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미
CONTENTS
지금 나의 마음은 어떤가요?
고민 상담소2024.11.08 · 읽는 데 3

부탁을 거절하지 못해 힘든 마시멜로의 고민

마시멜로의 고민

“남의 부탁을 계속 들어주다가 화를 참지 못해 폭발하는 패턴을 극복하고 싶어요.”

회사에서 바쁘거나 외근 중인 사람의 일까지 대신 처리하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그때마다 '저 사람들도 바쁘고 정신없으니까.’라고 생각하며 다른 사람들의 업무를 처리했어요. 최근에도 어떤 분이 놓치는 업무를 저에게 계속 부탁해 왔어요. “미안해요. 제가 다음에 커피 살게요.” 같은 말도 덧붙이면서요. 얼마 전에도 그분이 업무 지원을 요청한 일이 있었는데, 본인이 어느 정도 해놓은 것처럼 이야기했는데 알고 보니 제가 처음부터 파일을 만들어야 하는 거더라고요. 그분이 “미안해요. 제가 다음에 커피 살게요.”라고 하는데 갑자기 제 안에서 머릿속에 둑이 무너져 내린 것처럼 화가 나더라고요. '내가 그렇게 만만해? 그놈의 커피커피! 내가 얼마나 만만하면 맨날 미안해요 미안해요~ 하면서 계속 저렇게 부탁해?'라는 생각이 들면서요. 사무실에서 차마 화를 내진 못하고, 참느라 얼굴이 벌게진 저를 보고 심상치 않다는 걸 눈치챈 다른 직원분이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는 데 눈물이 날 것 같았습니다.

내가 저 사람에게 어떻게 대응했어야 하는지, 단호하게 말했어야 했던 건지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저 사람도 급해서 부탁하는 것일 테니 웬만하면 들어주자고 생각하며 받아주다가 결국 일방적인 부탁에 화가 폭발해서 참지 못하게 되는 패턴을 반복하고 있는 것 같아요. 회사에서든 어디에서든 똑 부러지게 거절하고, 감정 표현하는 분들 부럽습니다. 대체 사무실에서 화가 나는 순간들은 어떻게 참고 계실까요? 제가 앞으로 어떻게 해야 이 패턴을 반복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심리 카운슬러 슝슝 님의 답변

“나의 선의를 고맙게 받고, 기꺼이 돕고 싶은 사람에게 선의를 베풀어보세요.”

반가워요. 잘 왔습니다. 마시멜로의 고민을 읽으며 거절 못 하는 1인, 알겠다 해놓고 불평하는 1인, 갑자기 정색하고 폭발하는 1인으로 살아온 지난 긴 세월이 떠올랐어요. 어떻게 해야 할지는 마시멜로도 이미 알 것 같네요. 하지만 그 전에 다른 이들의 부탁에 기꺼이 시간과 정성을 들이는 마시멜로의 착한 마음에 박수를 보내고 싶어요. 이 각박한 세상에 참 귀한 성품을 가진 마시멜로예요. 클레어 키건의 아름다운 소설들인 ‘맡겨진 소녀’와 ‘이처럼 사소한 것들’도 생각나요. 마시멜로의 작은 친절과 선한 용기에 구원받은 사람들이 마시멜로의 인생 곳곳에 얼마나 많을까 생각해 봅니다.

하지만 고민글의 ‘동료’처럼 마시멜로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죠. 여러 작은 아쉬움, 서운함들이 쌓여 폭발할 때도 가끔 있고요. 저는 꼭 원치 않는 장소에서 죄 없는 상대를 놀라게 해서 한참을 후회하고 자책하는 일들이 많았어요. 지금은 좀 덜해요. ‘똑 부러지게’ 내 생각을 표현하고 ‘단호하게’ 거절하는 건 어렵지만, 다른 이들의 속도와 분위기의 압박이 아니라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집중해서 선택하는 연습을 하고 있거든요. 제대로 생각할 기회 없이 엉겁결에 일을 맡게 되거나, 뭔가 급한 결정이 이루어지며 원치 않는 역할이 주어지는 일은 여전히 있어요. 그럴 때마다 저는 여전히 ‘어버버’ 하거든요. 가끔 자신에게 유리하게 분위기를 몰아가는 사람들이 있고요. 물론 그자들은 저의 인생에서 아웃입니다만, 이미 결정된 일들도 저는 하지 않습니다(하하).

