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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의 마음은 어떤가요?
고민 상담소2022.08.10 · 읽는 데 2

장녀 말고 나로 살고 싶은 RisingMoon님의 고민

RisingMoon님의 고민

3남매 중 장녀, K-장녀로 살아왔어요. '첫째가 잘해야 동생들도 보고 배운다."라는 훈육을 들어와서인지, 동생들이 엇나가면 내가 잘못하지는 않았나 죄책감이 들어요. 아직 하고 싶고, 배우고 싶은 게 많은 20대 후반인데, 늦게 시작하는 공부가 사치인 것 같고, 집안에 보탬이 되어야 하는 건 아닌지 고민이 됩니다. 이 죄책감과 가족이라는 울타리에서 벗어나 진정한 나로 살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심리 카운슬러 신지윤 님의 답변

K-장녀. 그것도 3남매의 장녀(혹시 막내는 남동생인가요?)라는 것이 상징하는 바는 아마 한국의 딸들만 알 수 있겠죠. 저는 장녀는 아니지만, 첫 문장에서 많은 것들을 격렬히 공감하며 답변을 시작합니다.

제가 지난 가을 밑미에서 K-장녀들의 집단상담을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정말 많은 이야기와, 웃음과 눈물이 오갔던 시간이었죠. 그때 나왔던 이야기 중의 하나가 바로 가족, 특히 엄마와 동생들에 대한 선을 넘은 책임감 그리고 그것에서 비롯된 죄책감이었습니다. 죄책감은 조용하게 돌아가는 거대한 프로그램 같아요. RisingMoon님의 컴퓨터에 항시 돌아가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그게 어마어마한 데이터를 잡아먹고 있다고 생각해보죠. 그러면 정작 RisingMoon님이 돌려야 할 프로그램은 잘 돌아가기 어렵고 꺼지기 일쑤겠죠.

우리가 내가 하고 싶은 것, 배우고 싶은 것을 안다는 건 너무나 중요한 일입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가, 무엇을 배우는가는 결국 내가 누구인가를 결정하는 것이니까요. 그러니까 이런 모든 것은 욕심도, 이기심도 아닌, 내가 나이고자 하는 인간이라면 당연히 가져야 하는 건강한 욕구인 거죠.

그래서 RisingMoon님께 드리고 싶은 말씀은, 죄책감과 가족이라는 울타리에 벗어나는 것은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할 필요도 없이, RisingMoon님이 원래부터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RisingMoon님의 고민이 헛된 것이라는 뜻이 아닙니다. 다만, 그 고민이 어디서 왜 오는지에 대해 잘 생각해보는 것이 어떻게 벗어날지를 고민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주제임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RisingMoon님을 비롯해 내 것이 아닌 책임을 많이 지고 계신 분들은 ‘나’에 대해 고민하는 것 자체에 죄책감을 느끼고 계시기도 합니다. 가족 안에서의 역할에 너무 익숙해져서 딸이나 누나, 언니가 아닌 나에 대해 생각하는 것에 쓰는 에너지조차 그들에게 써야 하는 건 아닌지 고민하시기도 하고요. 그렇게 자꾸만 주저앉게 되는 나의 마음을 ‘희생’이라는 이름으로 덮어보기도 하지만 마음속 한구석에서 내가 나로 살지 못하는 것에 대한 억울함과 답답함, 화가 자꾸만 문을 두드리게 되죠. 자꾸만 이게 쌓이다 보면 아마 RisingMoon님에게 다른 방식의 신체적, 심리적 어려움으로 소리를 지를지도 몰라요. 장녀 말고, 누나 말고, 언니 말고, 그냥 너로 살아! 그건 그냥 당연한 거야!

RisingMoon님의 글을 읽으면서 충분히 그럴만한 힘이 있다고 느껴서, 이렇게 제가 RisingMoon님의 등을 힘껏 밀어드립니다. 지금 발 앞에 있는 그 선, 그 선 한 번만 넘어보세요. 생각보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여전히 세상은 잘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실 거예요. 힘껏 응원합니다.

지금 고민이 있으시면 익명으로 밑미 고민상담소에 고민을 보내주세요. 카운슬러의 답변을 보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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