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친구와의 미래가 보이지 않는 쌩쌩의 고민

쌩쌩의 고민
“남자 친구와의 미래가 보이지 않아요…”
6년 전 직장에서 만나 현재까지 만나는 남자 친구가 있어요. 저희 둘 다 계약직이었기에 계약이 종료되고 각자의 길을 찾아 떠났어요. 불안정한 직장 때문에 고민하던 저는 안정적인 직장을 얻었고, 조직 안에서 인정을 받으며 잘 성장하고 있어요. 반면 남자 친구는 사업을 고민하다 경기 침체로 사업을 시작하지 못하고, 잘 맞지 않은 직장에서는 금방 사표를 쓰고 나오기도 했어요. 도중에 교통사고가 크게 나서 1년여 간은 재활하는 데 몰두하기도 하고요. 처음엔 일자리를 얻는 것보다 자신의 건강이 먼저라고 한 남자 친구를 보며 몇 개월만 공백이 생겨도 너무 불안하고 힘들어하는 저와 달리 참 건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랬던 남자 친구도 번번이 면접에서 떨어지고, 직장 공백이 6년이 되어가니 자신감도 많이 위축되고, 건강도 따라주지 않으니 우울한 마음이 큰 것 같습니다. 20대 중반에 만나 30대가 된 저는 현재의 남자 친구와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결혼 얘기를 하면 남자 친구는 부모님께서 직업이 없는 남자를 좋아하시겠냐고 하더라고요. 그 말에 괜찮다고 말하기가 주저해지더라고요. 저희 아빠가 안정적인 직장이나 일거리 없이 평생을 사셔서 가족들이 많이 힘들어했거든요. 그래서 남자 친구를 보면, 슬프고 안타까운 마음과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까 하는 답답함과 제 남자 친구가 우리 아빠처럼 살게 될까 봐, 제가 엄마처럼 살게 될까 봐 우울한 마음이 큽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남자 친구를 너무 사랑하고 좋아하는데, 힘들어하는 남자 친구에게 어떤 위로를 하면 좋을지, 이런 저는 어떤 마음으로 살아야 할지 묻고 싶어요.

밑미메이트 시내의 답변
“내가 원하는 가정의 모습과 삶의 모습이 무엇인지 먼저 생각해 보세요.”
안녕하세요, 쌩쌩님.
쌩쌩님의 고민을 처음 받아보고는 비슷한 경험이 있는 기혼자로서 하고 싶은 말이 아주 많았어요. “결혼은 현실이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같은 조금은 뻔한 이야기로 쌩썡님을 이끌고 싶은 제 마음을 접어두고 쌩쌩님의 입장에서 고민을 곱씹다 보니 조금 더 본질적인 질문이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단순히 지금 남자 친구와 결혼을 할지 말지가 아니라, 쌩쌩님이 원하는 가정의 모습, 삶의 모습이 어떤 것인지가 더 중요한 고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랑하지만, 결혼을 생각하면 불안한 마음이 드는 건 당연한 일 같아요.
