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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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의 마음은 어떤가요?
고민 상담소2025.03.02 · 읽는 데 4

수능 때문에 밑바닥으로 떨어지는 것 같은 24의 고민

24의 고민

“두 번째 수능에 실패한 후 밑바닥으로 떨어지는 것 같아요.”

저는 올해 두 번째 수능을 쳤습니다. 열심히 공부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성적은 올라가긴커녕 인생에서 가장 안 좋은 점수를 받았어요. 겨우 마음을 추스르고 추슬렀지만, 슬슬 주변에서 다른 사람들의 합격 소식을 듣게 될 때마다 다시 저 밑바닥으로 떨어지는 느낌입니다. 저는 항상 제가 충분한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생각도 부정당한 것 같고, 긍정적인 사람이라고도 생각해 왔는데 지금은 열등감과 무기력함에 빠져 아무것도 못 하고 있습니다. 부모님은 이제 수능에서 벗어나 인생의 다음 단계로 나아가라고 말씀하세요. 저도 수능을 치기 전에는 결과와 관계없이 올해가 마지막이라고 생각했고요. 그런데 너무 터무니없는 점수를 받게 되니 그 다짐은 잊게 되고 한 번 더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자꾸 들어요.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는 또 실패하면 느낄 좌절과 주변 사람들의 실망이나, 나만 아직 고등학생에 계속 머무르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에 겁이 나기도 합니다. 고등학생 때의 저는 정말 사소한 것에도 행복을 느끼고 공부를 하더라도 하루하루가 너무 즐거웠는데 지금은 무의미하게 하루를 흘려보내고 있어요. 다들 시간이 약이라고 하는데 정말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까요?

밑미 메이트 주미의 답변

“나는 충분히 했어, 이제 시기와 졸업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겠어"라는 마음이 조금씩 찾아올 거예요.

안녕하세요 24님, 고민 글을 여러 번 읽으며 계속 마음에 남는 부분이 있었어요. 24님은 “사소한 것에도 행복을 느끼고 공부를 하더라도 하루하루가 너무 즐거운” 사람이었다는 문장이요. 수험생 시절에도 그렇게 사소한 것에 행복감을 느낄 줄 아는 건 대단한 능력이거든요. 그러니 24님은 충분한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 맞고 원래 긍정적인 사람이 맞습니다. 지금 잠시 무기력에 빠져 어려운 상황을 겪고 있다고 해서, 이 시기가 24님의 본질을 바꿀 순 없다는 얘기를 먼저 해두고 시작할게요.

수능은 아니지만 저도 비슷한 실패를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너무나도 입사하고 싶었던 회사에 지원했다가 최종 단계에서 탈락한 적이 있었거든요. 평소에 자신이 없었던 영어 면접과 토론 면접까지 잘 마쳐놓고, 정작 논술 시험에서 완전히 망쳐버렸어요. 글을 잘 못 쓴 정도가 아니라, 시간 내에 마무리를 못 해서 본론 중간에서 끊겨버린 미완성의 답안지를 제출해 버렸거든요. 이후로 몇 달간 깊은 바닷속에 잠수하고 있는 기분으로 지냈습니다. 그러다 다른 곳에 취직이 되긴 했는데, 공교롭게도 그곳에서는 제가 원래 가고 싶었던 회사와 협업을 해야 할 일들이 적지 않았어요. 그때마다 저는 예전에 저와 같은 면접장에 있었을 그 회사의 신입사원들을 마주하며 왠지 모를 불편함과 패배감을 느껴야 했습니다. 24님의 고민 글이 그때의 기억과 감정들을 소환해 주네요.

