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미
CONTENTS
지금 나의 마음은 어떤가요?
고민 상담소2022.08.10 · 읽는 데 2

허무함이 찾아온 순이 님의 고민

순이 님의 고민

주어진 일을 잘 해결하는 능력이 저의 유일무이한 재능이에요. 행운인지 불행인지 평생을 경주마처럼 살아왔고 그 경기가 마무리되니 공허함이 크게 찾아오네요. 좋아하는 공부를 박사까지 끝냈지만 이제 와서 ‘나는 누구인가’부터 시작해서 ‘나 이제 그럼 뭐 먹고살지’라는 생각까지.. 어느 날부터 허무함이 슬슬 다가오더니 저를 덮쳐버린 것 같아요. 이런 저에게 작은 조언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밑미 심리 카운슬러 신지윤 님의 답변

‘나는 누구인가’ 하는 실존적 질문부터 ‘뭐 먹고 살지’ 라는 실제적 질문이 허무함이 되어 한꺼번에 순이님을 찾아오고 있네요. 허무함이란 감정은 우리가 간절히 기대했던 것들이 사실은 내가 생각한 것이 아닐 때, 그 차이에서 오는 감정이겠죠. 박사 학위를 통해 무엇을 얻길 기대하셨나요? 학위의 끝엔 어떤 답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셨나요? 우리의 모든 선택엔 다 이유가 있고 대부분은 무언가를 찾고 싶은 시도입니다. 박사과정을 선택하셨을 때 찾고 싶으셨던 답이 무엇일지, 이젠 돌아볼 시간이 된 것 같네요.

하지만 이 질문에는 함정이 있어요. 성취 혹은 원하는 결과, 완료가 답을 찾아주진 않는다는 점이죠. 우리는 종종 ‘내가 이것만 마치면’ ‘이것만 얻으면’ 답을 찾을 수 있을 거라 기대합니다. 그래서 경주마처럼 모든 것을 걸고 전력질주를 하곤 하죠. 무언가를 향해 전심전력으로 달려가는 것은 의미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내가 인생의 어느 순간 진심으로 열정을 다했다는데 의의가 있을 뿐, 그 자체가 무엇을 보장해주진 않아요. 세상은 우리에게 열심히 살라고 권하지만, 사실 그것이 아무것도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건, 참 아이러니한 일이죠.

그럼 대체 우리는 삶의 답을 어디서, 어떻게 찾아야 할까요. 저의 경험과 또 상담을 하며 변화한 내담자들의 삶을 비추어보면, 우리 삶의 답은 대부분 결과가 아닌 과정에 있는 것 같습니다. 박사과정에서 겪었던 수많은 대인관계의 갈등에서 아마 순이님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갈등을 해결하고 또 어떤 스트레스에 취약한지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셨을 거예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같은, 끝없이 내가 모르는 것만을 확인하는 것 같은 길고 긴 논문 과정을 통해선 아마도 자신의 여러 한계를 경험하셨겠죠.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과정을 완주하기 위해 스스로를 추스르고 일으켜 다시 책상에 앉는 시간들을 통해 스스로에게 관대하고 친절하며 무엇보다 스스로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방법을 찾으셨을 것입니다.

학위는 아무것도 보장하지 않습니다. 그저 우리는 학위증 한 장을 더 받은 거겠죠. 우리의 학위 논문은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만한 대단한 것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길고 긴 과정을 통해 스스로와 더 깊이 대화를 나누고, 그 과정에서 스스로를 버리지 않고 끝까지 함께한 경험은 ‘박사’라는 타이틀로는 설명할 수 없는, 순이님 인생 끝까지 함께 할 든든한 빽이 될 거예요. 박사는 독립적으로 연구할 수 있다는 자격이라고들 하죠. 순이님의 전공 분야뿐 아니라 순이님 자신을 더 잘 이해하고, 앞으로 더 많이 알아갈 수 있는 자격을 따신 것 축하합니다, Dr. 순이!

지금 고민이 있으시면 익명으로 밑미 고민상담소에 고민을 보내주세요. 카운슬러의 답변을 보내드립니다.

이 글을 읽고 나서
비워둘 30분, 오늘부터 만들어볼까요?

이 글과 맞닿은 리추얼을 준비하고 있어요. 14일 코스, 누른 날이 1일차예요.

준비 중
나 리추얼 — COMING SOON
14일 · 오늘 시작 가능 예정
밑미레터

매주 월요일 아침 6시 편지를 보내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