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속에서 어떤 드라마를 쓰고 있나요?
어떤 드라마를 만들고 있나요?
우리는 일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머릿속에서 각색하고 편집한 시나리오에 따라 상황을 해석하는 경향이 있어요. 우리는 자기가 만든 드라마의 작가이자 감독이자 배우로 활동하며 끊임없이 자신만의 드라마를 만들어 내고 있죠. 불안이 높은 사람은 상사의 미팅 요청과 같은 중립적인 상황에서도 '내가 큰 잘못을 했을 것이다.'와 같이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드라마를 만들어요. 반면 낙관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은 같은 상황에서도 '혹시 승진을 하지는 않을까?'라는 식으로 희망 회로를 굴리며 시나리오를 만들어내죠. 누구나 내면에 조금씩은 가지고 있는 자기연민은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을 희생자로 만들어 내는 데 특출난 재능을 가지고 있어요. 나는 늘 불운하고, 손해 보고, 오해받는다고 해석하며 원인을 외부에 돌리고 자신은 비운의 주인공으로 만들어버리는 거죠.

내가 만든 드라마가 현실에서 이루어지는 이유
똑같은 일을 겪어도 사람마다 만들어 내는 드라마의 내용은 전혀 다른 이유는 우리가 각자의 '기억 창고' 속에 저장된 경험과 기억, 그리고 그에 따른 개인적 견해를 바탕으로 시나리오를 구성하기 때문이에요. 연인과의 관계에서 상처받는 경험을 많이 한 사람은 자신의 기억 창고 속에 연인에 대한 배신 혹은 거부의 순간들이 선명하게 각인되어 있을 가능성이 커요. 이런 경우 새로운 관계에서도 기존의 '기억 창고'를 바탕으로 상황을 해석할 가능성이 높아요. 이를테면 메시지 응답이 늦어지면 '나에게 관심이 식었네.' '나를 무시하고 있네.'와 같은 시나리오를 만들면서 상대방을 의심하고 오해하는 거죠. 실제로는 단순히 일 때문에 바빠서 답장을 못 했을 뿐인데도 말이죠.
이렇게 과거의 기억 창고를 바탕으로 현재의 상황을 해석하게 되면 중립적인 행동에도 부정적 의미를 부여하거나 작은 행동에도 과도하게 의미를 부여해서 해석하기 쉬워요. 무엇보다 이런 패턴은 자기 충족적 예언처럼 작용할 수 있어요. 부정적인 상황을 머릿속에 이미 가정하고 행동하다 보니, 사실 아무 문제 없었던 관계에서도 문제를 일으키게 되는 거죠. 이런 경험이 반복되면 '역시 내 생각이 맞았어.'라는 왜곡된 자기 확신은 기억 창고에 또다시 쌓이게 되고, 상황을 자기 마음대로 각색해서 드라마를 만들어 내는 능력은 점점 강화되는 악순환이 반복돼요.
드라마의 결말이 늘 파국인 이유
'나는 낙관적인 기질이 있으니 드라마를 좀 만들어도 괜찮지 않을까?'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아요. 우리가 만드는 드라마는 결국 우리를 괴롭게 만들 수밖에는 없어요. 바로 우리 생각이 가지고 있는 속성 때문이에요. 불교에서는 이 속성을 빠빤차라고 부르는데, 단순한 경험이 복잡한 생각으로 확장되는 빠빤차의 과정, 즉 드라마를 만들어 내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갈망, 견해, 아만이라는 마음의 세 가지 요소가 드러난다고 이야기해요. 갈망은 만족을 모르고, 견해는 고집과 대립을 낳으며, 아만은 우리를 고립시켜요.
낙관적인 사람도 이 세 가지 덫에서 자유롭지 않아요. 오히려 모든 것이 잘될 것이라는 자신의 견해에 강하게 집착하고, 그런 결과를 갈망하며, 자신의 낙관적 전망이 옳다는 자만심을 품기 쉬워요. 현실이 이런 기대에 부응하지 않으면 실망감은 더 커지기 쉽죠. 우리가 끊임없이 드라마를 만들어 내는 한 우리는 갈망, 견해, 아만을 통해 경험을 왜곡해서 해석하게 되고, 스스로 고통을 자초하게 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해요.
무엇보다 생각은 언제나 과거와 미래에 작동해요. 머릿속에 드라마가 작동하는 한 우리는 결코 현재에 머무를 수 없고, 끊임없이 과거와 미래 사이를 방황할 수밖에 없어요. 우리가 진정으로 현존하고, 지금 이 순간에 머무는 행복감과 만족감을 느끼기 위해서는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만들고 있는 드라마와 작별을 고해야 해요.
드라마 없이 사는 삶의 즐거움을 발견하기
머릿속으로 드라마 만드는 것을 멈췄을 때 우리는 자기 자신이 사실은 고통과 자극에 중독되어 있었다는 것을 발견하게 돼요. 자기도 만드는 그 드라마를 통해 고통받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자극을 갈구하고 있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는 거죠. 드라마 없는 삶을 선택한다는 건 각종 조미료와 설탕이 가득 들어간 자극적인 맛을 거부하고, 슴슴한 된장국과 현미밥, 각종 나물 반찬이 가득한 건강한 밥상을 선택하는 것과 같아요. 처음에는 맛없다고 느껴질 수 있지만, 꼭꼭 씹어 먹다 보면 음식 본연의 감칠맛이 올라오고 몸도 건강해져요. 각종 조미료에 길들여졌던 입맛이 제자리를 찾으면 생야채만 먹어도 그 안의 자연스러운 달콤함을 느낄 수 있는 것처럼, 드라마 없이 사는 삶의 즐거움을 발견한다면 생각하지 않고 지금 이 순간 내 존재, 내 감정, 내 느낌을 자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만족감과 행복감을 느낄 수 있어요.
그럼 머리가 만드는 드라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일단 자신이 끊임없이 드라마를 만들어 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해요. 어떤 상황에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확산되며 드라마를 만들고 있다면 잠시 멈추고 '드라마 드라마' 이렇게 이름을 붙여보세요. 이렇게 이름을 붙이는 것만으로도 한 걸음 떨어져서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힘이 생길 수 있어요. 명상은 머릿속에서 만들어 내는 수많은 드라마에 작별을 고하고, 지금 이 순간에 현존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 도와주는 가장 좋은 방법이에요. 하루에 5분이라도 명상을 실천해 보세요. 호흡에 집중하거나 몸의 감각을 느끼며 알아차리는 것만으로도 현재에 머무르는 좋은 연습이 될 수 있어요. 하루아침에 드라마 없는 삶을 살 수는 없을 거예요. 하지만 적어도 내가 드라마를 만들어 내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내가 만들고 있는 고통들로부터 조금씩 자유로워질 수 있을 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