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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의 마음은 어떤가요?
인터뷰2026.01.13 · 읽는 데 8

많은 것들을 쫓느라 자신을 잃어버렸다면, 일인용( )1P( )을 찾아보세요.

많은 것들을 쫓느라 자신을 잃어버렸다면, 일인용( )1P( )을 찾아보세요.

질문한 사람들 : 김지원, 이주연, 이희재 ㅣ 답한 사람 : 지남희1P( ) (@1p_news) ㅣ사진촬영 : 이주연 (@dlswkfqtpsjfqz)

소개

‘일인용( )1P( )’는 서촌 골목에 위치한 작은 예약 공간입니다. 이곳은 한 사람만을 위한 자리이자, 오롯이 나에게로 돌아가는 시간을 건네는 제안입니다. 우리는 늘 많은 것들을 좇다가 정작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곤 합니다. 그러다 보면 혼자 있는 법조차 잊어버리기 쉽습니다. 그런 순간이라면, ‘일인용(공간)’에 앉아 ‘일인용(시간)’을 천천히 누려보시길 바랍니다.

창가의 의자와 테이블 그리고 오른쪽 선반의 정돈된 유리잔이 있는 방. 부드러운 조명으로 차분한 분위기다.

인터뷰어가 소개하는 '일인용( )1P( )'

사람은 누구나 혼자 있어야 할 때가 있습니다. ‘일인용( )1P( )’는 바로 그 시간을 위한 공간입니다. 서촌 골목 어귀의 조용한 건물 안, 이곳은 오롯이 ‘나만의 시간’을 누릴 수 있도록 만들어졌습니다. 너무 많은 것들을 쫓아다니다 정작 ‘나 자신’을 놓쳐버렸다면, 혼자 있는 법조차 잊었다면, 이곳에서 잠시 멈춰 서보길 바랍니다. 운영자 지남희 님은 말합니다. 이 공간은 거창한 철학이나 대단한 이상으로 세운 것이 아니라고. 그러나 그 말과 달리, 이곳에 머무는 일은 이미 그것 자체로 하나의 위로가 됩니다.

예전부터 그는 작업실에 찾아온 친구에게 정성껏 커피를 내어주곤 했습니다. 지금도 다르지 않습니다. 손님에게 내어주는 건 한 켠의 자리, 손수 만든 음료 한 잔과 브라우니, 그리고 책 한 권과 그에 맞는 음악 CD를 함께 내어주는 그의 손길 속에서, 우리는 편히 앉아 쉴 수 있습니다.

이곳은 가끔 믿음직한 친구의 작업실처럼 다가옵니다. 이유가 없이도 찾아 올 수 있고, 잠시 숨고 싶을 때 앉았다 갈 수도 있습니다.

연한 초록색 계단 위에 ‘I WARMLY WELCOME YOU TO 1P()’라고 적힌 작은 흰색 표지판이 놓여 있다. 계단은 장식 없이 단순한 형태다.

남희 님은 누군가 자신의 어깨에 기대려 하면 단호히 말합니다.
“나는 그걸 해결해줄 수 없어.” 그러나 이내 덧붙입니다. “대신, 여기 와서 잠깐 쉬어도 돼.”

삶의 짐을 대신 들어주는 사람은 흔치 않습니다. 하지만 자리를 내어주고, 음식을 건네고, 말없이 곁을 지켜주는 사람이 있다면 우리는 다시 살아갈 힘을 얻습니다. 그래서인지, 그는 “이타심으로 운영하는 공간은 아니다”라고 말했지만, 그 말에 선뜻 고개를 끄덕이기 어렵습니다.

인터뷰 전문

지남희는 스스로를 ‘발명가’라기보다 ‘발견하는 사람’에 가깝다고 말합니다. ‘예술가’라기보다 ‘디자이너’의 자리에 서 있다고 했습니다. 예술가는 자기 안에서 길어 올린 생각과 감정을 세상에 던지는 이라면, 디자이너는 세상에 이미 놓여 있는 물음에서 출발해 그 해답을 찾아내는 이라 합니다.

