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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의 마음은 어떤가요?
고민 상담소2024.09.27 · 읽는 데 4

사람들과 가까워지는 게 두려운 해일의 고민

해일의 고민

“사람들과 가까워지는 게 두려워요…”

인간관계가 너무 어려워요. 학교 다닐 때는 인간관계가 그냥 주어지잖아요, 그래서 제 편한 대로 생각하며 살아도 주위에 한 명 정도는 꼭 있었어요. 그런데 졸업하고 나니 깊게 쌓아온 인간관계가 없다는 걸 깨달았어요. 혼자인 게 편하다고 스스로 생각했지만, 다른 사람들이 타인과의 애정과 사랑을 쌓아올 때 저는 혼자 몸부림치고 있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걸 다른 사람들이 과연 몰랐을까? 싶기도 하고요.

현실과 제 상상의 괴리감을 느끼고 나서 보니, 제가 인간관계의 벽이 깨지는 걸 정말 무서워한다는 걸 알게 됐어요. 가벼운 관계는 부담이 안 되지만, 나를 좀 더 알게 되는 사람이 생기면 그때부터 두려움이 생겨요. 그 사람이 나에 대해 했을 생각들이 불안하고, 자꾸 저를 꾸며내야 할 것 같이 느끼죠. 제가 선망하는 사람들은 생각이 깊고, 스스로에 대한 애정이 많아서 남들에게도 사랑을 잘 주는 그런 사람이지만 저는 남들을 위로하지도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남들에게 위로도 사랑도 못 받음에 슬퍼하는 그런 사람이에요. 저도 남들을 받아들이지 않고, 남들도 저를 받아들이지 않는 그런 사람이요.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저 같은 사람들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저도 알아서 저에 대해 알아가는 사람들이 두렵다고 느끼는 듯해요.

겉핥기식으로만 관계를 맺을 땐 적당히 좋은 사람으로 비칠 수 있지만 저에 대해 알게 되면 그렇지 않다는 걸 알게 될 거고 그로 인해 저를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는 게 정말 무서워요. 그래서 자꾸 저와 사람 사이의 벽이 깨지지 않도록 불안하게 살게 되는 것 같은데 그럴수록 제가 고립돼 가는 기분이 들어요. 실은 저도 이 벽을 깨트리고 저를 드러내고, 사람들도 받아들이면서 살고 싶지만 그게 어떤 느낌인지도 모르겠고 그저 도망가고 싶단 생각만 드네요. 제가 바뀔 수 있을까요?

심리 카운슬러 슝슝 님의 답변

“가벼운 관계 시작하기와 혼자 잘 지내기라는 강점을 안고 한 걸음씩 나아가봐요.”

해일, 반가워요. 고민글을 쓰면서, 이 글을 저와 밑미 고민상담소를 읽는 수백 명 이상의 사람들이 읽을 거라는 생각, 해봤나요? 해일의 걱정을, 속마음을 드러낸 거잖아요. 눈앞에 마주할 사람들은 아니라 조금 안심하고 쓸 수 있었을지도요. 이렇게 이야기 꺼내줘서 고마워요. 해일님이 저를 믿고 말해준 거잖아요. ‘나는 지금까지 나만 생각하면서 살아왔는데, 이제야 다른 사람과 마음을 터놓고 함께 지내고 싶은데, 나를 받아들여 줄까?’ 염려하는 마음도 자연스럽고 이해가 되지만, 그 마음을 솔직하게 드러내며 말을 거는 해일을 환영해요. 자, 안으로 들어와요. 이 글이 어떻게 이어질까 궁금하고 긴장되겠지만, 잠시 멈추고 따듯한 차 한 잔 우려서 온기를 느끼며 천천히 읽었으면 좋겠네요.

진짜 친구는 청소년 시절, 늦어도 대학 때까지 만난 사람들이라는 말이 있어요. 결국에는 가족밖에 없다는 말만큼이나 거짓말이에요. 내가 나 자신을 잘 돌보고 책임지면서, 여러 이유로 만나게 된 사람들을 진심으로 존중하며 다가갈 마음이 있다면 죽는 순간까지 편안하고 친밀한 관계를 만들어 갈 수 있어요. 그러니까 안심하세요. 해일이 원한다면, 포기하지 않고 관계라는 미지의 세계에 계속 도전한다면, 이해와 사랑을 주고받는 만큼 오해와 상처도 주고받으면서 해일만의 관계 경험과 노하우를 쌓아간다면 얼마든지 해일도 좋은 인연들을 만날 수 있어요.

