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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의 마음은 어떤가요?
심리 이야기2026.08.24 · 읽는 데 5

바빠서 지친 걸까요, 척해서 지친 걸까요?

바빠서 지친 걸까요 척해서 지친 걸까요?

한창 열심히 사람들을 만나고 일하던 시절에 퇴근하고 집에 오면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힘이 쭉 빠지는 날들이 있었어요. 특별히 힘든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엄청 소진된 느낌이 들고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기력이 없었죠. 시간이 지난 후 <가짜 노동>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제가 느꼈던 소진의 이유를 알게 되었어요. 바로 나의 진실을 속인 채 끊임없이 척해야 했던 연기에 지쳤던 거였죠. 저자들은 현대 산업사회에서 화이트칼라 직장인들은 별 가치 없는 일에도 중요한 의미 부여를 해야 하고, 한가할 때도 바쁘다는 것을 보여줘야 하고, 읽히지 않을 보고서를 쓰고, 결론 없는 회의에 앉아 있느라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고 이야기해요.

사실 이건 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시스템의 문제에 더 가까워요. 회사는 실제로 얼마나 일했는지보다는 얼마나 일을 한 것처럼 보이는지에 따라 평가하고 성과를 지급하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거든요. 이 구조 안에서 척하지 않는 사람은 손해를 봐요. 그리고 이 구조는 회사 안 뿐 아니라 회사 밖에서도 똑같이, 어쩌면 더 강렬하게 작동해요. 보이는 것으로 평가받는 SNS, 성과를 부풀려야 통과되는 이력서, 과장된 리뷰들로 돌아가는 시장까지, 좀 더 과장하고 척하지 않으면 홀로 뒤처지는 것 같은 사회 시스템 속에서 나 홀로 완벽한 진실성을 유지하기란 정말 쉽지 않죠.

점점 쌓여가는 내면의 불일치

괜찮지 않은데 괜찮다고 한 대답, 별로였는데 좋았다고 한 말, 이력서에 넣은 조금 과장된 경력 몇 줄, 서비스를 받으려고 누른 별 다섯 개까지. 우리가 무심코 하는 행동 하나하나는 사실 정말 별것 아닌 것들이에요. 그런데 그 아무것도 아닌 것들을 하나씩 할 때마다 우리는 나의 진실을 아주 조금씩 내어주고 있어요. 그렇게 작은 것들이 매일 조금씩 수년간 쌓이다 보면 어느 순간 우리는 내면의 불일치를 느끼게 돼요. <가짜 노동>의 저자들이 만난 사람들이 공허함과 무기력, 번아웃을 호소한 것도 같은 이유였어요. 일이 많아서가 아니라, 아니라고 믿는 것을 팔아야 하고, 없는 의미를 만들어 중요하다고 이야기해야 하는 것들이 끊임없이 쌓여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영혼이 소진되고 지쳐버린 거였죠.

더 무서운 건 이 불일치가 점점 쌓이다 보면 내가 진짜로 무엇을 느끼는지 알아차리는 감각도 함께 무뎌진다는 거예요. 좋아야 하니까 좋다고 믿게 되고, 의미가 있어야 하니까 의미가 있다고 믿게 돼요. 괜찮다고 말하는 게 습관이 되니 진짜 나의 안부를 묻지 않고, 내가 뭘 원하는지도 가물가물해져요. 우리는 작은 거짓말을 선의의 거짓말, 사회생활을 위한 처세술 정도로 가볍게 소비하지만 사실 진실함을 잃어가면서 우리는 동시에 많은 것들을 잃고 있는지도 몰라요. 내가 그것을 잃어버리고 있다는 것도 모른 채 말이죠.

