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성애가 없는 것 같아 고민인 모아나의 고민

모아나의 고민
"저는 모성애가 없는 걸까요?"
6세, 4세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워킹맘입니다. 남편과 친정의 적극적인 도움을 받으며 직장 생활과 육아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제 자신을 보면서 ‘나는 모성애가 없는 걸까’, ‘나는 엄마가 될 자격이 없는 사람인가’라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회사 일로 지치거나 집안이 엉망인 날이면 제 감정을 제대로 추스르지 못하고, 아이들의 사소한 행동에도 지나치게 화를 냅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잠든 뒤에는 그런 제 모습이 너무 후회되고 괴롭습니다.
얼마 전에는 퇴근하자마자 아이들을 위해 저녁을 차렸습니다. 그런데 6세 아이가 “라면 먹고 싶다”, “밥이랑 김치만 마음에 든다”면서 반찬 투정을 했습니다. 회사에서 지쳐서 퇴근한 데다, 힘들지만 아이들을 먹이려고 식사를 차렸는데 그런 말을 들으니 순간 화가 치밀었습니다. 결국 아이에게 소리를 지르고, 차려놓은 밥을 그대로 가져다 버렸습니다. 아이는 잠들기 전까지 계속 기가 죽어 있었고, 저도 그 모습을 보면서 미안하고 안쓰러웠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미안한 마음이 드는데도 화가 쉽게 풀리지 않았습니다. 양치질이나 옷 갈아입기처럼 무언가를 시킬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번에 하지 않고 “잠깐만, 이것만 하고”라며 미루거나 밍기적거리는 모습을 보면 순간적으로 너무 화가 납니다. 아이들이 아직 어린 만큼 당연히 그럴 수 있다는 것을 머리로는 아는데, 그 순간에는 제 감정이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문제는 이런 일이 반복된다는 것입니다. 남편은 멀리 출퇴근하고 있고, 집안일도 오히려 저보다 더 많이 하는 편입니다. 저 역시 평소에는 남편과 친정의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남편의 회사가 바쁜 시기라, 야근이 연이어 이어져 남편이 없는 저녁 시간에 혼자 아이들을 돌보는 것이 너무 괴롭고 버겁게 느껴집니다. 아이들을 씻기고, 먹이고, 치우고, 양치시키고, 재우는 그 일련의 과정이 하나하나 너무 힘들게 느껴집니다.
그렇다고 제가 아이들을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아이들이 예쁘고 사랑스럽고, 잘 자라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막상 제가 지쳐 있는 순간에는 아이들보다 제 감정이 먼저가 됩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화를 내고 있는 제 모습을 보면 ‘나는 왜 다른 엄마들처럼 참지 못할까’, ‘나는 정말 모성애가 없는 걸까’, ‘좋은 엄마가 될 자격이 없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듭니다. 남편과 친정의 도움을 받고 있으면서도 힘들다고 느끼는 제가 너무 이기적인 것 같기도 합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는 엄마가 되고 싶지 않습니다. 그런데 마음먹는다고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좋은 엄마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이들에게 화를 내는 제 감정을 어떻게 다루면 좋을까요. 그리고 제가 정말 모성애가 부족한 것일까요?

밑미 메이트 재은의 답변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과 육아가 힘든 마음은 얼마든지 함께 있을 수 있어요.”
모아나님, 반갑습니다! 저는 27개월 된 아들을 키우고 있는 육아 후배예요. 3개월 정도 워킹맘으로 일과 육아를 병행하다가 결국 일을 그만두었어요. 짧은 시간이었지만 두 가지를 함께 해보니 정말 쉽지 않더라고요. 두 아이를 키우면서 직장 생활까지 하고 계신 모아나님이 정말 대단하시고 동시에 얼마나 힘드실까 싶어 글을 읽으며 마음이 많이 갔어요.
저도 아이를 사랑하면서도 지치면 사소한 일에 화를 내고 또 후회하며 '나는 좋은 엄마가 맞나? 아이에게 상처를 주진 않았을까?' 자책할 때가 많아요. 그래서 모아나님이 모성애를 고민하시는 마음이 남의 이야기 같지 않았어요.
그런데 저는 이렇게 고민하시는 것 자체가 이미 좋은 엄마가 되고 싶은 마음이 크다는 뜻 아닐까 싶어요. 아이가 기죽어 있는 모습을 보며 미안하고 안쓰러워하는 것도 아이를 사랑하기 때문일 테니까요.
