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미레터를 만드는 사람들 이야기
밑미레터를 통해 우리가 꿈꾸는 세상은 무엇인지 만나보세요!

밑미레터를 통해 우리가 꿈꾸는 세상은 무엇일까요?
Q.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려요.
👱🏼♀️은지: 친구들과 함께 밑미를 창업한 후, 저도 밑미를 통해 나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어요. 상담도 받고 명상하고 책 읽고 글 쓰며 앞으로 살고 싶은 삶의 모습은 사업과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저는 책 읽고 공부하는 삶을 좋아하더라고요. 밑미를 창업하고 진짜 나를 만나게 된 거죠. 다행히 밑미팀도 이해를 해주어서, 지금은 대학원에서 명상과 심리학을 공부하며 밑미레터 쓰는 일을 맡고 있어요.
👩🏻🎨루시: 밑미레터에 들어가는 일러스트를 포함해 밑미의 일러스트와 디자인 전반을 맡고 있어요. 밑미는 전 직장에서 번아웃을 겪으면서 친구의 추천으로 알게 됐어요. 친구는 리추얼을 해보라고 추천해 준 거였는데, 마침 디자이너 공고가 떴길래 지원해 합류됐죠. 밑미팀에서 일하면서 차차 번아웃을 극복하게 된 거 같아요. 또 하나, 저는 밑미팀에서 ‘해볼게요’를 맡고 있어요! 새롭거나 재미있어 보이는 아이디어에 일단 해보겠다고 말하거든요. 실패할 때도 많지만요.(웃음)
Q. 오늘이 벌써 137번째 레터예요. 매주 하나의 주제를 정해서 글과 그림을 마감하는 게 쉽지 않을 텐데, 밑미레터의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나요?
👱🏼♀️은지: 밑미레터 구독자분들이 피드백을 많이 보내주시는데 그 피드백을 보면서 참고할 때가 많아요. 그리고 밑미 팀원들끼리 하는 이야기나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힌트를 많이 얻어요. 살면서 누구나 화날 때도 있고 좌절할 때도 있잖아요? 이해가 안 되는 사람 때문에 ‘저 사람은 왜 저럴까’ 괴로워하기도 하고요. 전에는 질문에서 끝났다면, 레터를 쓰기 시작하면서부터는 더 파고 들어가서 ‘심리적으로 어떤 이유로 이런 행동이나 말을 하는 걸까?’ 고민해 봐요. 밑미레터는 굉장히 일상적인 주제를 다루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이런 식으로 일상 속 내가 또는 주변 사람들이 고민하거나 궁금해하는 것들에 대해 선을 긋지 않고 열어 놓으려고 노력해요.
👩🏻🎨루시: 그렇게 글이 완성되면, 제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요. 밑미레터의 글은 추상적일 때가 많잖아요. 그래서 그걸 어렵지 않으면서도 정확히 표현하는 게 처음에는 굉장히 어려웠어요. 지금은 어느 정도 과정이 정리됐어요. 우선 핵심 키워드를 다 적어요. 그리고 누워요. 누워 있을 때 제일 생각이 잘 나더라고요! 누워서 잠깐 고민을 하면, 평소에 관찰했던 것들이 조금씩 떠올라요. 평소에 저는 공상을 많이 하는 편이라 지하철이나 카페 같은 데서 사람들의 행동을 보면서 ‘이 사람은 저 행동을 하는 걸로 봐선 이런 직업을 가지지 않았을까?’ 같은 상상을 많이 하거든요. 그때 관찰한 것이 도움이 많이 돼요. 그렇게 여러 가지를 그려본 다음, 가장 쉽고 글과 잘 맞는 스케치를 골라서 발전시키는 편이에요.
