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했던 사람과 헤어지고 다른 사람을 사랑하기 힘든 별모래의 고민

별모래의 고민
“정말 사랑했던 사람을 잃고 그 누구도 사랑하지 못하게 된 것 같아 고민이에요.”
4년 전, 20살에 만나 10년 동안 사귀었던 애인과 헤어졌어요. 주된 갈등은 제가 당시에는 결혼을 원치 않는다는 점과 남자 친구는 결혼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점, 제가 새로 이직한 직장에 치여 응원과 지지가 필요한 시점이었으나 그는 그 정도로 제게 관심을 줄 수 없다는 점이 컸어요. 마지막으로 헤어지는 날에는 제가 "나를 아직 사랑하긴 하니?"하고 물었고, 돌아온 답변은 "잘 모르겠어"였습니다. 헤어질 때는 정말 잘한 선택이었다 싶었지만 그 뒤로 누구를 만나도 긴 연애를 할 수 없고, 진정한 사랑을 할 수 없는 것 같아서 고민이에요.
제가 생각하는 사랑은 서로가 서로의 1순위가 되어주는 관계이자 응원자, 지지자이거든요. 헤어진 연인과는 서로의 1순위이자 응원자, 지지자로 오랜 시간 좋은 관계를 맺어왔고요. 각자의 부모님보다 서로를 의지하고 응원하고 애정을 나누었어요. 그런데 특정한 사람과 이런 관계를 오래 맺어서 그런지 다른 사람과는 거기까지 갈 수 없는 느낌이 듭니다.
새로운 사람들과는 마음의 안정감이 드는 관계까지 도달하지 못하고 헤어짐을 반복하곤 하니 연애를 해도 마음이 텅 빈 기분과 공허함이 들어요. 저는 연인이 인간관계 중 가장 가까운 대상이자 마음을 터놓고 지낼 수 있는 상대인데, 여기가 채워지질 않으니 더 힘든 것 같습니다. 가족, 친구, 동료 그 누구로도 채워지지 않는 큰 공허함이 듭니다. 이제 저는 그 누구도 사랑할 수 없게 된 거면 어쩌죠? 정말 사랑했던 사람을 잃고 그 누구도 사랑하지 못하게 된 것 같아 고민이에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심리 카운슬러 슝슝 님의 답변
“똑같은 사랑은 없을 거예요. 하지만 새로운 경험, 깊은 배움, 성숙한 관계를 연습할 수 있는 사랑은 끊임없이 계속될 거예요. ”
별모래, 반가워요. 스무 살부터 십 년이라니, 와아, 상상할 수 없는 시간 동안 함께 한 사랑이었네요. 십 년이라는 물리적인 시간보다 이십 대라는 상징적인, 어쩌면 가장 푸르고 섬세하고 성장하고 요동치며 산꼭대기와 깊은 골짜기를 오가는 격렬하고도 힘 있는 시간들을 가장 가까이에서 함께한 두 사람이었겠구나 싶어요. 그리고 인연이 다해 헤어졌구나 싶어요. 별모래, 어떤가요? 제 느낌에 동의가 되나요?
그 후로 4 년, 별모래의 삶은 계속되고 있는데, 연애에 있어서는 과거와 같지 않아 이제는 예전처럼 진정한 사랑을 할 수 없나 고민이 되나 봐요. 어쩌면 지난 이십 대의 사랑과 같은 연애는 다시 경험하지 못할 거예요. 그 이유는 별모래가 이미 다른 사람이 되었기 때문이에요. 이십 대의 연애를 표현하는 별모래의 이야기를 다시 읽어보면, 두 사람은 거의 한 사람처럼 포개져 있었구나, 낯선 세상에 던져진 두 고양이처럼 서로가 서로에게 대부분의 필요를 채워주었구나 싶어요. 하지만 그런 상대가 지금의 별모래에게도 필요할까요? 이미 성인이 되고 15년을 살며 자신만의 생존법이 생기고, 가치관과 생활 방식이 분명해지고, 고유한 취향과 분위기를 갖춰가고 있을 별모래에게요. 그래서 최근 몇 년 간 별모래의 연애들이 아쉬웠는 지도 몰라요. 이미 자신이 뚜렷해진 사람들 간의 사랑이니까요. 포개지고 서로에게 녹아들기에는 삶의 모양이 다른 부분들이 부딪힐 수밖에 없으니까요. 오히려 서른 즈음의 누군가가 이제 막 성인이 된 것처럼 자기 색이 없고, 서로의 욕구를 두 사람 안에서만 채우려 하고, 나도 너에게 다 맞춰줄 테니 너도 그래줬음 하고 바란다면 별모래는 그 사람에게 매력을 느끼기보다는 부담스럽다고 여길지도요.
물론 사랑에 정답은 없어요. 저마다 연애 관계에 원하는 것은 다르고요. 하지만 모든 관계에서 통하는 기본은 알려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바로 자기 자신에 대하여 잘 알고, 홀로 편안함에 이를 수 있는 두 사람만이 좋은 관계에 이를 수 있습니다. 그런 두 사람이 만나고, 동시에 서로를 사랑하기에는 큰 행운이 따라야 하지만 지금의 별모래가 할 수 있는 일도 있어요. 나는 어떤 사람인가, 어떤 삶(하루)을 살기 원하나, 어떨 때 편안하고 즐거운가, 어떨 때 불안하고 두렵고 슬픈가, 어떻게 역경과 우울을 극복하나 등 나 자신에 관한 질문들에 대한 답을 기록해 보세요. 또 어떻게 사랑하고 어떻게 사랑받길 원하나, 어떤 게 큰 상처가 되나, 어떻게 갈등하고 어떻게 화해하고 용서하나 등 별모래의 사랑에 관한 질문들에도요. 이왕이면 생각들이 아니라 과거의 구체적인 경험들도 생생하게 포함된 목록들을 만들어보세요. 완성된 자기 이해와 조절, 돌봄을 갖추어야 연애를 할 수 있는 건 아니니 하나둘 나를 잘 데리고 사는 법에 관한 목록을 채워가며, 지금의 나에게 어울리는 사람을 찾아보세요. 함께 하는 시간을 통해서도 배울 수 있는 게 많을 거예요.
이십 대의 사랑만한 사랑이 앞으로 없을까 봐 고민이라 했지요. 맞아요. 똑같은 사랑은 없을 거예요. 하지만 새로운 경험, 깊은 배움, 성숙한 관계를 연습할 수 있는 사랑은 끊임없이 계속될 거예요. 별모래가 용기내어 마음을 열고 사랑에 뛰어든다면요. 그리고 별모래가 서로를 제한하고 독점하기 쉬운 연인 간의 사랑뿐 아니라 존재를 그대로 존중하고 자유롭게 하는 더 크고 넓은 사랑에도 마음을 열길 바라요. 결국 우리의 삶은 사랑을 배워가는 것인 것, 그 일은 모든 순간, 모든 관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니까요. 이미 사랑을 선택하는 용기가 있는 별모래의 삶을 응원하며 이 두서없는 답변도 마칠까 해요. 기억해 주세요. 별모래가 사랑이에요. 그러니 사랑은 잠시 잊은 적은 있어도 잃은 적도 잃을 수도 없답니다
지금 고민이 있으시면 익명으로 밑미 고민상담소에 고민을 보내주세요. 카운슬러의 답변을 보내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