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를 감수해도 진심과 자유를 택한 공간, 소수책방을 소개합니다.
손해를 감수해도 진심과 자유를 택한 공간, 소수책방 이야기
Interview by 밑미크루 수현

‘망하기 전에 놀러오세요.’
소수책방 인스타그램 계정에 적힌 문구 하나가 이 공간의 태도를 대변한다. 돈을 벌기 위해 만들어진 상업 공간이라면 쉽게 내걸지 못할 말이다. 이곳은 계산된 수익 구조보다는, 책과 사람을 향한 진심으로 버티는 곳이다. 그래서인지 처음 발을 들였을 때부터 공기 자체가 달랐다. 차분한 대화가 어우러지는 이 블루 빛 공간에서, 자유롭게 사유하고 머무는 시간을 온전히 누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돈에 대한 집착을 덜어낼수록, 사람들은 제 진심을 더 알아준다고 믿습니다.”
책방 대표 김문 씨의 이 한마디가 모든 걸 설명한다. 10명 중 6명이 1년에 책 한 권도 읽지 않는 시대, 책방은 어쩌면 가장 돈이 되지 않는 업종일지 모른다. 그럼에도 왜, 어떻게 이곳을 지속해왔을까.
“어차피 결국에는 살려고 뭐라도 하게 되고, 흘러가다보면 자기 자리를 찾게 되니까요.”
한 회사의 직원, 책을 출간하는 작가, 책방, 영화 감독 등의 키워드를 인생에 남기기까지 그의 여정은 결코 순탄치만은 않았다. 진심과 자유를 추구하기 점점 어려워지는 사회에, 어떻게 이것들을 추구할 수 있었을까. 하고 싶은 일을 해도 될까 망설이는 사람들, 자기만의 길을 찾고 싶은 분들, 삶에 진심을 다하며 살아가는 이들은 이 인터뷰를 주목하면 좋겠다.
틀을 거부한 책방, 관계가 피어나는 곳
필자가 이곳을 멀리서 1년 가까이 지켜본 결과, 단순히 ‘서점’이라고만 부르기 어려웠다. 책을 사고파는 행위가 중심이 아니라, 질문과 대화가 자연스럽게 흘러가고 그 속에서 관계가 싹트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소수책방은 누군가에게는 책방, 도서관처럼, 어떤 사람에게는 영화 감상실, 혹은 커뮤니티처럼 느껴질 수도 있는 곳이죠. 그게 이 공간의 재미고, 제가 책방을 이어가게 되는 힘인 것 같아요.”
책방은 한 사람의 철학이 담긴 실험장이 되었다. 그는 이곳을 단순히 책을 파는 가게로 두기보다는, 예술·철학·영화까지 다양한 대화가 오가는 사랑방 같은 장소로 만들고 싶었다. 실제로 이곳에서는 독서 모임부터 시 수업, 영화 상영회, 글쓰기 모임까지 한 달에 20여개의 모임이 열리곤 한다. 그는 공간을 ‘정의하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더 많은 가능성을 열었다. 그리고 이 열린 태도는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묘한 힘으로 작용했다. (실제로 최근 열리는 모임은 공지가 올라오자마자 빠르게 마감되곤 한다.)
“예를 들어 연애할 때 ‘사랑은 이런 거다’라고 기준을 만들어 버리고 그 기준대로 하지 않으면 상대가 날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게 되잖아요. 가치도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책방도 어떤 가치에 갇혀버리면 그 틀 안에서만 존재하게 되는 거니까요.”
운영자로서 그는 의도적으로 메시지를 강하게 주입하지 않는다. ‘이렇게 읽어야 해요’, ‘이곳은 이렇게 보내야 해요’ 라는 안내 대신, 손님 각자가 자유롭게 경험을 해석하도록 내버려둔다.
다만, 자유는 대가를 요구하기 마련이다. 메시지를 단단히 걸지 않는 대신 돈이 되는 길과는 멀어질 수밖에 없다. 초기에 그가 책방을 운영하면서도 배달 일을 병행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돈을 최우선에 두지 않기 위해, 그는 더 많은 수고를 감수해왔다.