Q. ‘위로받았어요’ 혹은 ‘고마워요’라고 정말 편지에 답장 쓰듯 후기를 보내주는 구독자가 많잖아요. 아무나 할 수 있는 흔한 위로가 아닌 근거 있는 위로라서 더 큰 힘을 받는 것 같아요. 레터를 쓰면서 '독자가 이런 마음으로 읽었으면 좋겠다.' 생각하는 은지만의 기준이 있나요?
👱🏼♀️은지: 저는 밑미레터가 밑미의 가치를 전달하기 위한 하나의 장치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밑미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을 레터에 녹이려고 노력해요. 밑미를 창업할 때 큰 영향을 받았던 심리학자가 매슬로(Maslow)예요. 기존 심리학이 인간의 고장 난 부분을 수리하는 데 더 초점을 맞췄다면, 매슬로와 같은 인본주의 심리학자들은 모든 인간에게는 내면에 자신을 실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데에 더 집중했어요. 인간을 대상화하지 않고 개개인 내면의 힘과 성장하고자 하는 가능성에 주목했다는 점에서 큰 위로를 받았어요. 그래서 밑미레터도 내 안의 상처와 트라우마를 마주하고 극복해야 한다고 말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이상의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것까지 이야기하려고 노력해요.
또 다른 기준은, 하나의 정답이 있다는 식의 자기 계발적인 메시지를 지양하는 것이에요. 한국 사회는 유난히 비교를 많이 하잖아요. 남이 무언가 하면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더라도 왠지 따라야 할 것 같고, 사회적으로 정해놓은 성공의 기준이 굉장히 물질 중심적이고요. 내가 사회적 기준에 맞지 않는 경우에는 굉장히 위축될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최근에는 구조적인 부분을 짚어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내가 겪는 심리적인 문제 중 일부는 사회의 구조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거든요. 평소 위축되고 내 탓을 많이 하던 분들도 밑미레터를 읽을 때만큼은 비교에서 자유로워지고, ‘(특별한 사람이 아니더라도) 나만의 방식으로 성장하고 자아 실현할 수 있어’ 생각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Q. 매슬로 이야기를 들으니 은지님에게 영향을 준 다른 사상가나 책도 궁금해져요.
👱🏼♀️은지: 책을 통해서 나답게 사는 것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정말 많은 영향과 도움을 받았어요. 생각해 보면 인류의 역사에서 인간은 계속해서 어떻게 살아야 하나, 무엇이 좋은 삶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 왔잖아요. 과학과 기술은 엄청 발전했는데, 인간이 하는 고민은 늘 비슷했어요. 몇천년 전에 쓰인 고전을 읽어보면 지금 우리가 하는 고민과 너무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게 묘하게 위로가 되고, 몇 천년 간 그 고민의 기록이 책으로 남아있다는 것이 감사하게 느껴져요. 그래서 고민이 있다면 책을 통해 답을 찾으면서 스스로 사유해 보는 연습을 하려고 해요. 혼자 생각하는 것도 좋지만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서 밑미홈에서 같이 책 읽고 이야기하는 북클럽도 시작하게 되었죠.
일단 앞에서도 언급한 매슬로의 <존재의 심리학>, 칼 로저스의 <사람 중심 상담> 같은 인본주의 심리학자들의 책을 읽으면서 정말 많은 영향을 받았어요. 저는 스스로 완벽주의자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리추얼을 하면서 나를 관찰하다 보니 완벽주의적인 성향이 제 안에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마침 인본주의 심리학을 공부하며 진정한 인간으로 성장한다는 것은 완벽해지는 것이 아니라, 나의 불완전함을 껴안을 수 있는 것이라는 것을 배우게 되었고 많이 자유로워질 수 있었어요.
