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미
CONTENTS
지금 나의 마음은 어떤가요?
고민 상담소2024.10.27 · 읽는 데 3

부모님의 가속노화 생활 습관 때문에 힘든 작은나무의 고민

작은나무의 고민

“부모님의 가속노화 생활 습관 때문에 힘이 듭니다.”

60대 부모님을 모시고(실은 제가 얹혀서 살고...) 있는 30대 후반의 딸입니다. 지금껏 크게 분란이 없었던 가족 관계에 '건강'이라는 화두가 들어오면서 부모님과 불화가 짙어지고 있습니다. 자영업을 하시는 부모님은 점심을 거르기 일쑤입니다. 그리곤 저녁에 들어와 '간단히', '가속노화' 식단으로 허기를 급히 해결하시죠. 그리곤 금세 잠에 들어버리십니다. 소화를 채 못 시키신 상태로요. 저도 부모님이 살아오신 궤적을 존중하고 존경합니다. 그렇게 저와 우리 가족을 먹여 살리셨고 이끌어 오셨으니까요. 그런데 어느덧 저도 머리가 커졌는지 걱정되는 마음에 '엄마아빠 나이엔 끼니를 굶으면 안 된다, 건강하게 먹어보자, 운동을 해보는 게 어떠냐'라고 말씀드리면 한 귀로 듣고 흘려버리는 모습에 화가 납니다. 아마도 건강에 신경 쓸 여력이 없으신 거겠죠. 제가 드리는 말씀이 잔소리가 되지 않도록 밥도 차려봤고, 운동도 함께 나가자고 이끌어봤으나 관성은 무서운 건가 봐요, 다시 생활 습관이 돌아옵니다. 요즘 가슴이 펑, 하고 터져버릴 것 같아요. 저의 고집으로 부모님을 괴롭히고 있는 건 아닌지, 그렇다고 손 놓고 부모님의 건강을 방치하는 게 맞는지의 기로에서 균형을 못 잡고 있습니다. 저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심리 카운슬러 슝슝 님의 답변

“조언은 멈추고, 함께 즐겁고 편안한 시간을 만들어 가는 데 집중해 보세요. ”

작은나무, 반갑습니다. ‘가속노화 생활습관’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습니다. 고민글을 읽으면서 나의 건강을 잘 돌보지 않고, 뒤로 미루거나 소홀히 하는 방식의 생활이 몸에 벤 것을 말하는 것 같네요. 육십 대인 부모님이 끼니를 거르거나 불량하게 떼우고, 적절한 운동이나 휴식, 수면도 안 챙기며 일만 하는 모습에 걱정이 되나봐요. 작은나무가 조언하거나, 챙겨도 그때뿐이고요. 이러다가 크게 건강을 해칠까봐 불안하고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니 너무 답답한 것 같습니다.

먼저 부모님의 건강을 생각하는 작은나무의 마음이 참 다정합니다. 그만큼 그 귀한 마음이 그대로 부모님께 전달되었으면 좋겠는데, 오히려 작은나무의 마음을 답답하게 하고 부모님과의 관계를 불편하게 만들고 있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원인은 분명합니다. 작은나무가 부모님의 삶의 방식을 바꿀 수 없기 때문이에요. 지시할 수도, 명령하거나 강제할 수도 없지요. 부모님의 건강한 삶이라는 목표는 좋지만, 작은나무가 지금까지 해온 방법이 효과가 없었다면 방법을 바꿔야 합니다.

지금도 자영업을 하고 있는 현역(?) 성인인 부모님의 생활방식은 그분들이 살아온 육십 년 인생의 전부가 녹아있는 결과물입니다. 고되고 긴 세월 동안 험한 세상에서 서로를 지켜온 생존 전략인 셈이죠. 그렇기에 그 방식이 점점 늙어가고 있는 자신들의 건강에 해롭다 해도 바꾸기가 쉽지 않습니다. 당사자인 부모님이 준비가 안되어 있는 상황에서는 작은나무님에게 떠밀려 새로운 시도를 하다가도 금방 동력을 잃게 됩니다. 해봤는데 안되더라 하는 실패경험을 쌓게 되고요. 그러니 조언하기는 멈추세요.

대신 부모님의 노력에 충분히 감사하고 있고, 두 분과 오래오래 함께 하고 싶다는 바람을 짧고 긴 말과 글로 자주 전해주세요. 가끔 두 분의 건강을 걱정하고, 잘 돌보시면 좋겠다 부탁할 수는 있지만 부정적인 이야기는 딱 그만큼만 하고, 함께 즐겁고 편안한 시간을 함께 하는데 집중해주세요. 고민글에 부모님을 위해 작은나무가 건강한 밥상을 차려 먹고, 함께 운동도 했다고 적었는데, 그것들이 어떤 경험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지속되지 않아 아쉬웠지만 그 자체로는 괜찮은 경험이었다면, 목표를 수정하여 서로에게 무리가 되지 않는 선에서 종종 크고 작은 ‘좋은 시간’을 마련해보세요.

어쩌면 부모님은 책임감으로 열심히 사는 법만 배우고 익혔지, 나를 위해 즐겁고 편안한 시간을 갖는 것은 너무나 낯선 분들입니다. 작은나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것들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작은나무와 함께 하는 시간이 두 분에게 너무 좋아서 이 땅에서 더 오래 누리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하는 거예요. 또 작은나무의 자신을 기쁘게 하고 돌보는 삶을 보며 잊고 살았던 어린 시절의 꿈과 아이 같은 마음이 기억날 수도 있고요. 그때야 부모님도 더 건강한 생활습관으로 한 걸음씩 움직이겠지요. 그러나 언제 어떻게 그럴 수 있을 지는 부모님의 몫입니다. 자식된 우리는 그저 아마도 평생 보답할 수 없는 깊은 사랑과 헌신에 감사하며, 남은 시간동안 ‘함께 하는 좋은 순간’을 만들어 갈 수밖에요. 그 시간들이 먼저 세상을 떠나는 부모님에게 좋은 삶이었다 말 할 수 있는 의미가 되어 줄 거라 믿습니다. 그 시간들이 우리에게 그들이 없는 세상을 사는 내내 든든하고 따듯한 힘이 되어 줄 거라고 믿어요.

지금 고민이 있으시면 익명으로 밑미 고민상담소에 고민을 보내주세요. 카운슬러의 답변을 보내드립니다.

함께 나눈 이야기

1

기존 밑미 사이트에서 옮겨온 이야기예요. 회원 정보를 옮기기 전이라 쓰신 분의 이름은 아직 보이지 않아요.

  • 2024.10.282

    섣부른 조언이 '해봤는데 안되더라는 실패 경험을 쌓게 할 수 있다'는 말에 무언가 배우고 갑니다. 객관적으로 말하는 좋은 것이라도 개인적인 마음 경험까지 생각하며 실행해야겠어요!

이 글을 읽고 나서
비워둘 30분, 오늘부터 만들어볼까요?

이 글과 맞닿은 리추얼을 준비하고 있어요. 14일 코스, 누른 날이 1일차예요.

준비 중
나 리추얼 — COMING SOON
14일 · 오늘 시작 가능 예정
밑미레터

매주 월요일 아침 6시 편지를 보내드려요.

밑미레터 구독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