그는 자신을 문화의 개척자라 여기지 않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해온 걸음은 ‘선구자’라 불러도 어색하지 않습니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길을 열어왔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나다움’을 추구하는 이들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결국 스스로의 길을 닦아내는 ‘선구자’가 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CHAPTER1. 일인용(공간)

‘일인용( )1P( )’는 취향을 강조하는 대신 꼭 필요한 것만 남긴 공간입니다.

키 큰 창 앞 책상과 두 의자가 있는 아늑한 공간. 책장과 선반, 작은 스탠드가 놓여 있으며 자연광이 들어와 평온한 분위기를 만든다.

높아지는 임대료 속에서 더 많은 손님을 모으는 대신, 이곳은 테이블을 하나만 두고 최대 2인까지만 예약을 받습니다.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는 듯한 이 결정은 그가 오래 걸어온 길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그는 삶에서 다양한 시행착오를 겪으며 불필요한 것을 덜어냈고, 마침내 '알맞은 것'을남겼습니다. 그 시작은 네덜란드 유학 시절이었습니다. 이미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실무도 해봤지만, 그래픽 디자인을 깊이 배우기 위해 떠난 첫 해, 익숙한 모든 것을 부숴야 했습니다. 그 경험은 많이 힘들었지만 동시에 시야를 넓혀준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낯선 땅에서 이미 알고 있던 것을 무너뜨리고 새롭게 배우는 과정 끝에 진짜로 자신에게 맞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된 것입니다.

“노트를 예로 들자면, 문구 회사에서 일하고 출판물을 만들면서 수많은 제품을 내봤어요. 그러면서 비로소 알게된 거죠. 나와 잘 맞는 것이 무엇인지. 다 해봐야 알 수 있어요.”

바이닐 레코드가 정돈된 나무 선반과, 위에 놓인 스피커·턴테이블. “DO NOT TOUCH MY LPs”라는 손글씨 표지판이 보이며 아늑한 공간 분위기다.

그는 이런 탐구를 ‘디깅’이라 부릅니다. 수백 장의 음반을 사본 뒤에야 진짜 좋아하는 음악이 무엇인지 알 수 있고, 수많은 책을 읽은 뒤에야 평생 곁에 둘 책이 보인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남은 것은 거창한 철학이 아니라 ‘최소한의 알맞은 것' 입니다.

유학을 마친 뒤 그는 을지로에 ‘투피스 twoffice’를 열었습니다. 자신의 작업실 일부를 나누는 ‘공유형 카페’ 형식이었습니다. 공간을 만들고 커피를 내어주는 일이 그에게는 자연스러운 일이 었으니까요. 그러나 시간이 지나자 불편함이 찾아왔습니다. 카메라를 든 사람들이 늘 문을 열고 들어왔고, 그들이 단순한 호기심에 누른 무심한 셔터 소리에 '참' 손님들과 자신 역시 편히 머물 수 없는 상황이 반복되었습니다. 그때 그는 깨달았습니다. “이건 내게 맞는 방식이 아니구나.”

그 깨달음 끝에 지금의 ‘일인용( )1P( )’가 태어났습니다.

그는 이곳조차 다음 공간으로 가기 위한 ‘과정이자 실험’이라 말합니다. 이미 세 번째 공간에 대한 구상도 마쳤지만, 그 이야기는 아직 비밀로 남겨두기로 했습니다. 다만 그가 말없이 전한 지혜는 분명합니다. 결과보다 과정을들여다볼 때, 우리는 마침내 ‘나에게 꼭 맞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CHAPTER2. 일인용(시간)

‘일인용(시간)’은 방해받지 않는 고요를 위한 제안입니다.
‘투피스’를 운영하던 시절, 그는 성향이 비슷한 사람들이 조용히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기 위해 일부러 공간을 찾는 모습을 자주 보았습니다. 같은 공간에 있어도 각자 몰두하는 순간, 우리는 모두 ‘자기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책과, CD 케이스 위에 놓인 검은 헤드폰. 책 위에는 끈 책갈피가 보인다.