철학자 중에서는 니체의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니체는 기존에 정답으로 주어졌던 것들에 의문을 제기하고, 기존에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던 것을 거부하고 각자가 자신의 진정한 삶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데, 니체를 공부하면서 나 역시 생각보다 주입받은 신념에 따라 삶을 살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저는 그동안 내가 주체적으로 나의 꿈을 실현하며 살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돌이켜보니 남들에게 그럴듯해 보일 수 있는 것들만 선택하며 살아왔더라고요. 어떻게 보면 에어비앤비에 다니고, 밑미를 창업한 것도 주체적인 선택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럴듯해 보이는 차선의 선택이었다는 걸 니체를 공부하며 인정할 수 있었죠. 그 덕분에 나에 대해 많이 알게 되긴 했지만요. (웃음)
Q. 이번엔 루시님에게 드리는 질문인데요, 밑미팀끼리 있을 때 밑미레터 일러스트 그리기가 어렵다는 이야기를 종종 했잖아요. 밑미레터 일러스트를 그릴 때 루시가 지키고 싶은 기준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 기준은 무엇일까요?
👩🏻🎨루시: 저는 밑미레터에서 일러스트가 메인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밑미레터의 일러스트는 글이 더 쉽게 읽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고 딱 정해놓고 그려요. 그러기 위해서는 그림이 너무 어렵거나 화려해선 안 돼요. 한눈에 이해할 수 있도록, 꼬아서 그리지 말아야 해요. 스케치를 여러 가지 그려볼 때에도 속으로 ‘이걸 더 쉽게 표현하면?’ 계속 질문하는 거죠. 밑미 일러스트 전반적으로는 밑미 캐릭터가 한 명만 등장할 때에는 성별이 특정되지 않도록 그려요. 밑미에서만큼은 성차별을 지양하고 싶은 마음에서요.
마지막은 개인적인 바람이자 밑미가 추구하는 부분 중 하나인데요, 월요일 아침에 이 일러스트를 보면서 가볍게 웃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어요. 나에 대해서 생각해 보고 깊이 들여다보는 일이 사실 쉽지만은 않잖아요. 그래도 밑미에서는 그 과정이 재미있고 즐거웠으면 해요. 그래서 일러스트에도 위트를 넣으려고 노력한답니다.
Q. 밑미레터를 계속 이어 나갈 수 있는 데에는 '일이니까' 말고도 내가 스스로 만족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밑미레터에서 찾는 '일과 나의 접점'은 어떤 부분일까요? 밑미레터를 만드는 원동력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루시: 저는 항상 배운다는 입장이에요. 독자로서 ‘이렇게 살아야지’, ‘나중에 이렇게 살고 싶다’ 생각하면서 만들기 때문에, 일하면서 인사이트를 얻고 배운다는 점이 큰 동력이 돼요. 꼭 밑미레터가 아니어도 밑미 서비스 전반에 대해서 제가 유저라고 생각하면서 배움을 얻거든요.
👱🏼♀️은지: 루시님 말에 엄청 공감돼요. 사실 처음 밑미레터를 쓸 때엔 걱정이 많았어요. ‘나라고 이렇게 다 지키면서 살지 못하는데 이렇게 써도 되나?’하는 자기 검열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밑미 서비스를 만드는 과정에서 인간으로서 성숙해 간다는 것이 완벽함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 나의 불완전함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걸 불편해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라는 점을 배우고 나니, 밑미레터를 쓸 때에도 자기 검열이나 완벽주의를 내려놓게 되더라고요. 내가 완벽하게 실천할 수 있어서 쓰는 것이 아니라, 이걸 쓰면서 나도 계속해서 새로운 것을 탐구하고 배우고 성장하고 있다는 생각이 큰 힘이 돼요.
Q. 그래도 일은 일이니까(웃음) 밀미레터를 만들 때 힘든 점은 없나요?
👱🏼♀️은지: 초반에는 매주 소재 찾기가 힘들었는데 지금은 훨씬 덜해요. 완벽하게 써야 한다는 마음으로부터 편해지기도 했고, 소재를 찾는 것도 전과 달라졌거든요. 전에는 소재를 바깥에서 찾으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그런데 이제는 ‘내가 지금 무엇이 불편하지?’ ‘내 주변 친구들은 어떤 걸 궁금해하지?’ 하면서 스스로에게 더 많이 질문해요. 밑미레터는 심리 이야기를 많이 다루다 보니까 어디서든 소재를 찾을 수 있다는 점이 좋아요.
