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주의를 벗어버리고 편안해지고 싶은 너굴의 고민

너굴의 고민
“스스로에게 지나치게 엄격한 저, 편안해질 수 있을까요?”
스스로 완벽주의 성향이 강한 사람이라고는 생각했는데, 요즘 들어 꽤 심각한 고민이 되었어요. 얼마 전 본 영상에서 사람이 몸이 아플 때 '무리했나 보다. 쉬어야겠다'. 푹 쉬고 나를 잘 돌봐야겠다.'라는 생각을 하는 것처럼 정신이 아플 때도 나를 쉬게 해주라는 식의 얘기를 하더라구요. 그런데 놀랐던 건 저는 몸이 아플 때조차 쉬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내가 왜 이렇게 아프게 되었을까, 몸 관리를 제대로 못 한 내가 한심하다. 왜 이렇게 빨리 안 낫지..'등의 자책을 한다는 걸 발견했어요. 몸이 아픈 것뿐만 아니라 뭔가 문제가 생긴 저의 상태를 조금도 용납하지 못하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문제가 있는 이 상태는 내가 아니라는 듯한 느낌도 들어요.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니고, 다시 내가 생각한 모습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주문을 저에게 끊임없이 던지면서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현 상태가 만족스럽게 느껴지지도 않고, 현실감각도 떨어지는 것 같아요. 저 스스로에게도 이렇다 보니 타인에 대해서도 관용이나 이해보다는 문제 처리나 일의 효율성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태도가 보이구요. 이렇게 불편함이 느껴질 때 그걸 여유롭고 너그러이 넘기고 싶고, 무엇보다 어떤 모습의 저도 받아들이고 싶습니다. 스스로에게 지나치게 엄격한 제가 편안해질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밑미 메이트 채원의 답변
“ 억지로 다정한 말을 지어내는 대신, 지금 내가 하는 말들을 있는 그대로 살피고 들어주세요.”
안녕하세요, 너굴님. 무엇보다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돌아보며 삶을 대하는 자세를 고민하고 있으신 모습에 저도 모르게 공감과 감동이 있어 마음이 찡했습니다.
특히 몸이 아픈 때에 '무리했나 보다. 쉬어야겠다. 푹 쉬고 나를 잘 돌봐야겠다.'라는 생각이 먼저 드는 게 아니라 '내가 왜 이렇게 아프게 되었을까, 몸 관리를 제대로 못 한 내가 한심하다. 왜 이렇게 빨리 안 낫지…'라는 자책의 생각이 먼저 든다고 말씀해 주신 부분이 개인적으로 무척 공감이 되었어요. 저도 자책하는 습관이 정말 짙어서 몸이 아프다는 신호를 줄 때도 '아니야, 이 통증을 이겨내서 뭐든 이겨낼 수 있는 몸이 되어보는 거야.'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거든요. 몸에 통증이 생기면 그것을 빨리 해결해야 할 문제처럼 여겼고, 몸을 회복시키겠다며 오히려 강도 높은 운동에 더 매달렸던 적도 많았고요. 몸을 돌보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몸을 고치려고만 했던 것 같아요. 있는 그대로의 몸을 이해하려 하기보다, 하루빨리 예전처럼 돌아가거나 남들 정도의 체력이 되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계속 저를 밀어붙이고 있었으니까요.
그러다 몸이 더는 버티지 못할 만큼 많이 지치고 나서야 잠시 멈춰 설 수 있었습니다. 그 무렵 심리상담도 받게 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처음 알게 된 것이 있었어요. 저는 제 자신에게 무척 엄격한 사람이었다는 것을요. 정말 그것이 뜻밖의 발견이었어요. 저는 제가 너무 기본에도 못 미치게 모자란 사람이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사실은 제가 스스로에게 아주 높은 기준을 두고 있어서 스스로를 못살게 굴고 있었다는 것을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저는 스스로를 다정하게 대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사람이었어요. 정말 너무 답답하더라구요. 지금 내 마음의 솔직한 상태는 '아, 내 자신 정말 나약하다. 게으름 피우지 마. 이게 다 네가 나태해서야.'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이걸 거짓말로 억지로 다정한 말로 바꿔서 나에게 말해줘야 하는 건가…? 하고요.