“공간을 유지하는 것이 제 일이고 목표지만, 커피 장인이 되는 게 꿈은 아니에요. 커피는 잘하는 사람이 너무 많죠. 하지만 책을 읽으며 음악을 떠올리는 경험, 그 방식만큼은 제가 제안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일인용(시간)’을 예약하면 일곱 권의 책 중 한 권을 고를 수 있습니다. 책과 함께 어울리는 음악, 그러나 단순한 배경음악이 아니라 ‘책의 OST’가 함께 준비되어 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그는 책을 읽다가 머릿속에 자연스레 음악이 흐르는 경험을 했고, 그 경험을 손님과 나누고 싶었습니다.

책등을 안쪽으로 둔 책들이 꽂힌 책장과, 가운데 선반의 “DO NOT TOUCH MY BOOKS PLEASE” 손글씨 표지판이 놓여 있다.

“저는 책을 큐레이션하지 않았어요. 아티스트를 큐레이션한 거죠. 그들이 고른 책과 만든 음악을 통해 제가 느낀 방식을 함께 경험할 수 있어요.
여럿이 있어도 혼자가 아닌 일인이 되는 시간의 제안이죠.”

그는 말합니다.
“저는 혼자있는 시간이 꼭 필요한 사람입니다. 가진 에너지는 약하지만 대신 지구력이 좋아요. 그래서 이렇게 저만의 방식으로 지금까지 공간을 유지할 수 있었죠. ‘일인용(시간)’도 결국 들여다보는 시간이에요.”

‘일인용(공간)’을 만들기까지의 길 역시 들여다보고, 기다리는 시간의 연속이었습니다. 조급함 대신 꾸준함으로 시간을 들여다본 끝에 비로소 지금의 운영 방식이 탄생했습니다.

벽에 기대 놓인 표지판에는 굵은 검은 손글씨로 “WE WILL READ AND LISTEN TOGETHER”라고 적혀 있다.

CHAPTER3. 일인용(벤치)

흰 벽을 배경으로 나무 캐비닛 위에 스피커가 놓여 있다. 스피커 위에는 구멍으로 ‘1P( )’라고 쓰인 흰색 표지판이 있다.

‘일인용( ) 1P( )’라는 이름에는 늘 괄호가 있습니다.
그 안에는 ‘공간’이 들어갈 수도, ‘시간’이 들어갈 수도, 혹은 아무것도 들어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남희 님이 괄호 속에 담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요? 잠시 생각한 뒤 그는 대답했습니다. “벤치요.”

그는 생각이 많아질 때면 익숙한 길을 따라 걷습니다. 그렇게 걸어 인왕산 전망대에 이르면 여러 개의 벤치 사이에 홀로 앉을 수 있는 벤치 하나가 있습니다. 아마 비어 있는 자리를 메우기 위해 놓였을 그 벤치 덕분에, 그는 그곳에서 책을 읽거나 생각을 정리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두세 사람이 앉는 벤치에 혼자 앉아 있으면 타인과 공유해야 할 수도, 눈치가 보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일인용벤치’에서는 그런 마음이 들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는 말합니다.
“‘일인용( )1P( )’도 그 벤치 같았으면 좋겠어요. 집에 있는 나만의 의자가 아니라 누구나 잠시 머물다 가는 벤치처럼, 혼자라도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자리였으면 해요.”

그의 말투는 담담했지만 단단했습니다.
삶이란 버거워서 내려놓고 싶어질 때가 있고, 누구에게나 그런 순간은 찾아옵니다. 그럴 때 한 사람쯤 조용히 앉아 쉴 수 있는 벤치를 내어주는 사람이 있다면, 우리는 다시 걸을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우드 계단과 작은 복도로 이루어진 미니멀한 실내 공간이다. 복도 끝에는 두 개의 검은 스피커가 있다.

맺으며

남희 님의 세 번째 공간은 아직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떠올리면, 그것이 어떤 모습일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을지로의 ‘투피스 twoffice’, 지금의 ‘일인용( ) 1P( )’, 그리고 다가올다음 장면은 마치 한 사람의 생을 따라가는 3부작 같습니다.

'최소한의 알맞은 것’ 찾아가는 길을 혼자 걸어가는 사람.
그 여정의 두 번째 장면이 바로 지금의 ‘일인용( )1P( )’입니다.
혹시 혼자 있는 법을 잊었다면, 그가 내어둔 벤치에 앉아 잠시 쉬어가도 좋겠습니다. 그리고 고요 속에서 다시, 나 자신을 만나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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