👩🏻🎨루시: 저도 초반에는 정말 어려웠어요. 어려운 문장을 그대로 전달하고 표현하려고 했거든요. 그런데 어느 순간 ‘안 되겠다! 내 나름대로 해석해 보자’하고 조금 더 가볍게 임하니까 쉬워졌어요. 그리고 일이 아니라 일상을 메인으로 두는 것도 중요해요. 예를 들어, 같은 전시를 보더라도 일에 적용하겠다는 마음으로 전시를 보는 것과 전시를 봤더니 일에서 이런 부분을 적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건 큰 차이가 있어요. 관점만 바꿔도 스트레스를 받는 정도가 달라지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열린 마음으로 보고 즐기면서 아이디어를 발산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Q. 만들고 나서 부끄러웠던 레터도 있나요? 밑미는 취약성을 안전하게 드러내는 곳이니까, 이번 기회에 이야기해 봐요.
👩🏻🎨루시: 많죠.(웃음) 저는 꼼꼼하지 못하고 구멍이 많은 편이라 오타나 링크 오류 같은 실수를 종종 해요. 최근에는 다크모드에서는 일러스트가 잘 안 보인다는 사실을 알았어요. 제가 라이트모드라서 다크모드 생각을 못 한 거예요. 다양한 환경의 사람을 고려했어야 하는데, 그동안 다크모드로 보신 분들께 죄송했어요. 그리고 초반하고 지금의 캐릭터 그림체가 달라요. 그리면서 캐릭터 가이드가 점점 생겼거든요. 처음 이 사실을 발견했을 땐 ‘초반 그림을 다시 그려야 하나’ 생각했지만 이 또한 밑미가 걸어온 역사니까 겸허히 받아들이기로 했어요.
👱🏼♀️은지: 맞아요. 웹툰도 1화랑 최근화 그림체가 다르잖아요! 아티클도 마찬가지예요. 1편부터 계속해서 배우면서 성장해 왔다는 뜻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최근에 전념에 대해 쓴 레터를 말하고 싶어요. 당시 ‘선택장애’라는 단어를 썼다가 그 단어가 장애에 대한 차별을 담고 있다는 피드백을 많이 받았어요. 사실 그 레터의 글 전반에 대해서 꽤 만족스러워했던 터라, 피드백을 받고 더 부끄러웠어요. 스스로 다양성에 열려있고, 차별이나 편견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것이야말로 자만이었음을 느꼈죠. 이때를 계기로 내가 이미 잘하고 있고 잘 안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오히려 내가 모르는 부분일 수 있겠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그리고 그런 피드백 덕분에 밑미레터도 조금씩 성장해나가고 있다고 느껴요. 이 자리를 빌려 피드백 주신 분들께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Q. 저도 그때 생각나요. 밑미팀 모두 반성하면서 한편으로는 정성스럽고 긴 피드백에 감동을 받았잖아요. 그만큼 밑미레터에 애정이 있다는 말이니까요. 이처럼 밑미레터가 혼자 만드는 게 아니라는 걸 느낀 순간이 있을까요?
👱🏼♀️은지: ‘고민 상담소’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밑미레터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유지해오고 있는 코너로, 구독자분들이 고민을 보내주시면 심리상담사가 그에 대한 답장을 써 드리고 있어요. 고민 상담소를 통해 글로 하는 상담이 가지고 있는 힘을 깨닫게 되었어요. 심리 상담사의 답변을 받은 분들이 때때로 긴 감사 편지를 보내주시기도 하고, 비슷한 고민을 갖고 있던 분들이 ‘나도 요즘 이런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밑미레터에서 큰 위로와 힌트를 얻었다’고 피드백을 보내주세요. 그럴 때 밑미레터를 통해 서로 연결돼 있다는 생각이 들고 글의 힘을 느껴요. 고민 상담소를 통해 늘 좋은 상담을 해주시는 슝슝님과 박현순, 신지윤 심리상담사 선생님께도 참 감사해요.