자유를 위해 선택한 배달 일, 그리고 투잡, 쓰리잡
“책방은 ‘잘할 수 있겠다’는 확신은 없었지만, ‘재미있게는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그래서 재미있게 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죠. 처음 2~3년 동안은 책 10권을 사면 중고책 한 권을 드리기도 하고, 책 한 권을 사면 음료를 무료로 주기도 했어요.”
책 한 권에 음료 한 잔 무료라니, 초반에 운영하시면서 진짜 남는게 없으셨겠어요.
“남는 게 없죠. 그래서 투잡 쓰리잡 뛰는 거죠. 배달도 뛰고 다른 일도 하고요.”
그게 힘들다고 느끼시진 않으셨어요?
“배달 일을 처음 할 땐 ‘내가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었어요. 하지만 해보니 그냥 물건을 건네주는 일이더라고요. 길거리에서 신호를 기다리며 ‘파이팅하세요’라며 웃는 사람들과의 인사와 어쩌다 배달이 늦어도 ‘괜찮아요’라고 말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그런 데서 오는 따뜻함도 있었어요.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그냥 별거 아닌 일이 되어버렸죠.”
부모님의 걱정은 여전히 있었다. 퇴근 후 다시 배달 가방을 메고 나서는 아들을 보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흔들리지 않았다. 이런 현실적인 선택의 뒤편에는 ‘좋아서 하는 일’에 대한 확고한 태도가 있었다.
“투잡, 쓰리잡을 하는 것도 제가 좋아서,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선택한 거니까요. 괜히 스스로 힘들게 생각할 필요 없다고 마음을 정리했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이후에는 다른 일들을 마주해도 그냥 그러려니 하면서 크게 흔들리지 않고 넘어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손해를 감수하면서 지켜낸 자유, 그 뒤엔 진심이 있었다
이야기를 듣는 내내 배달과 투잡, 쓰리잡으로 좋아하는 일을 이어간 그의 태도가 인상적이었다.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그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 그 담담한 태도가 결국 이 공간을 특별하게 만들고 있었다. 어쩌면 자유를 지켜내는 힘은 바로 여기서 나오는 게 아닐까.
“제가 여유가 없다고 해서 책방을 오는 분들한테 돈을 꼭 쓰게 만들고 싶지 않아요. 사실 제가 투잡, 쓰리잡을 하면서도 그런 생각을 했어요. 내가 생계를 위해 무언가 강제로 책방에서 가치를 만들어내려 하면, 그 순간 이 공간은 망가진다고 생각했거든요. 돈에 대한 집착을 덜어낼수록, 사람들은 제 진심을 더 알아준다고 믿습니다.
저는 진심이라는 게 조금 손해를 보는 쪽에 가깝다고 생각해요. 손해를 보더라도 그게 결국 사람들에게 전해지고, 오히려 도와주려는 마음을 끌어낸다고 느끼거든요.”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자유를 지켜낼 수 있었던 건 진심 때문이었다. 책방에 올때마다 느꼈던 따뜻함, ‘언제든 머물다 가라’는 너그러움은 이런 진심에서 우러나온 것이었다.

사람을 위한 공간, 삶을 함께 나누는 장
인터뷰하며 더 확신하게 된 건, 이 곳은 결국 사람을 위한 공간이라는 점이었다.
그는 책방하길 잘했다고 느끼는 순간으로 ‘아이들이 올 때가 제일 좋다’고 답했다. 처음엔 엄마 손에 이끌려 왔던 아이가 책방에서 자기만의 자리를 찾고 책을 읽는 모습, 고등학생 시절부터 오던 아이가 대학생이 돼서도 여전히 들르는 모습에서 큰 뿌듯함을 느낀다고 했다.
