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가 못나고 초라해보이는 체크파자마의 고민

체크파자마의 고민
"부족한 게 없는데도 스스로가 못나고 초라해 보여요.”
저는 세상의 시선에서 보면 모자랄 것 없이 행복해 보이는 사람입니다. 이제 막 서른이 되었는데 대출 없이 보증금도 낼 수 있고, 모아둔 돈도 있으며, 멋져 보이는 일도 하지요. 종종 취미 생활을 하며 친구를 만들고 연애도 합니다. 자랑하러 왔나 싶겠지만 반대입니다. 이런 모든 것들에도 저는 스스로가 초라하고 못나 보여서 괴롭습니다. 어차피 세상에는 나보다 더 많이 가진 사람, 나처럼 자신을 싫어하지 않고 만족할 줄 아는 사람, 나중에 잘 될 사람들이 잔뜩 있으니까요. 저는 주변 사람들은 모두 잘 풀릴 것 같고, 나는 안 풀릴 것 같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물질적인 것들에 집착하게 됩니다. 돈이라도 더 많이 벌어서 뒤처지지 않게 살아야 한다는 마음이 듭니다. 이제 그만 자신을 좀 예뻐해 주고 싶습니다. 이 정도면 됐다고 진심으로 생각하고 싶습니다. 그렇게 되는 게 가능하긴 한 걸까요?

리추얼 메이커 박아름송이의 답변
“내 마음의 뿌리가 어디에서 왔는지 들여다보고, 나만의 속도와 기준을 다시 만들어갈 시간입니다.”
안녕하세요, 체크파자마님.편지 잘 읽었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부족함이 없어 보이는 삶을 살고 있음에도, 그 안에서 스스로를 끊임없이 깎아내리고 있다는 고백이 아주 솔직하게 느껴졌어요. 이 편지는 자랑이 아니라, 오래 참고 있던 마음을 조심스럽게 담아 보내주신 것 같아 어떻게 답을 드려야 할지 한참을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글을 읽으며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비교의 늪이 생각보다 훨씬 깊다는 것이었어요. 이 늪에 한번 발을 들이면 아무리 앞으로 나아가도 계속 빠져드는 느낌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비교에는 ‘도착점’이 없기 때문이에요. 늘 나보다 더 가진 사람, 더 잘될 것 같은 사람이 시야에 들어오게 되고, 그 순간 현재의 나는 언제나 부족한 위치에 놓이게 되니까요. 그래서 이 늪에서 빠져나오는 방법은 더 많이 갖추는 것이 아니라, 비교가 작동하는 기준 자체를 내려놓는 것에 가깝다고 생각해요. 타인의 삶을 기준으로 나를 평가하는 시선에서 잠시 벗어나, 나만의 축을 다시 세우는 거죠. 예를 들면 ‘남들보다 뒤처지지 않는 나’가 아니라, ‘어제의 나보다 조금 덜 불안한 나’, ‘내 마음을 무시하지 않고 선택한 나’를 기준으로 삼아보는 것입니다.
또 한 가지는, 비교가 시작되는 순간을 알아차리는 연습이에요. 스스로를 깎아내리기 시작하는 생각이 들 때, 그 생각이 정말 내 목소리인지, 아니면 남의 삶을 빌려온 기준인지 조용히 물어보는 거죠. 비교를 완전히 멈추지 못해도 괜찮아요. 다만 그 생각을 그대로 믿지 않고 한 발짝 떨어져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늪에서 허우적대는 상태에서 가장자리로 이동하는 첫걸음이 될 수 있으니까요. 비교의 늪은 깊지만, 그 안에서 빠져나올 수 없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해요. 늪에 빠졌다는 건 그만큼 잘 살아보려 애써왔다는 증거이기도 하니까요. 이제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체크파자마님만의 속도와 기준을 다시 만들어갈 시간입니다.
그리고 ‘나는 안 풀릴 것 같고, 다른 사람들은 다 잘될 것 같다’는 믿음은 어디에서 왔을까요. 혹시 과거에 스스로를 실망하게 했던 실패의 경험이 있었는지, 혹은 애써 노력했는데 결과가 따라오지 않았던 순간들이 반복되지는 않았는지 조심스럽게 여쭤보고 싶었습니다. 이 마음을 제대로 직시하지 않는다면, 가장 본질적인 고민을 놓치게 되는 것 같아요. 시간을 충분히 두고, 꼭 이 마음의 뿌리를 한 번쯤은 들여다보시길 바랍니다.
물질적인 것에 집중하게 되는 마음도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그리고 돈을 많이 버는 나 역시 멋진 나인데, 그 모습을 굳이 스스로 깎아내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돈은 불완전한 대상과 관계로부터 나를 안전하게 지켜줄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기에, 물질적인 것에 마음이 쏠리는 건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기도 하고요. 다만 소유하고 소비하는 값과 나 자신의 가치를 같은 선상에 두게 된다면, 나 자신이 아닌 다른 가치에 위태롭게 기대어 서 있는 상태가 되지는 않을까요. 만약 ‘돈을 많이 버는 나’가 여전히 멋지게 느껴지지 않는다면, 그때는 스스로에게 이렇게 물어봐도 좋을 것 같아요. 내가 생각하는 ‘멋짐’의 기준은 무엇인지, 그 기준이 비교에서 나온 것은 아닌지 말이에요. 타인이 아니라, 체크파자마님이 원래 가지고 있는 성향과 결에서 멋짐의 포인트를 다시 찾아보는 거죠. ‘내가 괜찮게 느껴졌던 순간’, ‘내가 사랑하는 내 모습’을 의도적으로 기록해보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존재로 태어나며, 저마다의 사랑스러운 것들을 이미 가지고 있지만, 그것을 들여다볼 시간을 좀처럼 내지 못하는 편이거든요. 물론 저 역시 그렇고요.
‘이 정도면 됐다고 생각하고 싶다’는 마음, 그리고 자신을 조금 더 예뻐해 주고 싶다는 바람은 이미 변화의 시작처럼 느껴집니다. 바로 완전히 만족하는 상태에 도달하지 않더라도 괜찮아요. 적어도 지금의 체크파자마님은 스스로를 소모시키는 방향이 아니라, 이해하려는 쪽으로 한 발짝 이동하고 있으니까요. 부디 새해에는 체크파자마님 자신을 잘 다독이는, 조금은 안온한 마음으로 시간을 보내시길 바라며 이 답장을 마무리합니다.
지금 고민이 있으시면 익명으로 밑미 고민상담소에 고민을 보내주세요. 밑미 메이트의 답변을 보내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