 아니어도 겸해서 있는 저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어요.
이 과정을 통해 제가 배운 가장 큰 사실은 좋아하는 일은 꼭 연결된 직업만 으로 삼지 않아도 충분히 삶에서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살 수 있다는 사실이었어요. 당신이 사랑하는 일을 찾아야 합니다. 스티브 잡스가 2005년 미국 스탠퍼드 대학 졸업식 축사에서 했던 유명한 말이지요. 하지만, 이 신념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고 내 삶의 불꽃이 사그라든다면 이건 현재 단계에서 맞는 조언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반드시 그래야만 하는 것은 없더라고요. 좋아하는 것을 업으로 선택해 왔다면 그것은 그 사람의 답이고, 좋아하는 것을 업으로 선택하지 않아도 삶은 여전히 굴러가고 그 안에도 행복과 만족이 있고 기쁨이 있을 수 있더라고요. 과거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무언가에서 새로운 가능성과 기쁨을 찾을 수도 있는 거고, 현재 꾸준히 하고 있는 것이 있다면 현재의 선택이 모여서 미래에 예상치 못한 기회로도 연결될 수도 있겠죠.
먕먕님은 지금 좋아하는 걸 직업으로 해야 한다는 마음이 너무 커져서 힘든 마음이 커지신 것 같기도 해요. 좋아하는 걸 일로 하고 싶은데 춤을 직업으로 하자니 처하신 상황과 매우 다르고 필연적인 이유로 인해 대학원을 다니고 있는데 적성에 안 맞는 것 같고요. 우리는 내가 원하지 않는 일을 해야 할 때에는 그 시간이 모두 의미 없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저 역시 그랬고요. 그런데 의미 없고 재미없다고 생각했던 시간들이 좀 더 긴 연장선상에 바라보면 내 삶에 꼭 필요한 경험인 경우가 많더라고요. 뻔해 보이지만 현실적인 길과 좋아하는 일을 하는 이상적인 길 사이에서 숱하게 고민하고 있는 이 터널 같은 시기가 먕먕님에게 큰 자산이 되어줄 거라 믿어요. 저 역시 그 긴 터널 같은 시기가 있었던 덕분에 제게 주어진 것만 해왔다면 올 수 없는 지금 회사에 올 수 있었고,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거든요. 한편으로 만약 직업 예술인으로서 작업만 했다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도 고통스러움에 몸부림쳤을 수도 있는데 지금은 내 개성을 소중히 여기며 재미있게 작업을 할 수 있게 됐어요.
정리해 보자면 먕먕님께서 해온 모든 선택들이 먕먕님만의 답에 가까워지고 있는 발걸음임을 되돌아봐 주세요. 대학원 생활이 힘들고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해서 이 시간이 완전히 무의미한 것은 아니에요. 지금 배우고 있는 것들이 훗날 춤이나 다른 분야와 연결될 수 있는 의외의 지점들이 있을 수 있어요. 또한 이 힘든 시기를 견뎌내는 것 자체가 먕먕님의 성장에 도움이 될 수도 있고요.
그리고 스스로에게 자주 물어봐 주세요. 먕먕님이 좋아하는 일들은 왜 좋아하시나요? 모든 게 재미가 없어지는 시점이라면 스스로를 들들 볶지 않고 자연스레 지나가게 놔둬 주세요. 자신에게 중요한 것은 계속해서 되돌아오게 되어 있어요. 조금이라도 이 시기를 극복하고 싶은 힘이 생겼다면, 좋아하는 것과 그걸 같이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나를 데려다 놔주세요. 함께 하는 사람들의 에너지를 받고 먕먕님만의 답의 힌트를 계속해서 찾아주세요.
한 가지 확실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건, 지금은 터널 속에 있는 것 같아 출구가 보이지 않을 수 있지만, 이 시간도 분명히 지나갈 거라는 거예요. 천천히, 하나씩 먕먕만의 길을 찾아가기를 응원할게요.
지금 고민이 있으시면 익명으로 밑미 고민상담소에 고민을 보내주세요. 카운슬러의 답변을 보내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