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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의 마음은 어떤가요?
고민 상담소2024.12.08 · 읽는 데 4

무리에 끼지 못해서 속상한 리리의 고민

리리의 고민

“무리에 끼지 못하고 늘 겉돌며 사람들의 눈치를 봐요.”

생각해 보면 아주 어렸을 때부터 항상 겉돌았던 것 같아요. 학년이 시작하는 3~4월에는 그래도 괜찮은데 5월이 되면 저를 싫어하는 얘들이 생기고 저 빼고 친해져 있더라고요. 지금은 겉돌아도 제 생활에 지장이 없는 경우가 많지만, 사람과 섞일 능력이 없는 저를 마주하기도 힘들고, 완전히 치유되지 못한 어릴 때의 기억이 떠올라서 더 힘들기도 합니다. 사람들한테 안 맞춰주는 편은 아닌 것 같은데 왜 나에게 호감을 가지는 사람은 별로 없는 거지 싶은 생각도 하고, 나는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사람이 아니구나 싶어서 좀 괴롭긴 해요.

아, 그리고 저는 사람들의 눈치를 많이 봐요. 1년간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괜찮아졌지만 지금도 눈치를 많이 봅니다. 기질도 있는 것 같고, 어릴 때의 일로 더 그렇게 된 것도 있어요. 그 눈치가 사람들이 나를 좋아하게 만드는 방향으로 작용되면 좋겠지만 저는 눈치 보면 행동이 굳고 말도 없어져요. 차라리 술 먹고 눈치를 덜 보게 되는 상태에서 사람들과 놀면 좀 괜찮습니다.

이제는 정말 공동체에 속하고 싶은 건지, 어딘가에 잘 융화될 수 있는 사람이란 걸 확인받고 싶은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무리에 속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참 버겁네요. 초능력을 가질 수 있다면 제가 좋아하는 사람이 저를 좋아하는 능력을 갖고 싶은데, 저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심리 카운슬러 슝슝 님의 답변

"리리가 자연스럽게 존재할 때, 사람들이 매력을 느끼고 다가올 거예요."

리리, 반가워요. 타고난 내향성이 높고, 어린 시절의 힘든 경험이 있어 대인관계에서 긴 시간 어려움을 겪고 있네요. 1년간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면 얼마나 많은 순간 괴로웠을까 짐작되어 마음이 아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관계를 바라고 애쓰는 모습이 대단하기도 하고요. 살아있는 한 어쨌든 이런저런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는데, 정말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아, 정말 인간관계 어려워요. 절반은 제 자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해요. 저도 준수한 외모나 운동 능력, 뛰어난 언변이나 유머 감각도 없는 자신이 나도 싫은데 누가 좋아할까 싶어 주눅이 많이 든 채로 십 대, 이십 대를 보낸 것 같아요. 맛있는 걸 사주든 이야기를 잘 들어주든 누군가의 기분을 맞춰주거나 요구를 들어주며 사랑과 인정을 받기 위해 애썼어요. 그 방식도 어설퍼서 무시나 놀림을 당하거나 몇 번은 맞기도 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십 대 후반에는 죽어버릴까도 생각하고, 이십 대에는 내가 너무 싫어서 자취방에서 나를 굶기며 복통을 참으며 밤새 울었던 날들도 있었네요. 삼십 대를 지나 사십 대를 살고 있는 지금은 좀 편안합니다. 제 삶과 리리의 삶은 당연히 다르지만, 관계에서의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제 요령이 조금은 도움이 될까 싶어서 이어서 써보려고요.

먼저 지금의 제가 할 수 없는 것들은 내려놓았습니다. 여러 사람이 모인 자리에서 주도적으로 재미있게 말하고 주목받는 것과 외모나 패션, 첫인상 등으로 호감을 주는 사람이 되는 것 등이요. 그 대신 지금의 제가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는 것만 하기로 했어요. 처음에는 소규모의 모임에서 이야기하는 사람의 말을 집중해서 잘 들어주는 것, 외출 전에는 꼭 샤워하고 단정한 옷 입기 정도요. 잘 맞지 않는 사람들 모두에게 친절하고 인정받기 위해 애쓰는 것도 그만뒀어요. 오해를 받거나 냉정하다는 소리 좀 들어도 친척들과의 만남이든, 회사 동료와의 관계에서든 최소한의 인사와 예의 갖추기 외에는 불편하다 싶으면 거리를 두고 혼자 편안한 시간을 가집니다. 회사에서의 점심 식사도 종종 혼자 먹고요.