그런데 좋은 소식을 하나 알려드릴게요. 시간이 지나니 정말 괜찮아져요. 어쩌면 괜찮은 정도가 아니라 아무렇지 않을 정도로 기억이 가물가물해질 때도 있고요. 실패의 경험으로 배운 것이 내 인생의 자산이 되어 나를 새로운 길로 안내해 줄 때도 있습니다. (한때는 자격 미달 수준의 글쓰기 실력으로 탈락했던 제가, 지금은 글쓰기 능력을 기반으로 직장에서 전문성을 쌓아오고 있다는 사실!) 내 인생의 전부일 거라 믿으며 간절히 바라왔던 것이, 사실은 그다지 매력적인 것은 아니었다는 걸 뒤늦게 깨닫기도 하고요. (저한테 지금 다시 그 회사에 지원할 생각이 있냐고 물으면 대답은 네버!입니다 후훗.)

반대로, 나쁜 소식도 있는데요. 이런 실패의 경험들이 앞으로도 계속 우리를 찾아올 거라는 거예요. 수능에 성공해 원하던 대학에 입학했지만, 열심히 준비한 공모전에서 입상하지 못할 수도 있고, 대학 때부터 꿈꿔왔던 직장에 합격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어요. 바라던 직업을 가지게 된 이후에도 수시로 진행하던 프로젝트가 엎어지고 실패하는 경험을 마주하게 될 거예요. 안타깝지만 내가 열심히 노력한 것과 그 노력의 결과는 항상 비례하지는 않는다는 게 현실이며, 과정과 결과가 일치하는 게 오히려 행운이 아닐까 싶네요.

그러니 제가 24님께 ‘다시 도전해 보세요’ 라던가, ‘이제는 다음 단계로 나아가세요’라던가 하는 즉답을 드릴 수는 없겠네요. 하지만 지금과 같은 선택의 기로에서 스스로 해보면 좋을 질문 하나를 드립니다.

“시험을 준비하는 ‘과정’에 아쉬움이 있었나? 다시 돌아간다면 다르게 할 수 있었을까?”

앞서 말했듯, 시험의 결과는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닙니다. 하지만 시험을 준비하는 과정과 노력은 온전히 내가 통제할 수 있죠. 그러니 하루짜리 결과가 아닌 1년 간의 과정을 다시 한번 돌아보면 어떨까요? 다시 돌아간다면 다르게 할 수 있는 부분이 남아있나요? 그렇다면 다시 시도해 보는 것을 미련이라 비하할 필요는 없습니다. 대신, 다음의 결과가 어떠한 모습이든 24님의 준비 과정에서 아쉬움이 남지 않을 정도였다면 그 결과도 조금 더 받아들이기 쉬워지지 않을까요? 그때가 되면 설령 원하던 결과가 아니더라도 ‘나는 충분히 했어, 이제 이 시기와 졸업을 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겠어’라는 마음이 조금씩 찾아올 거예요. 고등학생에 계속 머무르고 있는 것 같다는 지금의 그 마음으로부터도 해방될 수 있고요.

결과는 아쉽더라도 내가 더 이상 다르게 할 수 없을 정도로 최선을 다했다면 그 경험은 실패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저도 그렇게 제 인생 단계 단계마다 100점은 아니었지만 충분히 ‘졸업’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마음이 들면 미련 없이 다음 시기로 건너온 것 같아요. (다음 시기에는 또 그만큼의 숙제와 또 그만큼의 즐거움이 가득하답니다~)

마지막으로, 밑미에서 문장 메모 리추얼을 하고 있는 리추얼 메이트로서, 책 속 문장으로 24님을 응원하며 마무리할게요.

어느 누구든, 어떤 선택이든, 우리는 스스로에게 가장 좋은 선택을 위해 최선을 다해 고민한다. 그것이 우리가 한 '최선의 선택이다. 비록 결과가 '최고의 결과' 아니었을지라도, 나는 최선의 선택을 했던 나의 어제 그리고 선택을 최고로 만들기 위해 애썼던 매일의 최선의 날들을 사랑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의 그 실패는 실패로 기록하지 않는다.” – 서은아, <응원하는 마음>

이 글을 읽고 나서
비워둘 30분, 오늘부터 만들어볼까요?

이 글과 맞닿은 리추얼을 준비하고 있어요. 14일 코스, 누른 날이 1일차예요.

준비 중
나 리추얼 — COMING SOON
14일 · 오늘 시작 가능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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