그때 여러 선생님들의 안내에 따라 제가 연습한 부분은 몸에게 이렇다 저렇다 말하려 하기보다 그저 지금 몸 상태를 있는 그대로 살피고 듣는 연습을 먼저 해보는 일이었어요. 예전에는 몸을 바꾸기 위해 요가를 했다면, 그 이후부터는 몸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요가를 해보려고 했습니다. 몸을 이겨내는 시간이 아니라, 몸과 조금씩 친해지는 시간으로요. 하지만 그것도 참 쉽지 않았어요. 하루이틀은 잘 되는 것 같다가도 몸이 원하는 만큼 빨리 좋아지지 않으면 또 예전처럼 몰아붙이는 방식으로 돌아가기를 수없이 반복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하… 열심히 다정해보려고 하는데 또 자책하고 있네. 왜 나는 또 이럴까. 이게 변하기는 할까.' 하며 또다시 스스로를 탓하기도 했고요. 그래도 다행인 것은 그런 때는 혼자 애쓰지 않고 여러 선생님들의 다정한 시선을 잠시 빌려 저를 바라보곤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몸에서 통증이 있거나 컨디션이 많이 안 좋은 날에는 '오늘은 많이 힘든 날인가 보네. 아쉽지만 좀 쉬어야겠다.' 하고 스스로 생각하고 속도를 조절할 수 있게 되더라구요.
너굴님께도 제가 걸어온 이 길을 조심스럽게 권해보고 싶어요. 어떤 모습의 나도 받아들이고 싶다고 하셨죠. 그 시작은 억지로 다정한 말을 지어내는 게 아니라, 지금의 나를 있는 그대로 살피고 듣는 일이 아닐까 해요. 몸이 아프거나 마음이 불편할 때 '왜 이렇게 됐지, 어떻게 빨리 고치지'라고 묻기 전에, 딱 한 번만 멈춰서 '지금 나는 어떤 상태지?' 하고 물어봐 주세요. 판단도 해결책도 없이 그냥 들어보는 거예요. 문제가 있는 이 상태도 내가 아닌 게 아니라, 지금 나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 나니까요.
물론 연습하다 보면 자책하는 오랜 습관이 반사적으로 올라오는 날이 분명 있을 거예요. 그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에요. 그런 날에는 혼자 애쓰지 마시고, 나를 다정하게 봐주는 누군가의 시선을 잠시 빌려보세요. 혼자서는 나를 믿어주기 어려울 때 누군가의 따뜻한 마음에 잠시 기대면, 다시 나를 향해 부드러운 마음을 내는 일이 한결 수월해지거든요. 습관이라는 게 하루아침에 바뀌기 어렵듯 마음의 습관도 오랜 시간 반복해야 새롭게 길이 나지만, 그렇게 길이 조금 나기 시작하면 그다음부터는 훨씬 수월해져요. 그리고 나를 대하는 방식이 부드러워지면, 고민하셨던 타인을 향한 시선도 애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너그러워질 거예요.
지금은 오랜 완벽주의의 마음이 끊임없이 올라오는 게 당연하겠지만, 자신의 뿌리 깊은 습관을 알아차리며 새로운 길을 향한 의지를 내고 있다는 사실에 큰 지지와 용기를 보내주시면 어떨까 해요. 그리고 작은 마음이지만, 이 글을 통해 저도 너굴님의 새로운 마음의 길에 응원과 지지를 보내봅니다. 진솔한 마음의 이야기를 나누어주셔서 감사해요. 스스로를 향한 부드러운 마음의 길을 향해 함께 걸어요.
지금 고민이 있으시면 익명으로 밑미 고민상담소에 고민을 보내주세요. 밑미 메이트의 답변을 보내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