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이 끝없이 지속될 것 같은 망고의 고민

망고의 고민
“원하던 대학에 가지 못하면, 이 불행이 끝없이 지속될 것 같아요.”
18살 끝자락에 서 있는 여학생입니다. 저는 짧다면 짧은 18년 평생동안 하고 싶은 직업이 있었어요. 그 직업을 할 수 있는 학과에 진학해서 대학교를 가고 싶었습니다. 제가 희망하던 직업은 특정 학과를 나와야만 할 수 있는 직업이거든요. 그런데 성적 때문에 대학 진학이 힘들어졌습니다. 제가 부족한 거지만 그래도 나름 열심히 했는데 저의 부족함으로 하고 싶은 걸 못 한다는 게 정말 불행한 것 같아요. 끝없이 불행이 지속될 것만 같습니다. 얼마나 원하고 하고 싶었는데 고작 성적으로 인해 이리 쉽게 무너지다니요. 당연히 갈 수 있겠다는 오만함 때문이었을까요. 작았던 저의 오만함이 눈덩이처럼 커져서 저의 오랜 꿈을 무너뜨렸네요.
그냥 다 제 잘못인 걸 아는데도 너무 우울하고 기분이 처지는 거 같아요. 인터넷만 봐도 대학이 다 맞는 길은 아니다 대학 말고도 다양한 방법들이 있다고 하는데 그건 저도 충분히 압니다. 그렇지만 저는 당장에 대학 밖에 안 보이는걸요. 제가 정말 원하던 것을 못 하니까 다른 방법, 다른 과도 못 할 것 같고, 그냥 다 실패할까 봐 두렵습니다. 요즘 항상 하는 생각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다는 생각밖에 안 들어요. 저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심리 카운슬러 슝슝 님의 답변
“그 시간을 지나면 예상치 못한 선물들, 새로움 꿈들, 고마운 사람들, 놀라운 기회들이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망고, 반가워요. 원하는 직업을 갖기 위해 특정 학과에 진학하고 싶은데, 현재 성적으로는 불가능함을 알게 되어 울적한 마음이네요. 어떤 직업인지는 모르지만, 알려줬으면 더 좋았을 텐데 구체적인 답변을 얻기 위해서는 질문도 자세한 게 좋아요, 자라는 내내 그 직업 외에는 다른 길을 생각해 본 적 없다니 더욱 막막할 것 같아요. 현재의 교육 제도는 시험 성적이 거의 유일한 평가 기준이어서 이렇게 망고처럼 좌절을 겪는 청소년이 무수히 많은 것 같아요. 한참을 이런저런 조언들을 적다가 지워버렸네요.
무엇보다 미안합니다. 여전히 망고처럼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십 대 청소년들에게 ‘네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몇 점, 몇 등급이야’라고 말하는 사회라서요. 지금 망고님이 대학 밖에 안 보이는 것도 망고님 탓이 아닙니다. 아무도 청소년들에게 세계는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다채로운 색깔로 살아가고 있다고 알려주지 않는걸요. 오히려 나를 찾으려는 아이들의 용기를 낸 탐색 시도들을 쓸데없는 짓이라고 폄하하며 공부나 하라고 윽박지르고요. 이 답변글에서도 제가 할 수 있는 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망고가 만날 새로운 날들에 대한 희망과 믿음을 버리지 말아 달라는 부탁뿐이에요.
아직 망고가 만나지 못한 미래의 수많은 망고들이 지금의 망고를 위해 기도하고 있거든요. 그때는 정말 힘들었다고,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고 하지만 그 시간을 이겨내니 예상치 못한 선물들, 새로운 꿈들, 고마운 사람들, 놀라운 기회들이 많았다고, 열여덟 살의 망고에게 좌절과 두려움 속에서도 힘을 내어 살아달라고요. 물론 당장 힘이 나지 않으면 좀 가라앉은 채로 시간을 보내도 됩니다. 좋아하는 음식을 잔뜩 배부르게 먹어도 좋고요. 제일 친한 친구와 가장 좋아하는 놀이들로 가득 채운 하루를 보내도 좋아요. 그냥 혼자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도서관의 책장들 사이를 산책해도 좋고요. 평소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이 있다면 이번 기회에 훌쩍 다녀와도 좋아요. 제 상상력이 부족해서 예로 들지 못한 망고만의 기분 전환법이 있다면 그것도 좋고요. 망고가 오래 품었던 꿈인 ‘어떤 대학을 가서 특정 직업을 가지는 것’과 이별하는 의식으로요.
긴 시간 사랑했던 사람을 떠나보내는 것처럼, 오랫동안 꿈꿨던 것을 포기하는 일은 큰 상처가 되잖아요. 어떻게 뭔가를 해보기 전에 그 상실감부터 정말 충분히 어루만져주기를 부탁해요. 아무 말 없이 망고를 안아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한참을 엉엉 울어도 좋을 것 같아요. 충분히 슬퍼하고 아파한 다음에야 그다음을 볼 수 있잖아요. 그리고 그다음은 꼭 있거든요. 스무 살의, 서른 몇 살의, 마흔 살의 망고들이, 경험도 지혜도 점점 쌓아가며 인생의 다채로운 희로애락을 더 넓게 더 깊이 만나게 될 수많은 망고들이 망고를 응원하고 있습니다. 응원을 보냅니다.
지금 고민이 있으시면 밑미 고민상담소에 고민을 보내주세요. 카운슬러의 답변을 보내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