더 좋은 소식이 있어요. ‘제가 바뀔 수 있을까요?’ 하고 물었는데, 그렇게 많이 바꾸려 애쓰지 않아도 됩니다. 시간이 아주 많아요. 해일이 관계를 대하는 태도는 몇십 년 동안 해일이 만나고 헤어지는 경험의 결과로 바뀌어 있을 수는 있겠지만, 지금 억지로 바꾸진 않아도 됩니다. 할 수 있는 만큼 ‘나를 솔직하게 드러내 봐야지, 자신을 드러내는 상대를 존중해 줘야지’ 정도만 다짐해 보세요. 까맣게 잊고 실수하거나 잘못하면, 사과를 하고 또 결심하고 다시 관계 속으로 들어가면 됩니다.

해일은 겉할기식 관계를 잘 맺는다고 했죠. 이미 관계의 절반은 성공입니다. 관계의 초반에는 서로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같이 즐거운 순간을 보내는 시간이 중요해요. 친밀한 관계는 해일의 기존 관계와는 다른 특수한 관계가 아니라 서로에게 호감을 가지고 좋아하는 활동, 스몰 토크를 하며 편해진 다음, 조금씩 사회적인 가면을 벗고 맨얼굴, 부정적인 감정 등의 속마음을 드러내며 깊어진 결과입니다. 그 과정에서 서로의 반응을 살피며 하나둘 힘든 과거, 현재의 혼란, 미래에 대한 걱정 등을 주고받으며, 이 관계가 여전히 안전한지 확인하는 섬세한 과정이고요. 다투고 사과하고 용서하고, 오해하고 멀어지고 회복하는 복잡다단한 일들을 함께 겪으면서요.

에너지가 많이 드는 일이고, 익숙하지 않을수록 금방 지치기도 하니, 처음부터 여러 관계에 적용하기보다는 이미 만나고 있는 사람들 중에서 그나마 제일 편안하고 안전하다고 생각되는 한 사람에게 시도해 봐도 좋아요. 아예 진솔한 대화와 상호 존중을 전제로 한 작은 커뮤니티를 찾아가도 좋고요. 저는 정적인 사람이라 집 근처 동네 책방 모임을 많이 추천합니다만 성향에 따라 달리기 등의 몸을 많이 움직이는 모임도 좋겠죠. 온라인 리추얼인 밑미는 오프라인 모임보다 부담이 적고, 다양한 취향을 기반으로 한 따듯한 공동체이니 첫 시작으로 추천하고요. 반대로 안전하고 깊이 있는 관계를 트레이닝 받은 전문가와 함께하는 심리상담도 해일이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 중에 하나예요. 연애는 진짜, 와우, 친밀함과 치열함의 끝판왕이나 너무 난이도가 무지막지한 것 같네요. 후훗, 진담입니다.

맞다. 해일이 이미 가지고 있는 혼자 있는 게 편하고, 혼자서도 잘 지내는 건 좋은 관계를 맺는 데도 아주 중요한 능력이에요. 이미 해일은 관계 맺기에 필요한 능력을 두 가지나 가지고 있습니다. 가벼운 관계 시작하기와 혼자 잘 지내기요. 자신의 단점과 동시에 자신의 강점도 인정해 주세요. 내 현재의 모습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사람이 진정으로 타인과 세상을 껴안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두려움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두려운 마음으로 드러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을 이해하고, 당신과 함께하고 싶어서 여기에 있다고 말하길 바랍니다. 적어도 저와 같은 사람들은 해일의 떨리는 마음을 매우 환영합니다. 해일, 참 잘 왔어요. 용기를 내줘서 고마워요. 자, 이제 우리 같이 이야기해요. 함께 성장해요.

지금 고민이 있으시면 익명으로 밑미 고민상담소에 고민을 보내주세요. 카운슬러의 답변을 보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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