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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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의 마음은 어떤가요?
고민 상담소2024.09.21 · 읽는 데 5

눈치는 그만 보고 솔직해지고 싶은 샤이의 고민

샤이의 고민

“상대의 반응이 걱정돼 입을 다물어요.”

내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즐거운 일이나 힘든 일 같은 소소한 이야기를 주변 사람과 함께 나누고 싶은데 자꾸 망설여져요. 다른 사람들은 자기 이야기를 잘 풀어놓는 것 같은데 저는 다른 사람 눈치나 기분을 많이 살피는 편이라 그런지 ‘상대방이 듣기 싫어하면 어쩌나’ ‘재밌지 않은 이야기면 어쩌나’ 걱정하며 입을 열지 않게 돼요. 막상 이야기를 시작하면 횡설수설하거나 약간 과장도 하고요. 지나고 나면 ‘그게 뭐라고 그렇게 말했지’ 하며 솔직하지 못했던 스스로가 부끄러워져요. 어떻게 하면 저에게 확신이 있고 타인에 의해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요? 조금 부족하더라도 솔직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거짓투성이인 저를 사랑하기가 힘들어요.

밑미와 슝슝의 고민상담

“눈치는 신중함과 사려 깊음의 증거기도 해요.”

이야기를 할 때 다른 사람 눈치나 기분을 많이 살피고 이미 뱉은 말도 괜히 말했나 후회한다고요? 샤이의 고민을 듣고 공감한 사람이 많을 것 같아요. 생각해보면 저도 사람들과 이야기할 때 괜히 말실수하지는 않을까, 후회하지는 않을까, 분위기에 안 맞는 말을 하는 건 아닐까 눈치를 볼 때가 많거든요.

도대체 눈치란 뭘까요? 찾아보다가 재밌는 사실을 알았는데요, 눈치를 영어로 번역할 때 일대일로 대응되는 단어가 없다는 거예요. 한국계 미국인이자 《눈치》의 저자 유니 홍은 눈치란 ‘방 안의 공기를 읽을 수 있는 능력’이라고 이야기해요. 상황의 맥락을 이해하고 다른 사람의 마음이 어떤지 그 상황에 맞게 추측하거나 알아차리는 거죠. 그만큼 눈치가 빠르다는 건 능동적으로 상황을 잘 파악하는 능력이 있음을 뜻해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빠르게 분위기를 파악하는 능력은 관계를 맺고 사회생활을 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죠.

특히 한국 사회는 개개인의 고유성과 개성보다는 집단에서의 관계성을 유난히 중시하기에 다른 사람, 특히 나보다 나이가 많거나 위치가 높은 사람의 기분을 잘 읽는 일이 중요할 때가 많아요. 이렇게 집단 내 관계가 중요한 사회에서는 실제로 옳고 그른지와 상관없이 다수의 눈치에 맞춰 행동하는 걸 올바른 행동으로 여기기도 하고 반대로 소수 의견을 제시하는 사람은 그 의견이 옳을지라도 눈치 없다는 구박을 받기도 하죠.

‘나 때문일까?’의 함정에서 벗어나세요

눈치를 본다는 건 판단 주체를 내가 아닌 타인에게 넘기는 걸 뜻해요. 과도하게 눈치를 보다 보면 내 생각보다는 다수 의견에, 내 감정보다는 타인의 기분에 맞춰 행동하는 데 더 익숙해지죠. 이런 생각과 행동 패턴이 반복되면 내가 아니라 타인이 원하는 것 위주로 생각하게 되고 남의 시선을 신경 쓰느라 정작 내가 원하는 게 뭔지, 나는 어떤 사람인지는 잊어버려요.

특히 눈치가 빠른 사람은 자책의 함정에 빠지기 쉬워요. 샤이도 그럴 가능성이 크답니다. 눈치가 빨라 분위기와 맥락을 잘 읽고 다른 사람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까지는 좋은데 행여나 상황이 부정적으로 흘러가면 ‘나 때문은 아닐까?’ 하고 자책하는 거죠.

사실 자책하는 사람의 심리를 더 깊이 분석하면 그 안에 과도한 자기중심성이 있는 경우가 많아요. 세상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해요.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 또한 여러 원인이 복합돼 발생해요. 하지만 자책하는 성향이 있는 사람은 복잡하고 다양한 원인을 고민하는 대신 자기 자신에게 모든 책임을 돌림으로써 상황을 지나치게 단순화하고 정작 신경 써야 하는 문제에는 눈을 감아버리죠. 그렇게 해서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불가능하게 만들어버려요. 눈치를 과도하게 보고 자책하는 버릇이 있다면 어떤 일을 좀 더 넓게, 다양한 시각으로 보는 연습을 하는 게 중요해요. 또 눈치가 나를 조종하지 않도록 삶의 주체성을 남에게 넘기지 않아야 하고요.