“고등학생 특유의 진로 고민 같은 게 있잖아요. 사실 나중에 보면 다 쓸데없는데, 그땐 굉장히 진지하게 고민하죠. 저도 고등학교 때 고민했던 거 지금 하나도 기억 안 나요. 이렇게 책방을 할 줄 몰랐죠. 그냥 흘러흘러 여기까지 온 건데.
그래서 아이들이 와서 고민 상담을 하면 저는 오히려 ‘하고 싶은 거 하면 된다, 놀고 싶으면 놀아도 된다, 자퇴하고 싶으면 해도 된다’ 이런 식으로 말해요. 어차피 결국에는 살려고 뭐라도 하게 되고, 흘러가다 보면 자기 자리를 찾게 되니까요.”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었던 말들은 어쩌면 소수책방 사장님이 본인 스스로의 어린 시절을 향한 위로이자 격려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수책방의 철학, 사유와 질문
소수책방이라는 이름에는 그의 철학이 담겨 있다. ‘소수(素數)’는 자기 자신과 1로만 나눌 수 있는 숫자다. 그는 이렇게 설명한다.
“자신을 자신으로 나눈다면 무엇이 남을까요. 육체성은 사라지고 사유와 질문만 남는다고 생각해요. 저는 그 총체가 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소수책방의 본질은 모임보다도 먼저 질문에 있다. 책방을 방문할 때마다 건네받는 종이에는 매번 예상치 못한 질문이 적혀 있다. 그 질문들은 가볍지 않고, 늘 사유를 요구한다. 종이의 맨 윗줄에는 이런 문장이 적혀 있다.
사랑하는 상대방이 나에 대해 궁금해하지도 않고 질문도 없다면, 우리는 상대방이 더 이상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여러분은 여러분 자신에게 얼마나 많은 질문을 하고 계십니까?
질문은 곧 자신을 성찰하게 하는 도구이자, 사람을 탐구하는 방식이다. 김문 씨는 책방 운영뿐만 아니라 글쓰기와 창작에서도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그가 사람들을 관찰하며 던지는 질문은 ‘저 사람은 이 타이밍에서 왜 저런 단어를 쓸까?’ 등 더 구체적이다. 이런 작은 호기심이 글이 되고, 창작의 씨앗이 된다. 결국 질문은 사람을 이해하는 통로이자, 창작으로 나아가는 출발점이 된다
10년 뒤의 모습
10년 뒤를 묻자 그는 웃으며 이렇게 답했다.
“아마 영화는 두세 편쯤 찍었을 것 같고, 시집도 한 번쯤 냈을 것 같아요. 소설은 잘 모르겠지만, 10년이면 한 권은 낼 수 있지 않을까요?”
책방의 미래에 대해서는 단정하지 않았다. 애정은 있지만, 평생 업으로 매달리겠다는 생각은 없다, 다만 이 공간이 창작의 영감을 주는 한은 계속 이어갈 것 같다고.
“제가 유명한 영화감독이나 소설가가 되더라도 사람들이 ‘거기 가면 그 사람 있다, 얘기도 할 수 있다’고 느낄 수 있는 공간이라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책방이든, 다른 형태의 공간이든, 그는 언젠가 더 큰 무대에서 자유롭게 사람들을 맞이할 것만 같다.

경계 없는 자유와 진심의 블루, 소수책방
소수책방 곳곳을 채운 색은 블루다.
“블루는 경계가 모호한 색이에요. 우울을 상징하기도 하고, 청춘이나 신비로움도 담을 수 있죠. 결국 보는 사람이 어떤 마음이냐에 따라 달라지는 색이라고 생각해요.”
소수책방을 채운 블루는 결국 그의 철학을 시각화한다. 정의하지 않고, 경계 짓지 않고, 보는 이의 마음에 따라 달라지는 색처럼 이 공간 역시 누구에게나 다르게 다가오는 자유의 공간인 것이다. 그 자유가 각자의 시선에 따라 다르게 읽히고, 다르게 느껴지는 만큼 때로는 손해를 부르더라도, 결국 사람들에게 전해지는 건 꾸밈없는 진심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