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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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의 마음은 어떤가요?
고민 상담소2026.07.02 · 읽는 데 4

동료와의 어긋난 관계 때문에 힘든 나무늘보의 고민

고민 많은 나무늘보의 고민

"관계가 틀어진 동료와 어떻게 지내야 할까요?"

오랜 시간 공시생으로 여러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다가 서른이 넘으며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생각에 용기 내어 사회생활에 뛰어들었습니다. 3년 동안 직장생활을 이어왔고, 올 초에는 새로운 직장으로 이직하게 되었습니다. 소규모 직장이지만 대표님도 좋으시고 동료들과도 협력하며 즐겁게 지내서 월요병 없이 출근할 정도로 만족스러운 직장생활을 하고 있었어요.

작은 직장이다 보니 점심도 함께 먹고 고민도 나누며 가족 같은 분위기였습니다. 특히 차가 없는 저를 카풀로 도와주시는 동료가 계셨는데, 감사한 마음에 과일을 나눠 드리거나 여행지에서 작은 선물을 사 오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대화를 하다가 그 동료분이 제 행동을 부담스럽게 느끼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감사와 미안함을 과하게 표현하는 제 성향이 본인과 맞지 않는다고 하셨어요. 저는 사과드리며 카풀이 부담된다면 그만하셔도 괜찮다고 말씀드렸지만, 동료분은 본인이 먼저 제안한 일이니 괜찮다며 계속 카풀을 해주겠다고 하셨습니다. 사실 그 동료분은 이전에도 제가 일을 너무 도와주려 하는 것이 부담스럽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저는 그 이야기를 듣고 사과드린 뒤, 선을 지키려고 노력하며 지내왔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 출근길이 편하지 않았고, 직장에서도 점점 위축되었습니다. 마침 출장도 잦은 직장이라 차량을 구입해야 하나 고민하게 되었고, 점심시간에 동료들과 차를 살지 말지 고민을 나누었습니다. 그런데 카풀을 해주시던 동료분은 그 이야기를 듣고 제가 자신을 겨냥해 말한 것처럼 느끼셨다고 합니다. 이후 저를 따로 불러 그동안의 제 언행과 실수를 이야기하시며 “살면서 당신 같은 사람은 처음 본다”, “나를 나쁜 사람으로 만들지 말라”고 말씀하셨고, 앞으로는 친하게 지내거나 친목을 기대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그동안 지적받은 부분을 고치려고 노력해 왔다고 말씀드리며, 남은 계약기간 동안은 어떻게 지내면 좋을지 여쭤보았습니다. 하지만 돌아온 답은 사실상 관계를 정리하겠다는 뜻으로 들렸고, 결국 카풀도 더 이상 받지 않기로 했습니다.

직장 동료와 이렇게까지 불편한 관계가 된 것은 처음입니다. 이직을 고민하기도 했지만, 계약기간을 채우지 못하는 것이 무책임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갈등이 생길 때마다 회피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도 않습니다. 직장에서 관계가 틀어진 동료와는 어떻게 지내는 것이 좋을까요? 사회생활 경험이 많은 분들의 조언을 듣고 싶습니다.

밑미 메이트 강원의 답변

“관계에서 비롯된 불편함을 온전히 나의 책임으로 떠안지 않기로 해요.”

나무늘보, 편지 잘 받았습니다. 아…얼마나 불편하게 지내고 있을까요… 매일 얼굴을 마주해야 하는 직장동료와의 갈등은 누구라도 절대 피하고 싶을 어려운 일입니다. 일단 나무늘보가 무척 당황스럽고 감정적으로 충격을 받았을 것 같아요. 한 동료와의 갈등 때문에 만족스러웠던 직장 생활이 하루아침에 불편해졌으니까요. 특히 상대를 위하는 마음으로 건넨 호의가 오해와 갈등의 씨앗이 되어 그 사람에게 오히려 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란 절대 쉽지 않습니다. 제가 상황을 깊이 알 순 없지만, 나무늘보가 편지에 담아준 이야기를 바탕으로 떠오른 제 생각을 담아 답장을 써보았어요.