눈치 없이 살아도 괜찮아요

《눈치》는 눈치의 여러 장점에 관해 이야기했지만 지금 샤이에게 진짜 필요한 건 어쩌면 눈치를 잠시 내려놓는 일일지도 모르겠어요. 과도하게 눈치 보느라 정작 들여다보지 못했던 내면의 목소리를 듣고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뭔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보내는 거예요. 관계의 맥락을 파악하고 집단의 분위기를 잘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사람을 너무 신경 쓰느라 정작 나를 잃어버리지는 않아야 하니까요.

사실 스스로에게 확신에 가득 차 타인에 의해 ‘전혀’ 흔들리지 않는 사람은 없어요. 아마 있다고 해도 가까이하기 싫은 독단적인 사람일 것 같기도 하고요. 그러니 어떤 이상적인 인간상이 있고 내가 그 반대편에 있다는 생각은 하지 말아주세요. 말로 표현하기 전에 내 생각을 살피고 타인의 반응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은 신중하고 사려 깊은 사람이 가진 귀한 덕목이에요. 더 솔직하고 편하게 말하고 싶은 샤이의 마음은 알겠지만 자신의 부정적인 면뿐만 아니라 긍정적인 면도 함께 봐주세요. 내 긍정성 혹은 강점을 인정하면 내게 익숙하지 않은 일을 시도할 든든한 받침돌이 됩니다.

신중하고 사려 깊은 샤이(앞으로 제가 이렇게 부르면 “네, 저는 정말 신중하고 사려 깊은 사람이에요”라고 대답해주세요. 연습해볼까요?), 신중하고 사려 깊은 샤이(“네, 저는 정말 신중하고 사려 깊은 사람이에요”), 솔직하고 편안하게 말하는 연습을 할 수 있는 두 가지 방법을 제안합니다. 지속적으로 만나는 친밀한 관계에서 이 연습을 해보길 권해요. 한번 들어보세요.

눈치 보는 나를 벗어나는 방법

첫째는 확인하기, 정정하기예요. 말하고 나니 내가 너무 횡설수설한 것 아닌가 싶을 때는 상대에게 물어보세요. “내 말이 어떻게 들려? 내 의도가 잘 전달됐는지 궁금해”라고요. 그리고 약간 거짓말을 보태거나 부풀리거나 축소해서 말했다면 조금 시간이 지났더라도 말이나 메시지 등으로 다시 정정해주세요. “이런 이유로 내가 사실과 좀 다르게 말한 것 같아서” 같은 말을 덧붙여서요. ‘긴장되는 상황이어서’ ‘잘 보이고 싶어서’ 등의 이유일 때가 많을 것 같네요. 그만큼 상대와의 관계를 중요하게 여기는 데다 솔직하게 정정까지 하는 신중하고 사려 깊은 샤이(그냥 넘어가려고 한 건 아니죠? 뭐라고 해야 하나요?)에게 상대는 더욱 믿음이 생길 거예요.

둘째는 양해를 구하고 연습하기예요. 친밀하고 나를 잘 이해하는 친구와의 대화에서도 좋고요, 온·오프라인의 소규모 독서 모임이나 마음 나눔 모임에서도 좋아요. 시작부터, 자기소개부터 신중하게 내 고민을 말하고 솔직하게 ‘나는 말하기 연습을 하고 있으니 혹시 내가 말실수를 하거나 내 말이 무례하게 들리면 꼭 피드백을 해주면 정말 고맙겠다’라고 하는 거예요. 두세 사람과 대화 중이었다면 내 말이 어땠는지 피드백을 부탁해도 좋고요. 아마 대부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는 대답을 듣겠지만 그리고 그 말이 안 믿기겠지만 정말 별로 이상하지도 어색하지도 않았을 거예요. 신중하고 사려 깊은 샤이가 자기 검열을 좀 느슨하게 한대도 무의식적으로 ‘필터링’을 거칠 거라서요. 언제나 이성을 못 놓는 사람에게 마음 놓고 놀고 쉬는 연습을 아무리 시킨다 해도 원래 잘 노는 사람에게는 턱없이 못 미치거든요. 본인은 큰일이 난 것처럼 걱정하지만 말이죠.

이 두 연습을 상황이 될 때마다 반복해보세요. 그럼 점점 편안하고 솔직하게 말하는 데 익숙해질 거고 그럴 수 있는 대상도 조금씩 늘어날 거예요.

다른 사람의 기분을 파악하려 노력하고 조심히 말하려 하고 거짓을 멀리하려고 애쓰는 샤이의 모습이 한편으로는 안쓰럽지만 한편으로는 귀하고 아름다워요. 이제는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만큼 자신을 조금만 더 사랑해주세요. 어떤 말과 행동과 능력과 성취 때문이 아니라 한 몸으로 같이 살아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요. 저도 자주 저를 사랑하려고 마음먹고 말하고 써요. 잘 안돼서요. 하지만 우리는 사랑의 힘으로만 성장할 수 있어요. 언제나 사랑이 먼저예요. 사랑 안에서 조금씩 더 솔직해지기, 우리 같이 해봐요.

소개된 고민과 답변은 책 <급할 것도 없고요, 정답도 없습니다> 에 소개된 내용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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