고민글과 같은 상황이라면, 어쩔 수 없이 일을 떠맡았다 하더라도 생각해 보고 아닌 것 같으면, 그 분에게 문자를 보낼 것 같아요. “ㅇㅇ님, 미안해요. 아까 부탁한 것 제가 해드리기 어려울 것 같아요. 이런저런 사정이 있는 걸 깜박했네요.”라고요. 상대는 아까 괜찮다했으면서 이제 와서 말 바꾸면 어떡하냐, 곤란하다 등 나를 비난하겠죠. 그러면 “그러게요. 미안해요. 커피는 안 사주셔도 괜찮아요.” 답하고요. 나중에도 또 험담하고 비난하면 “그러게요. 곤란했겠네요. 그러니 이제 부탁하지 마세요.”라고 답하고요. 정말 어떤 사람들은 끈질기게 자신을 정당화하며 불평을 하기도 하더라고요. 하지만 점점 분명해지지 않나요? 마시멜로의 도움에 진심으로 고마워하지 않을 사람, 끝내 인생에 도움이 되지 않을 사람이라는 게요.

마시멜로는 마시멜로의 속도로 선택하면 됩니다. 실수로 하겠다고 한 것들도 생각해보니 아닌 것 같다고 정중히 사과하고 거절하면 됩니다. 어떤 사람은 이미 하겠다고 했으니 무를 수 없다고 하기도 하는데요. 계약서를 썼으면 손해를 배상하면 되고, 말로 한 부탁이었으면 미안하다고 하면 될 일이에요. 사실 빨리 결정하라는 등 마시멜로를 불안하게 하거나 곤란하게 만드는 부탁은 일단 바로 답변하지 않는 것도 한 가지 방법입니다. 급한 건 마시멜로가 아니라 상대잖아요. 상대의 문제를 해결할 책임은 자신에게 있는 거니까요. 서두르며 질 나쁜 선택을 유도하는 부탁을 하는 사람은 일단 보류해버리세요.

마시멜로, 못된 사람이 되라는 말이 아닙니다. 마시멜로의 선한 마음과 친절한 도움을 진심으로 감사하게 받고, 역시 마시멜로의 어려움에 기꺼이 시간과 노력을 들일 괜찮은 사람에게만 사랑을 베풀어주세요. 요약하자면 나의 속도로 선택하고, 떠밀려 잘못한 선택은 늦게라도 거절하기, 고마운 줄 알고 보답할 줄 아는 사람들에게 집중하기 정도일까요? 연습할수록 내 안의 여유로운 에너지로 내가 진짜 사랑하는 사람들과 무엇보다 나 자신을 위한 선택을 할 수 있을 거예요. 어떤가요? 평생 조금씩 더 잘할 수 있도록 연습할 만한 주제 맞죠? 물론 저도 계속 연습 중입니다. 함께해요!

지금 고민이 있으시면 익명으로 밑미 고민상담소에 고민을 보내주세요. 카운슬러의 답변을 보내드립니다.

이 글을 읽고 나서
비워둘 30분, 오늘부터 만들어볼까요?

이 글과 맞닿은 리추얼을 준비하고 있어요. 14일 코스, 누른 날이 1일차예요.

준비 중
나 리추얼 — COMING SOON
14일 · 오늘 시작 가능 예정
밑미레터

매주 월요일 아침 6시 편지를 보내드려요.

밑미레터 구독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