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데 끊지 못하는 관계가 있다면?
관계를 선택한 적이 있나요?
메이트, 지금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떠올려 보세요. 그중에 내가 진심으로 선택한 관계는 얼마나 되나요? 자세히 살펴보면 내가 능동적으로 선택했다기보다는 환경이 만들어 준 관계가 많다는 걸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같은 동네에 살아서, 같은 반이라서, 같은 회사에 다녀서 큰 노력 없이 저절로 친해지는 경우가 대부분인 경우가 많거든요. 물론 그렇게 시작된 관계 중에도 소중한 인연은 분명 있어요. 하지만 냉정하게 들여다보면, 지금 유지하고 있는 관계 중 상당수는 '선택'이 아니라 '관성'으로 이어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걸 발견하게 될 수도 있어요. 나와 잘 맞지는 않지만, 만나면 괜히 기분이 가라앉긴 하지만, 나와 삶의 방향이 다르긴 하지만, 한 번 맺은 관계니까 쉽게 정리하지 못하고 관계를 계속해서 이어 나가는 경우도 생각보다 많죠.
불편한 관계를 놓지 못하는 진짜 이유
만나면 그다지 즐겁지도 않은데 우리는 왜 불편한 관계를 계속해서 유지하는 걸까요? 우리는 "그래도 오래된 사이라서", "친구가 나밖에 없는 것 같아서", "그래도 나쁜 사람은 아니니까"와 같은 말들로 관계를 계속 유지하는 이유를 만들어 내요. 이 말들은 모두 상대를 위한 것처럼 들리지만, 사실 그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타인을 위한다는 핑계로 진짜 이유를 숨기고 있는 경우가 많아요.
관계를 정리했을 때 나에 대한 안 좋은 소문이 날까 봐, 공통 지인들 사이에서 내가 나쁜 사람이 될까 봐, 혼자 남게 되어 외톨이가 될까 봐 같이 남을 위한 마음보다는 나를 보호하려는 마음이 더 크게 자리하고 있을 때가 많거든요. 결국 불편한 관계를 유지하는 진짜 이유는 상대를 위한 배려라기보다는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나의 욕심인 경우가 많은 거죠.
소중한 관계에는 노력이 필요해요
사실 불편하고 형식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의 가장 큰 단점은 불편한 관계를 정리하지 못하면 정작 소중한 관계에 쏟을 에너지가 남지 않는다는 데 있어요. 힘든 모임을 다녀온 날, 지쳐서 가족이나 가까운 친구에게 짜증을 낸 경험이 한 번쯤은 있지 않나요? 불편한 관계를 유지하느라 쓰는 에너지가 결국 소중한 관계의 질까지 떨어뜨리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어요.
아리스토텔레스는 진정한 우정은 수가 적을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했어요. 깊은 관계에는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과 동시에 이런 관계를 맺는 건 불가능하다고 본 거죠. 영국의 인류학자 로빈 던바도 비슷한 이야기를 해요. 한 사람이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사회적 관계의 수는 약 150명 정도이며, 그중 깊은 유대감을 나눌 수 있는 관계는 고작 5명 내외라고요. 관계를 선택한다는 건 누군가를 버린다는 뜻이 아니에요. 오히려 나에게 정말 소중한 관계에 쏟을 시간과 에너지를 확보하기 위해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에 더 가까워요.

나를 위한 관계를 선택하는 법
그렇다면 어떻게 관계를 선택할 수 있을까요? 관계를 선택한다는 건 내 삶 전반의 우선순위를 바로 세우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변화예요. 관계를 선택한다고 해서 당장 연락처를 지우고 절교를 선언하라는 이야기는 아니에요. 하지만 그동안 관성적으로 맺어온 관계를 돌아보고 나의 시간과 에너지를 재분배하는 과정은 꼭 필요해요.
관계를 선택하기 위해 해야 하는 첫 번째 일은 내가 맺고 있는 관계를 솔직하게 관찰하는 거예요.지금 유지하고 있는 관계 중에서 만나고 나면 에너지가 차오르는 관계와 에너지가 빠지는 관계를 구분해 보세요. 이건 상대가 좋은 사람이냐 나쁜 사람이냐의 문제가 아니에요. 단지 나와 맞느냐 맞지 않느냐의 문제일 뿐이죠. 아무리 좋은 사람이어도 나와 맞지 않을 수 있고, 그건 누구의 잘못도 아니에요. 이렇게 관계를 관찰하다 보면 내가 좀 더 노력해야 할 관계와 그렇지 않은 관계가 점점 더 명확하게 드러나기 시작할 거예요.
다음으로, 불편한 관계를 억지로 끊으려 하기보다는 자연스럽게 거리를 조절해 보세요.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압박에 불필요한 모임이나 부탁을 거절하지 못했다면 ‘아니요’라고 말하는 횟수를 늘려보세요. 불필요한 관계에 쓰이고 있던 에너지가 절약되면 내 삶에 정말 소중한 관계를 위해 노력할 수 있는 에너지는 자연스럽게 생겨날 거예요.
마지막으로, 관계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죄책감이 있다면, 그 마음을 관찰해 보세요. 오래된 관계에 거리를 두면 미안한 마음이 드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에요. 하지만 그 죄책감이 정말 상대를 아끼는 마음에서 오는 건지, 아니면 나쁜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는 나를 향한 보호 본능에서 오는 건지 구분해 볼 필요가 있어요. 많은 경우 관계를 정리할 때 느끼는 죄책감은 상대에 대한 진심이 아니라, 주변의 시선이나 평가로부터 나를 지키려는 방어기제에 가까울 때가 많아요. 그 죄책감의 정체를 알아차리는 것만으로도 불편한 관계에 묶여 있던 마음이 한결 가벼워질 거예요.
좋은 관계는 저절로 주어지지 않아요
우리는 커리어, 건강, 취미에 대해서는 능동적으로 선택하면서도 유독 관계에 대해서는 수동적인 태도를 취할 때가 많아요. 하지만 관계야말로 우리 삶의 질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 중 하나예요. 좋은 관계는 저절로 주어지는 게 아니라, 내가 선택하고 가꿔 나가는 거예요. 관계를 선택하는 건 이기적인 게 아니라 나를 아끼는 것이고, 동시에 내가 진심으로 함께하고 싶은 사람들을 더 소중하게 대하겠다는 다짐이에요. 불편한 관계에 용기 내어 거리를 둘 때 소중한 관계에 온전한 마음을 줄 수 있으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