👩🏻🎨루시: 맞아요. 얼마 전부터 ‘답장’ 코너에서 저희가 받은 피드백을 공유하기 시작한 것도, 피드백을 읽으면서 저희가 느끼는 연결감을 함께 나누고 싶어서예요.
저는 밑미팀의 실패를 이야기했던 레터가 기억에 남아요. 평소보다 밑미팀 이야기를 더 솔직하게 드러내서 반응이 어떨까 걱정했는데, 구독자분들이 응원을 엄청 해주셨어요. 원래 그 레터에 좌절한 일러스트를 그리려고 했는데, ‘한번 실패했다고 망하는 건 아니니까’라는 생각으로 오뚝이를 그렸거든요. 구독자분들의 응원을 읽으니 오뚝이를 그리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죠.
Q. 이번엔 좀 더 개인적인 질문을 드려볼게요. [밑미레터 에디터와 함께하는 밑미 북클럽]에서 은지님 스스로 ‘진짜 나답게 살고 싶어서 친구들과 함께 밑미를 창업했는데 막상 해보니 나와 맞지 않아 공부하는 삶을 살고 있다’고 말했잖아요. 은지님이 생각하는 ‘진짜 나다운 공부’란 무엇일까요?
👱🏼♀️은지: 저는 결국 사는 게 다 공부라는 생각이 들어요.
👩🏻🎨루시: 우와! 명언이다.
👱🏼♀️은지: 아니 아니, 그렇다기보다(웃음) 저도 처음부터 공부를 좋아했던 건 아니에요. 대학생 때는 석사 박사 하겠다는 친구들이 이해가 안 될 정도였죠. 지금 생각해 보면, 공부를 단순히 ‘사회적 기준에서 더 성공하기 위한 공부’라고만 생각했기 때문에 재미없었던 것 같아요. 지금은 공부가 호기심을 해결하고 내가 어떻게 하면 더 조금 더 행복하고 재미있게 살 수 있을까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궁금한 게 많아요. 요즘에는 특히 인간이 행복하게 사는 것이 왜 이렇게 어려운 것인지에 대해서 고민하게 돼요. 덜 먹고 운동하면 살 빠지는 것처럼, 행복한 삶을 사는 방법도 어찌 보면 다 나와있는데 그 실천이 어려운 거잖아요. 그걸 어떻게 조금이라도 쉽고 가능하게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어요. 개인적, 사회적이 접근이 모두 필요한 일인 것 같아요.
우리가 나무를 떠올릴 때, 대부분 위로 자라는 수목형을 많이 떠올려요. 그런데 얽히고설키면서 가로로 영역을 넓혀가는 리좀(Rhizome, 가지가 흙에 닿으면 뿌리가 되는 지피식물류)형 나무도 있거든요. 제가 생각하는 공부는 후자에 가까워요. 석사 다음 박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저런 공부를 하면서 삶의 미스터리를 풀어나가는 것이 지금 저에게 제일 재미있고 하고 싶은 일이에요.
Q. 루시님은 밑미레터 말고도 밑미의 디자인 전반을 맡고 있어요. 밑미 디자이너로서 또는 개인으로서 욕심이 있나요? 스스로 어떤 디자이너이고 싶은지 궁금해요.
👩🏻🎨루시: 저는 재미주의자예요. 재미있는 일을 하면 더 체득이 잘 되고 기억에 오래 남아요. ‘나 그거 할 때 재미있었는데!’ 하는 기억들을 많이 갖고 싶다는 욕심이 있어요. 지금은 제가 밑미에서 만든 무언가를 누군가가 실제로 사용하는 모습을 볼 때 재미와 뿌듯함을 느껴요. 예를 들면 긍정카드 를 많은 분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사용하는 모습을 볼 때처럼요. 앞으로도 그런 경험을 많이 늘리고 싶고, 여러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확장하고 싶어요. 그래서 요즘은 보드게임 만드는 학원을 다녀볼까도 고민 중이에요.
