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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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의 마음은 어떤가요?
고민 상담소2025.10.21 · 읽는 데 3

맞지 않는 직장에서 일하는 게 힘든 힝잉잉의 고민

힝잉잉의 고민

“나와 맞지 않는 직장에서 계속 일해야 할까요?”

30대 중반 직장인입니다. 내향형이라 혼자 생각하거나 책 읽기를 좋아하지만, 어쩌다 보니 성향도 전공과도 영 딴판인 매장 현장직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제가 일하는 곳은 규모가 상당한 대신 치안이 좋지 않은 곳에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응대하기 까다로운 손님을 흔하게 만나죠. 애매하게 성추행을 시도하는 사람, 본인 과실을 인정하지 않고 우겨대는 사람, 도둑질하다 걸리는 사람, 자기 애인을 옆에 끼고 직원에게 떵떵거리는 사람, 진열된 물건을 부수고 물어내기 싫어서 도망가는 사람... 그러다 보니 사람에게 실망한 경험이 많았습니다. 이해할 수 없는 무언가를 마주한 기분이었습니다. '사람이 되어서 왜 저렇게 행동하지?' 이런 의문을 품게 되었죠.

가족, 같은 직장 동료들에게 이 고충을 이야기했고, 점장에게도 개인 상담을 해봤습니다. 그런데 하는 말이 다들 똑같더군요. "신경 쓰지 마. 그 사람들은 원래 그렇게 사는 수준 낮은 사람들일 뿐이야. 네가 그 사람들로 인해 상처받을 필요는 없어." 저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는 해답이어서 이 고민을 털어놓는 것도 포기했습니다. 세상에서 바꿀 수 있는 건 내 마음뿐이라는 말이 있지만, 그건 제가 원하는 답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반년 뒤면 승진이 예정되어 있긴 합니다. 하지만 저는 일하는 게 괴로워 퇴사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는 게 좋을까요? 마음가짐을 바꾸는 게 나을까요? 마음을 다르게 먹는 게 낫다면, 어떻게 해야 저 자신이 납득할 수 있을까요?

밑미 메이트 강원의 답변

원하지 않는 것’에 대한 감각을 믿고 따라가 보세요.”

안녕하세요 힝잉잉님, 편지 잘 받았습니다. 내향형의 매장 현장직 근무라… 여기까지만 읽고 저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네요. 현재 힝잉잉님은 사람을 직접 응대해야 하는 고객 서비스군(이하 CS)에서 일하고 계신 것 같아요. 물론 어떤 직장도 완벽한 환경은 없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CS 업무가 유난히 힘들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병원에서 환자 응대를 담당했던 경험이 있어서일 거예요. 제가 일해본 환경 중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힘들었습니다. 불특정 다수가 가진 다양한 요구를 감당해야 하는 위치가, 마치 ‘최전방’에 서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자주 했거든요. 편지에서 느껴지는 힝잉잉님의 답답함과 괴로움에 깊이 공감했습니다.

살다 보면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부당한 상황을 마주하게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린 변화를 원하지만 막상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환경에서는 점점 무기력해집니다. 무기력이 오래 지속되면 습관처럼 몸에 밴다고 하죠. 이렇게 학습된 무기력은 몸과 마음에 부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짧은 편지로 힝잉잉님의 상황을 모두 알 수는 없지만, 이 정도로 괴롭고 지치는 상황이라면, 퇴사를 고민하게 되는 게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해요.

“사람들로 인해 상처받을 필요는 없어.”

이 말이 힝잉잉님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던 이유를 저는 왠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사람을 직접 응대해야 하는 환경은, 필연적으로 상처가 쉽게 생기는 환경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상처받는 건 선택의 문제가 아니잖아요. 상처는 그저 생기는 거죠. 모래사장에서 핸드폰을 써야 한다면, 아무리 조심해도 흠집이 생기기 쉬운 것처럼요. 하루의 대부분을 직장에서 보내기 때문에 자신에게 꼭 맞는 환경에서 일할 수 있다면 이상적이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주어진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내릴 수 있을까요?

편지를 읽으며 한 가지 느낀 건, 힝잉잉님이 스스로에게 “네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 하고 자꾸 묻고 있는 것처럼 들렸어요. 저도 제 자신에게 자주 던지는 질문이지만, 왠지 움츠러들게 되는 질문이기도 합니다. 정답을 찾아야만 할 것 같은 압박감과 조급함 때문인 것 같아요. 하지만 저는 힝잉잉님이 그 질문에 답을 하지 못해서 괴로운 게 아니라, 이미 너무 잘 알고 있어서 괴로운 게 아닐까 싶었어요. 힝잉잉님은 지금 ‘원하지 않는 것’에 대한 충분한 감각이 있습니다. 어떤 환경이 자신에게 맞지 않는지, 어떤 말이 위로가 되지 않는지, 어떤 태도가 자신을 지치게 하는지를 명확히 인지하고 있어요.

그러니 그 감각을 더 믿어도 괜찮습니다. 꼭 뭘 원하는지 정확히 말할 수 있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때론 원하는 것보다 원하지 않는 것이 더 분명한 방향감각을 제시하기도 해요. “이건 아니야”라는 감각은 우리를 위험에서 지켜주는 부표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 감각이 가리키는 건 어쩌면 지금 피해야 할 암초 같은 것들일지도 모르죠. 우리가 부표를 따라 암초를 피하듯, 나에게 맞지 않는 것을 분별할 수 있다면, 조금 멀더라도 더 안전한 쪽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항해를 이어가다 보면, 언젠가는 스스로를 납득할 수 있는 선택이 섬처럼 모습을 드러낼 거예요. 아직은 보이지 않더라도, 그 섬은 분명히 존재할 거라고 저는 믿습니다. 그리고 그 섬이 퇴사라는 선택지라면, 그것 또한 충분히 존중받아야 할 결정입니다.

물론 지금 당장 모든 걸 바꾸긴 어려울 수 있어요. 하지만 삶에는 어느 순간, 분명히 방향을 틀 수 있는 작은 여지들이 생깁니다. 그때 내가 어떤 마음으로 항해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더라고요. 힝잉잉님이 지금의 괴로움을 덮어두지 않고 꺼내 보여준 것처럼, 자신만의 감각에 더 믿음을 주는 방향으로 그 섬을 찾게 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삶을 나누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지금 고민이 있으시면 익명으로 밑미 고민상담소에 고민을 보내주세요. 카운슬러의 답변을 보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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