주변의 도움을 받고 있어도 힘든 건 이기적인 것이 아닌, 너무나 당연한 일이에요. 도움을 받는다고 해서 육아의 부담이 사라지는 건 아니니까요. 내가 결정하고 감당해야 하는 일들은 여전히 남아 있고, 육아라는 일 자체가 누군가의 도움을 받더라도 충분히 힘들 수 있는 일이잖아요. 저는 아이가 하나이고 일도 하지 않는데 남편이 가끔 야근하는 날 혼자 하루를 마무리하고 나면 진이 빠질 때가 있어요. 그런데 모아나님은 아이가 둘이잖아요. 4세, 6세면 '도깨비 아저씨 온다!'가 통하는 나이도 아니고, 자기 생각도 뚜렷해져서 하나하나 실랑이하는 일도 많을 것 같아요. 정말 쉽지 않으실 것 같아요.
저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워킹맘들과 저를 비교하며 '이 정도는 힘든 것도 아니야' 하고 스스로를 채찍질했어요. 그러다 요즘은 저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을 조금 바꿔보고 있어요. ‘나는 왜 이것밖에 못 할까?’ 대신 ‘지금 내가 무엇 때문에 이렇게 힘들까?’ 하고요. ‘나는 왜 아이에게 또 화를 냈을까?’ 대신 ‘다음에는 조금 덜 힘들 방법이 없을까?’ 하고요.
그래서 먼저 집안일부터 조금 내려놓아 봤어요. 내가 하면 되는데 싶어 고집하던 손 설거지 대신 식기세척기를 들이고, 한 번씩 배달 음식도 시키고 반찬도 사봤어요. 그랬더니 생각보다 삶의 만족도가 높아지더라고요. 마음에도 조금씩 여유가 생겼어요.
그러다 보니 아이를 대하는 제 마음도 달라지더라고요. 정성껏 준비한 밥을 아이가 안 먹으면 울화통이 터지곤 했었는데, 이제는 '그래, 한 끼 안 먹는다고 큰일 나겠어?' 하고 생각하게 됐어요. "엄마는 맛있게 먹어야지~" 하고 제 밥부터 편하게 먹었더니 오히려 아이가 저를 보면서 슬그머니 따라 먹는 날도 있더라고요.
그리고 요즘 제가 함께 시도하는 건 아이와 감정을 나누는 일이에요. 너무 힘든 날이면 아들에게 "엄마 오늘 조금 힘들었어. 안아주면 힘이 날 것 같아"라고 말해요. 그러면 아직 어린아이인데도 꼭 안아주더라고요. 그럴 때면 아이가 제 마음을 생각보다 잘 받아들이는구나 싶어 놀랍기도 하고, 위로받는 기분이 들어요.
물론 아이에게 엄마의 감정을 책임지게 하려는 건 아니에요. 다만 힘든 마음을 무조건 참거나 감추는 대신, 말로 표현하고 다른 사람과 나눌 수 있다는 걸 자연스럽게 알려주고 싶어요. 아이도 자라면서 속상하고 화나는 일이 많을 텐데, 그런 감정을 느끼는 게 잘못은 아니며 마음을 표현하고 도움을 청해도 괜찮다는 걸 알았으면 하거든요.
이미 아이에게 화를 낸 날에는 "아까 엄마가 많이 지쳐 있었나 봐. 그래도 소리 지른 건 미안해"라고 이야기하기도 해요. 가끔은 아이에게 선물할 일기에 그날의 마음을 적어두기도 해요. 무엇 때문에 힘들었는지, 왜 화가 났는지, 아이에게 미안했던 마음까지요. 나중에 아이가 엄마도 힘든 날이 있었고, 자신의 감정을 돌아보고 조금씩 나아지려고 노력했다는 걸 알게 되면 좋겠어요. 그리고 아이 자신도 힘든 날에 감정을 억누르거나 스스로를 탓하기보다, 자기 마음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법을 배웠으면 좋겠어요.
저도 여전히 화내고 후회하며 고민하는 엄마예요. 다만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과 육아가 힘든 마음은 얼마든지 함께 있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엄마도 돌봄이 필요한 사람이라는 건 꼭 말씀드리고 싶어요.
육아 대선배이신 모아나님께 이런 이야기를 감히 나누게 되었지만, 저 역시 비슷한 고민을 늘 하고 있는 엄마라 더 공감되고 마음이 가요. 자신을 탓하지 않고도 다른 길이 있을 수 있다는 걸 함께 찾아가면 좋겠어요. 저를 포함해 애쓰고 있는 모든 엄마들이 조금은 덜 자책하고, 조금은 더 편안한 마음으로 아이를 키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함께 힘내요!
지금 고민이 있으시면 익명으로 밑미 고민상담소에 고민을 보내주세요. 카운슬러의 답변을 보내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