쌩쌩님이 원하는 건 안정적인 삶이고, 만약 그 안정적인 삶이 남편의 경제적 능력에 달려있다면 지금 남자 친구와 안정적인 가정을 이루기 어려워 보이는 건 사실입니다. 물론 만약 남자 친구가 쌩쌩님 바람대로 곧 안정적인 직장에 들어갈 수도 있고, 들어가서도 적응을 잘하고 인정을 받을 수도 있을거에요, 그리고 다시 사업으로 눈을 돌리지 않고 꾸준히 안정적인 직장에 만족하면서 가정에 충실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관계에서 제일 위험한 것이 상대가 내 기대에 부응해 줄 것이란 믿음인 것 같아요. 그 믿음을 전제로 결혼하게 되면 그 기대가 충족되지 않을 때 실망도 훨씬 커질 수밖에 없어요. 기대와 현실 사이의 간극이 클수록, 상대에게 느끼는 답답함과 서운함도 커질 거고요. 그러다 보면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질 수도 있어요. (네, 맞아요. 제 얘기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첫 번째로는 남자 친구가 바뀔 거라는 기대 없이, 지금 이 모습 그대로의 남자 친구와 결혼할 수 있는가?'를 생각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만약 쌩쌩님 생각하는 안정적인 가정이 가장의 경제적 안정에 달린 것이 아니라면 다른 방법도 있을 것 같아요. 전통적인 역할에서는 남자가 경제적 안정을 책임져야하지만 쌩쌩님의 가정이 꼭 그래야 하는 법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쌩쌩님이 안정적인 직장에 이미 만족하고 다니시는 만큼 경제적 안정을 어느 정도 책임질 수 있으실거에요. 남자 친구분은 지금처럼 본인이 원하는 직업 또는 직장을 찾는 시간이 더 필요할 수도 있고, 그러는 와중에 집안일, 육아를 담당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육아를 시작하게 된다면 둘 중 하나는 기존의 직업/직장을 어느 정도 희생해야 하니까요. 물론 이 선택지에는 남자 친구분의 동의도 필요하겠죠. 두 분이 먼저 허심탄회하게 서로가 원하는 가정, 삶의 모습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보시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두 번째로는 '내가 가정의 경제적 안정을 책임지는 역할을 맡아도 좋은가'를 생각해 보시면 좋겠어요.
한편, 남자 친구가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고, 그를 사랑하는 만큼 쌩쌩님도 어떻게 도와야 할지 고민이 많을 것 같아요. 하지만 위로하는 것과 문제를 대신 해결해 주는 것은 다르다는 걸 꼭 기억했으면 해요. 남자 친구가 자존감이 낮아져 있는 상태라면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서 그의 노력을 인정해 주는 게 중요해요. 성과에 낙담하고 있기보단 계속 방법을 찾으려 애쓰는 남자 친구의 노력을 짚어주고 응원하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주면 어떨까요? 만약 미래에 대한 불안이 크다면, 지금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격려해 주세요.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도움이 될 거예요.
하지만 쌩쌩님이 그 불안을 대신 짊어지지 않도록 주의하시면 좋겠어요. 결혼은 사랑만으로도, 현실적인 조건만으로도 유지되지 않는 것 같아요. 결국 중요한 건 두 사람이 같은 방향을 보고 함께 걸어갈 수 있는가 하는 점이에요. 남자 친구가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려는 태도를 가지고 있는지, 두 사람이 함께 어려움을 해결해 나갈 수 있는 관계인지, 미래의 기대가 아니라 지금의 남자 친구 모습 그대로를 받아들일 수 있는지 생각해 보면, 결혼에 대한 고민도 조금 더 명확해질 거예요.
남자 친구의 미래가 불확실하다고 해서 이 관계가 반드시 끝나야 하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쌩쌩님이 원하는 삶의 방향과, 지금의 남자 친구와 함께할 삶이 잘 맞는지를 고민하는 건 꼭 필요한 과정이에요. 나는 지금 이 남자 친구와, 현재의 모습 그대로 평생을 함께할 수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어떤 방향이든, 충분히 고민하고 내린 결론이라면 그 선택이 맞을 거라고 생각해요. 어떤 선택을 하든, 중요한 것은 그것이 쌩쌩님이 원하는 삶과 연결되는가 하는 점이에요.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나는 어떤 관계 속에서 온전할 수 있는지’를 들여다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해요. 이 고민이 단순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스스로를 더 깊이 이해하는 계기가 된다면, 어떤 방향으로 가든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거예요.
조급해하지 않고, 스스로를 지키면서 충분히 고민할 시간을 가졌으면 해요. 응원하고 있을게요.
지금 고민이 있으시면 익명으로 밑미 고민상담소에 고민을 보내주세요. 밑미 메이트들의 답변을 보내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