그리고 내가 갖고 있는 씨앗 같은 아이디어를 잘 기획하고 표현하는 과정을 더 많이, 자주 거치고 싶어요. 밑미팀에서 일하면서 가장 좋은 점이 아이디어를 낼 때 ‘이 아이디어가 별로라고 하면 어떡하지?’하는 자기검열 없이 팀 안에서 마구 쏟아낼 수 있다는 거예요. ‘별로인 아이디어는 별로라고 얘기하겠지 그러면 다른 거 하면 되지!’ 생각하면서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거든요. 부정적인 피드백도 안전하게 오가고요. 앞으로도 열린 마음으로 다 같이 아이디어를 내면서 낄낄대고 또 그걸 발전시켜서 실현하고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으면 좋겠어요.
Q. 밑미팀으로서 굉장히 감동적인 답변이에요! 루시님의 ‘해볼게요’ 정신은 이런 재미로부터 출발한다는 걸 새삼스럽게 알게 됐네요. 마지막으로, 두 분이 꿈꾸는 세상은 어떤 모습이고 밑미레터가 그 세상에 가까워지는 과정으로서 어떻게 읽히기를 바라는지 말씀해 주세요.
👩🏻🎨루시: 최근에 개인적으로 굉장히 힘든 일을 겪었어요. 그래서 밑미레터의 이야기가 더욱 크게 와닿고 힘이 되더라고요. 덕분에 주변에 털어놓으면서 속에서 곪지 않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밑미레터를 읽는 분들도 다 각자 내면의 고민이 있을 텐데, 속에서 키우지 말고 발산하고 이야기하면서 풀고 다음 장으로 넘어가실 수 있기를 바라요. 밑미레터가 그 계기가 되면 기쁠 것 같습니다!
👱🏼♀️은지: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저는 각자 자신의 고유한 삶을 살아가면 사회가 가진 많은 문제가 해결되고 개개인이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믿음이 있어요. 저부터도 그렇게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요. 밑미레터를 읽는 분들, 밑미 광장에 있는 분들, 밑미 커뮤니티에서 리추얼하는 분들 모두 ‘하나의 정답이 없다’는 것을 느끼고 남과 비교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살 수 있기를 바라요. 그런데 사실 나 혼자서는 어렵잖아요. 저도 주변에 사회적 기준에서 벗어나 나답게 사는 친구들을 보면서 용기를 얻었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밑미레터가 ‘이렇게 살아도 되는구나’라는 하나의 선택지로서 위안이 되면 좋겠어요.
인터뷰 중에서 ‘항상 배우는 입장’이라는 루시의 말이 인상 깊었어요. 저 또한 밑미팀으로서 은지와 루시를 비롯한 동료들은 물론, 밑미 커뮤니티의 메이트분들께 ‘오늘도 배웠다’는 생각을 자주 하거든요. 인터뷰하면서 비로소 함께 성장하고 있다는 기분이 어디서부터 시작되는지 알 수 있었죠. 그건 바로, 나 혼자라면 몰랐을 부분을 서로 대화하면서 깨닫고, 그러면서 내 안의 틀을 깨고 세계를 넓혀가기 때문이에요! 그 사실을 알고 나니, 동료가 꿈꾸는 세상을 함께 만들어 나가고 싶은 마음도 왕창 자라났답니다. 메이트님도 비슷한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대화하며 내 안의 틀을 깨고 싶다면, 은지와 함께 밑미레터와 책을 깊이 읽는 북클럽을 시작해 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