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후 새로운 사랑을 할 수 있을까 걱정되는 쿠키의 고민

쿠키의 고민
“새로운 사랑을 할 수 있을까요?”
저는 스무 살 때 만난 첫 남자친구랑 최근까지 약 3~4년을 만났어요. 그 친구는 평소에 저에게 아쉬운 소리를 하기 싫다며 서운한 점이나 고쳐줬으면 좋겠는 점에 대해서 한 번도 이야기한 적이 없어요 저는 속상한 일이 있을 땐 바로바로 이야기하고 푸는 편이라 그 점이 참 답답하기도 했습니다 몇 번의 헤어짐은 그렇게 자신의 마음을 참던 남자친구가 참지 못하고 말하는 이별들이었습니다. 저는 한 번도 그 친구를 잡지 않았던 적이 없었고 그 친구는 늘 잡혀주었습니다. 남자친구를 많이 좋아하기도 했지만 또 그 친구를 가장 친한 친구, 우리 가족이라고도 여겼기 때문에 사람을 잃는다는 게 무서웠던 것 같아요. 그 와중에 저는 제가 이러한 관성 때문에 평생 그 친구만 좋아하면 어떡하지? 라는 불안함이 있었습니다. 최근에 그 연애가 완전히 끝났어요. 그 친구의 전역과 동시에 제가 타지에서 살게 되면서 롱디를 이어서 하게 되었는데 그 한 달 만에 마음이 예전 같지 않다고 하더라구요. 저는 우리 연애가 특별하다고 믿었지만 서로에게 소모된 감정과 에너지가 지금까지 충분했다고 생각하여 이번에는 이별을 받아들였습니다. 나름 저를 잘 돌보고 있는데 서운하기도, 허무하기도 하네요. 무엇보다 일주일에 6번 정도 꿈에 나와요. 일어나면 그 친구 이름부터 떠오릅니다. 지난번 몇 달 동안 헤어졌을 때도 그 친구를 정리하지 못한 적이 있어 시간이 약이라는 말을 믿지 않는데 정말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까요? 제가 언젠가는 새로운 사랑을 할 용기가 생길까요?

심리 카운슬러 슝슝 님의 답변
“천천히 시간을 들여 첫사랑을 잘 보내주세요.”
쿠키, 반갑습니다. 첫 애인과 4년 간의 우여곡절이 많은 연애가 최근에 끝났네요. 먼저 위로의 말을 전합니다. 쿠키가 지금 느끼고 있는 슬픔, 허탈함, 그리움, 서운함, 분노 혹은 미안함, 아쉬움과 같은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감정, 생각들은 모두 정당합니다. ‘정당하다’의 뜻 그대로 그럴 만하고, 올바르고 마땅합니다. 그만큼 이십 대 들어 맞이한 새로운 세상을 함께 탐험하고 서로 의지하며 사랑하고 사랑받았을 테니까요. 그만큼 깊이 상처도 주고받고 서로가 없어진 빈자리도 클 수밖에 없습니다. 아마도 평생 남을 흔적을 서로에게 남겼으니까요.
그러니 꿈에서도, 깨어나서도, 문득문득 떠오를 때도 가능하다면 끝났지만, 긴 세월 함께였던 그 사람과, 그때의 최선으로 사랑을 했던 지난 시간의 나를 가만히 바라봐 주세요. 지금보다 조금 더 어렸고 순수했던 시절의 두 사람을 추억해 주세요. 그때와 지금의 경험, 감정, 생각을 일기장에 적어도 좋고요. 그에게 보내지 않을 편지를 써도 좋고요. 그때의 나에게, 지금의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적어 봐도 좋습니다. 표현한 만큼 조금씩 내 안에서 빠져나가 그가 없는 오늘의 쿠키에게 집중할 수 있게 될 거예요. 물론 찬찬히요.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진다는 말은 어떤 일이 없던 일이 된다는 뜻이 아니라, 점점 더 가끔 떠오르고, 점점 더 정리되어 차분히 기억하게 되고, 점점 더 새로운 기억들로 과거의 기억들이 옅어진다는 뜻이에요. 물론 찬찬히 그렇게 될 거예요.
그러니 지금은 쿠키가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 만나고, 속상하고, 싸우고,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고, 답답하고, 붙잡고, 서운하고, 허무하고, 멀어졌던 그와의 이야기들을 충분히 돌아보고, 느껴보고, 적어보길 바랍니다. 일주일에 여섯 번이나 꿈에 나올 만큼 한(?)이 된 -남은 감정이 큰- 그에게 하고 싶은 말이나 듣고 싶은 말이 있다면 그것도 써보세요. 없어도 괜찮고요. 빨리 벗어나려거나, 얼른 없애려고 하지 말고요. 찬찬히 시간을 들여 지난 4년 동안의 기쁨과 슬픔, 놀라움과 어이없음을 음미하며 나의 진했던 이십 대의 첫사랑을 잘 보내주세요.
제가 ‘찬찬히’라는 말을 많이 하죠. 그만큼 오래 머물 가치가 있는 경험이라서 그래요. 내게 너무나 중요했던, 지금은 없는 것을 애도하는 일이니까요. 어쩌면 진심으로 사랑했던 서로에게 주는 마지막 선물이기도 한 것 같네요. 이별이라는 삶의 중요한 순간들 중 하나를 서로에게 알려주는 수업이고요. 그 과정 중에 새로운 사랑도 만날 거예요. 사랑과 이별에 대해 온몸과 마음으로 배우고, 더 깊어진 쿠키에게 더 성숙한 배움의 장이 열리지 않을 리가 없잖아요. 그러니 걱정하지 말고요. 지금은 끝난 사랑이 어떻게 깊어지는지, 이별이 어떻게 나를 더 자라게 단단하게 하는지 경험해 보기로 해요.
쿠키는 지금 사랑의 여정 중에 있어요. 이미 찬란하고 아름다운 사람인 쿠키의 모든 사랑을 축복합니다. 찬찬히 찬찬히 살아가길, 사랑하길 바라요.
지금 고민이 있으시면 익명으로 밑미 고민상담소에 고민을 보내주세요. 카운슬러의 답변을 보내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