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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의 마음은 어떤가요?
고민 상담소2022.08.10 · 읽는 데 3

항상 뒤처지거나 제자리걸음인 것 같은 킴님의 고민

킴님의 고민

권고사직 이후 아직 재취업을 못 하고 있어요. 이렇다 할 경력도 없고, 부족하다고 여겨 따로 공부도 하지만 불러주는 곳은 없네요. 정말 하고 싶은 일은 경력직을 원하고, 내가 뭘 잘 할 수 있을까 고민이에요. 대학원을 다닐 때 등록금 때문에 학습지 교사 일을 했는데 일이 힘들고 부당함을 느꼈어요. 그때 에너지를 소진했는지 부당한 일이나 내가 하기 싫은 일은 하고 싶지 않네요. 저도 잘하고 싶고 뭔가를 해내고 싶은데 항상 뒤처지거나 제자기에 있는 느낌이에요. 나이도 34살이라 너무 많다고 느껴지고... 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심리 카운슬러 슝슝님의 답변

고민 글을 읽으며 재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막막하고 힘이 빠져 있으시구나 싶었습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 때문에 경기도 나아질 기미가 없으니 더욱더 답답하시리라 생각됩니다. 대학원까지 나오셨지만, 전공도 모르고, 어떤 직장 이력을 가지고 계시는지, 기본 생활을 위한 경제력에 대한 다급함 등 킴님에 대한 정보가 없어서 저도 어떤 도움을 드릴 수 있을까 막연하지만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서른네 살이시군요. 이십 대 후반에 사회생활을 시작하셨나 치면 많아도 칠팔 년 정도 해오셨고요. 그리고 아마 육칠 십까지 일하셔야 할 테니 삼십 년 정도 일하시겠네요. 뜬금없이 나이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그만큼 긴긴 시간이 킴님 앞에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어서예요. 킴님도 저도 자신을 책임지고 살아야 하는 성인기 인생의 아주 초반부를 살고 있답니다. 학습지 교사일로 느끼신 힘듦과 부당함은 저도 대학원 졸업 후 계약직 말단 직원, 인지도 없는 강사, 최저임금을 받는 아르바이트생으로 일해 본 경험으로 조금은 이해도 되고 공감도 됩니다. 일하는 것도 사는 것도 왜 이리 팍팍한지. 내향적이고 잡생각이 많은 저는 하루 종일 일하고 피곤한 몸으로도 우울과 불면의 밤을 보낸 적이 많았어요. 그리고 지금도 좀 덜해지긴 했지만 그런 날이 꽤 있고요. 킴님도 잘하고 싶고 해내고 싶은데 자꾸만 뒤처지는 것 같고 좌절 경험을 하고 계신다면 힘 내려고 애써도 어쩔 수 없는 무기력감과 자기 비난에 힘든 시간을 보내고 계실 것 같네요.

그래서 저는 지금의 킴님에게 정신 차리라고, 약한 소리 말라고 하고 싶진 않네요. 전혀요. 비정하고 슬픈 세상에서 고단한 하루를 사는 동료 여행자로서, 그저 '고생이 많으시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네. 정말 수고가 많으셔요. 여전히 답답하고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라도 지금은, 오늘만은 그저 따듯한 물에 몸을 녹이고, 좋아하는 책이나 영화를 보며 잠시 시름을 잊고 지친 몸과 마음을 다독여 주시길요. ‘내가 뭘 잘했다고 나를 챙겨’ 하는 마음이 드실 수도 있지만, 사실 잘하고 있을 때보다, 잘하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고 있을 때 더욱 위로와 돌봄이 필요하잖아요. 그러니 킴님에게 가장 편안하고 다정한 방식으로 자신에게 깊은 휴식의 시간을 만들어주세요.

그리고 조금은 다른 시작을 권해드려요. 지금 킴님이 원하는 시작은 어떤 건가요? 어떤 분야의 일인가요? 전일제 계약직? 정규직인가요? 사무직인가요? 전문직인가요? 지금 내가 원하는 일(단기 목표)이 내가 하는 노력(행동)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면, 목표와 행동 중에 하나 이상을 바꿔야 해요. 지금 킴님이 더 애쓰기 어렵다면, 다른 분야로 방향을 바꿔 새로 무언가를 배우거나 가장 기초적인 일부터 하거나, 아르바이트, 파트 타임 등으로 시작 목표를 낮추거나 할 수도 있지요. 시작부터 좋으면 제일 좋지만 그러기 어려워 계속 미뤄지며 지쳐가기보다는, 작지만 가능한 형태의 출발을 하시면 어떨까 싶어요. 직접적인 경제활동이 아니어도 좋고요. 수입이 바로 필요하다면 학력을 살린 아르바이트일 수도 있고요. 하나의 일이 아니라 여러 개의 일을 할 수도 있겠지요.

저는 대학원을 마치고 첫 직장을 10개월 만에 계약종료로 그만두고, 몇 달을 방황하다가 들어간 두 번째 직장에서 세금 뗀 첫 월급이 185만 원 이던 게 생각나네요. 10년 전의 일이네요. 그 후로 더 나빠진 적도 있었지만, 길게 보면 조금씩은 나아지고 있어요. 대졸 후 대기업에서 일했거나, 공무원이거나, 박사까지 하고 연구원이나 교수가 될 만큼 일관성 있는 경력을 쌓은 친구들만큼은 못 벌어요. 근데 그들의 삶도 제 삶과 크게 다르지도, 쉽고 편하지도 않더라고요. 제가 그렇게 살 수도 없고요. 제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제가 할 수 있는 만큼을 하며 사는 것뿐이더라고요. 킴님도 그렇겠지요. 이 답변에서 제가 든 예시들은 아마 적절하지 않을 거예요. 킴님의 구체적인 상황을 제가 잘 모르기도 하고 제 삶과 킴님의 삶이 같을 수도 없으니까요.

다만 킴님.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더 많은 킴님. 결국 막막함 가운데 주어진 하루를 살아낼 수밖에 없는 킴님. 자신을 잘 데리고 살아 주세요. 못하면 ‘괜찮다 다시 해보자’ 잘하면 ‘잘했다 수고했다’ 달래주며 지금 할 수 있는 만큼을 하며 살아주세요. 언젠가 좋은 날이 올지 어떨지는 모르지만, 감사한 순간들, 작은 기쁨들, 사랑하는 사람들을 챙겨 누리며 걸어가야지요. 저는 그렇게 살려고 애쓰고 있어요. 킴님도 그래 주세요. 이 글이 킴님에게 작은 위로와 용기를 드릴 수 있길 바라고 있어요. 킴님, 꼭 남은 인생 내내 어떤 일이 있어도 끝까지 킴님의 편이 되어주세요. 멀리서 응원 보냅니다. 평안하시길.

지금 고민이 있으시면 익명으로 밑미 고민상담소에 고민을 보내주세요. 카운슬러의 답변을 보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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