이번 주 금요일에는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의 작은 책방 오타루에서 보드게임 모임을 해요. 그다음 주에는 필사 모임을 하고요. 다음 주 일요일에는 동네 책방 프루스트의 서재에서 네다 섯명 정도 모여서 송년회 겸 술 한 잔 하기로 했고요. 을지로 방산시장에 있는 그래서 책방에서 하는 송년회도 시간이 되면 꼭 갈 거고요. 갑자기 이게 다 뭐냐고요? 책과 영화, 보드게임 등 취향과 성향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이는 작은 모임들이 저에게 딱 맞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더라고요. 그래서 자주 가서 놀아요. 편안하고 따듯하고, 조용하면서도 재밌는 사람들과 함께요. 거기서는 저도 꽤나 웃기는 캐릭터랍니다.

내가 있는 그대로의 나로 편안할 수 있는 곳, 안전함을 느끼며 자유롭게 말하고 듣고 웃을 수 있는 곳을 찾은 거죠. 어때요? 리리에게는 그런 곳이 있나요? 있다면 좋고요. 없다면 꼭 찾기를 바라요. 나이가 들수록 느끼는 것은 신기하게도 내가 자연스럽게 존재하는 상태일 때, 사람들이 내게서 매력을 느끼고 다가온다는 거예요. 내향적인 우리의 목표는 많은 사람에게 인정과 사랑을 받는 것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몇몇 사람들에게 나도 좋은 사람이 되는 거잖아요. 당장 그런 곳을 찾아야 하는 것도, 서둘러 자연스럽게 관계하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 것도 아니에요. 리리는 지금 관계 문제에 골몰하고 있지만, 인간관계는 인생의 일부일 뿐입니다. 리리라는 개인의 가치관, 성장, 커리어, 운동, 의식주 등처럼요. 그러니 관계에서의 어려움으로 삶의 다른 영역들에서의 의미와 재미들을 놓치지 않기를 바랍니다. 결국 나 자신의 강점을 내가 먼저 발견하고, 이해하고, 존중하고,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사람이야말로 점점 고유하면서도 깊이 있는 매력을 가질 수 있으니까요.

끝으로 요즘 제가 거의 매일 듣고 있는 노래 하나 남깁니다. 노래의 첫 부분이 정말 리리에게 제가 꼭 하고 싶은 말이에요.

‘자기야 자유롭게 / 쉽잖은 세상이지만 / 알잖아 나는 / 언제나 네 편인 걸 / 그러니 자유롭게 / 네가 되고 싶던 모습이 / 되면 돼 천천히’ – 곽진언 ‘자유롭게’

추신. 책방 좋아하고 가까운데 살면 한번 놀러와요. 다른 사람을 살필 줄 아는 섬세한 사람, 리리라면 언제나 환영입니다.

지금 고민이 있으시면 익명으로 밑미 고민상담소에 고민을 보내주세요. 카운슬러의 답변을 보내드립니다.

함께 나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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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밑미 사이트에서 옮겨온 이야기예요. 회원 정보를 옮기기 전이라 쓰신 분의 이름은 아직 보이지 않아요.

  • 2024.12.093

    내가 있는 그대로의 나로 편안할 수 있는 곳, 안전함을 느끼며 자유롭게 말하고 듣고 웃을 수 있는 곳을 찾은 거죠. 나이가 들수록 느끼는 것은 신기하게도 내가 자연스럽게 존재하는 상태일 때, 사람들이 내게서 매력을 느끼고 다가온다는 거예요. -> 공감이에요... 내가 편하게 대하면 사람들도 편하게 대해요. 모든 사람들이랑 친밀하게 보낼 필욘 없어요... 직장 동료들이랑도 최소한의 예의는 갖추되, 나누고 싶은 사생활과 감정 정도만 나눠요. 그래서 차갑다는 얘기도 듣지만, 제가 편한 마음 상태를 유지한 게 오랜 회사생활의 노하우인 거 같기도 해요... 가끔 밑미 온/오프라인 모임이 있어서 참석해보면 그렇게 편할 수가 없어요..ㅋㅋ 서로의 다름과 고유함을 인정해주는 사람들이라서요. 리리님도 마음 편한 사람들을 찾길 바래요.. ^^

  • 2024.12.092

    '나는 왜 눈치를 보는가' (가토다이조) 제가 리리님 처럼 비슷한 고민으로 힘들어 할 때, 상담사 선생님께서 권해주신 책이에요. 저는 너무나 도움을 받았던 책이라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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