척하지 않아도 되는 삶의 모습

그렇다면 불일치가 없는 삶은 어떤 모습일까요? 저는 영화 <퍼펙트 데이즈>의 주인공인 히라야마의 삶에서 척하며 살지 않아도 되는 삶의 모습을 보았어요. 그는 도쿄에서 공중화장실을 청소하며 살아가는 중년 남성이에요.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 화분에 물을 주고, 캔커피를 뽑고, 화장실을 청소하고, 나무 사이로 비치는 햇빛을 사진에 담고, 책을 읽다 잠들어요. 영화를 보면서 가장 선명하게 보이는 것이 하나 있었어요. 바로 삶에 대한 정직성과 진실성이었죠.

그의 하루에는 누군가를 속이거나, 과장하거나, 척하거나, 뭔가를 억지로 팔아야 하는 일이 없어요. 화장실은 닦으면 깨끗해지고 닦지 않으면 더러운 채로 남아 있거든요. 보여주기 위해 부풀릴 것도, 의미 부여를 해야 할 것도 없는 거죠. 그의 하루는 어쩌면 너무 평범하고, 사소해 보이지만, 그의 삶에는 무언가를 보여줄 척할 필요가 없는 사람의 단단함이 있었죠. 아마도 그의 영혼은 소진되지 않았을 거예요. 별다른 사건도 없이 잔잔하게만 흘러간 영화가 감동적이었던 이유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일상에서는 히라야마처럼 자신의 진실을 그저 살아가는 사람을 보기 힘들었기 때문이었을지도 몰라요.

척을 장려하는 세상에서 진실을 지키는 법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가짜 노동>의 저자들은 무의미한 일을 무의미하다고 말하고, 바쁜 척을 멈추라고 제안해요. 좋은 말이지만 다소 개인적인 해법이기도 해요. 모두가 히라야마처럼 살 수는 없고, 가짜 노동을 거부할 수 없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 훨씬 많으니까요. 그래서 오늘은 조금 다른 질문을 던져보려 해요. 가짜 노동을 해야 하는 상황에 있더라도, 삶의 진실성을 잃지 않으려면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가장 중요한 건 내가 하는 역할과 나를 분리하는 거예요. 회사에서 의미를 부풀리는 보고서를 써야 한다면, 그건 내 역할이 요구하는 일일 뿐이지 그 역할이 곧 나는 아니라는 것을 인지하는 거예요. 역할과 나를 구분할 수 있을 때, 가짜 노동은 나를 잠식하지 못하고 내가 하는 일은 단지 내가 하는 업무로만 남을 수 있어요.

둘째, 삶에서 진짜인 것을 하나는 확보하세요. 과장할 필요도, 소셜미디어에 올릴 필요도 없는 나만의 진짜 영역이요. 하루에 단 30분이라도 속이지 않아도 되는 시간이 있다면, 그 시간이 나머지 시간을 버티게 해줄 수 있어요.

셋째, 때로는 침묵하는 연습을 해보세요. 우리가 하는 거짓의 상당수는 사실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말을 하면서 생겨요. 별로였던 식사에 "너무 맛있었어요"라고 하고, 관심 없는 이야기에 "와, 대단하네요"라고 하고, 어색한 침묵을 메우려고 마음에 없는 말을 덧붙이죠. 진실을 말하기 어려운 순간에는 거짓말을 하는 대신 침묵해보세요. 굳이 모든 사안에 대해 나의 의견을 낼 필요는 없거든요. 그러니 마음에 없는 말이 나오려는 순간, 입을 다무는 연습을 해보세요. 그것만으로도 불필요하게 하던 많은 거짓들이 사라질 수 있어요.

마지막으로 완벽한 진실성을 찾으려 하지 마세요. 그건 또 다른 방식으로 나를 괴롭히는 일이니까요. '아, 오늘은 척을 많이 한 날이구나. 그래서 이렇게 피곤하구나.' 이렇게 알아차리는 것만으로 충분해요. 진실성은 한 번도 거짓말하지 않는 완벽함이 아니라, 내가 어디에 서 있는지 계속 정직하게 바라보는 힘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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