저는 나무늘보가 "선을 지키려고 노력했다."는 부분에 머물렀어요. 우리 모두 서로의 '선'이 다름을 느끼며 그 간극 사이에서 크고 작은 조율을 하면서 살아갑니다. 비단 직장동료뿐만 아니라 가까운 친구나 가족도 마찬가지인데요. 누구나 '선을 지킨다.'는 표현을 쓰지만, 누구의 '선'도 똑같지 않습니다. 나무늘보의 선의가 동료분에게는 '선을 넘는' , "과도한" 부담으로 작용했던 것 같아요. 동료분은, 일을 도움받고, 선물을 받는 등의 친절이 낯선 사람일 수도 있겠고요. 동료의 다름을 이해하지만, 그 다름에 대한 자기 생각을 표현함에 있어서는 사실 의문이 들었습니다. "부담스럽다."는 표현이나 "본인의 성향에 맞지 않는다."는 말이 굳이 필요했을까, 싶어요. 왜냐하면 동료분에게는 '거절'이라는 선택도 있었을 겁니다. 그분 나름의 선이 존중받아야 하는 만큼, 나무늘보가 보인 마음의 선도 충분히 존중받아야 하니까요. 그 존중은 '정중한 거절'로 표현될 수도 있었을 테고요. 그리고 차를 살지 고민하는 대화에서 자신을 겨냥한 것으로 느끼고 따로 불러내 했던 표현은 나무늘보에게 상처가 되었을 것 같아요. 제가 나무늘보의 상황이었다면 오히려 그 동료의 말이 '선을 넘은 것'처럼 느꼈을 겁니다. 특히 "앞으로 친목을 기대하지 말라."는 부분은, 친절과 호의를 권력으로 표현하는 듯한 뉘앙스로 느껴져 나무늘보가 느꼈을 마음을 더 공감할 수 있었어요. 친절과 호의는 서로를 향한 존중이 있어야 할 관계에서 당연한 전제가 되는 것이지, 누가 누구에게 주는 일방적인 특혜가 아니니까요. 나무늘보는 관계가 참 중요한 사람인 것 같아요. 만족스럽고, 즐거운 직장 생활을 언급하며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좋은지를 말하는 사람이더라고요. 그래서 더더욱 이 상황이 불편하고 힘들게 느껴질 것 같아요. 나무늘보와 가치를 공유하는, 믿을 수 있는 다른 동료나 상사에게 조언을 구해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기꺼이 차를 태워주는 동료에게 어떤 방식으로든 감사를 표현하고 싶었던 마음,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무늘보의 마음을 곱씹으며 문득 어떤 시절의 제가 떠올랐어요. 작은 도움을 받는 것도, 남에게 폐를 끼치는 거라고 생각해 어떻게든 감사를 보상하려 하고, 미안함을 자주 표현하려고 했거든요. 도움받는 게 익숙지 않아서 솔직히 저는 감사함보다는 미안함과 부담을 더 크게 느꼈던 것 같아요. 요즘은 좀 달라졌는데요, 살다 보니 서로의 도움 없이는 살 수 없더라고요. 내가 도움받을 일이 있으면 누군가를 도와줄 일이 생기고요. 그래서 도움받을 때는 미안함보다는 감사함을 느끼려 하고, 도움을 준 대상이 아니더라도 나중에 비슷한 상황에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어야지 마음먹고 요즘은 어떤 도움이라도 기꺼이 받는 편입니다. 이것도 근육처럼 트레이닝이 필요하더라고요. 그 뒤로는 관계 속에서 도움을 주고받는 일이 훨씬 가벼워졌어요. 어떤가요? 나무늘보는 누군가의 도움을 받는 일이 익숙한가요?

제 얘기까지 하다 보니 답장이 길어졌네요. 짧은 편지로 나무늘보의 마음과 상황을 다 헤아릴 순 없지만 제 나름의 해석으로 진심을 담아 적어보았습니다. 조금이나마 다른 관점으로 생각해 보는 데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다시 이직을 고민 중이라는 나무늘보의 말이 마음에 걸려 마지막으로 한가지 꼭 드리고 싶은 말이 있어요. 나무늘보가 겪고 있는 이 상황으로 비롯된 불편함이 온전히 나무늘보의 책임은 아니라는 걸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세상에 그런 상황은 없습니다. 잘잘못을 따지는 문제 너머, 관계 속에서의 갈등은 필연적으로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것이니까요. 혼자서 고립되어 살 수 없는 우리는, 사이와 사이에서 어긋남과 부딪힘을 겪으며 좌절도 하고 배우기도 하면서 각자의 방식으로 서로에 대한 이해를 넓혀갑니다. 우리 모두 그 여정 속에 있다는 걸 기억했으면 해요. 저의 답장은 여기까지입니다. 삶을 나눠주어서 고마워요.

지금 고민이 있으시면 익명으로 밑미 고민상담소에 고민을 보내주세요. 밑미 메이트의 답변을 보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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