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속도로 살고 있나요?
내 속도로 가야 목적지까지 지치지 않고 갈 수 있어요!
사회의 속도에 맞춰야 한다는 강박
태어나면서부터 우리는 사회의 속도에 맞춰서 살아야 한다고 알게 모르게 주입받아요. 나이에 맞춰서 학교에서 정규 교육을 받아야 하고, 학교에 다니면서는 취업을 위한 스펙을 쌓아야 하고, 취업을 한 후에는 남들보다 뒤처지지 않게 승진하고 연봉도 올려야 하고, 어느 정도 돈을 모으면 결혼을 하고 집을 장만해야 하고 아이를 낳아야 하고… 등등 우리에게 주어진 때에 맞춰서 해야 하는 것들의 목록은 끝이 없어요.
이렇게 해야 하는 것들을 끊임없이 쳐내는 삶을 살다 보면 자연스럽게 과정보다는 결과에 집착하게 되고, 어차피 같은 결과를 내는 일이라면 가급적 빠르게 효율적으로 하는 것이 더 좋은 것이라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하게 돼요. 그러다 보면 행위 자체가 주는 즐거움은 사라지고, 행위는 결과를 위한 수단이 되어버리죠. 목적 없는 산책이 주는 행복, 공부 그 자체가 주는 앎에 대한 기쁨, 업무를 하며 몰입할 때 느끼는 즐거움은 모두 부차적인 것들이 돼버리고 오직 목적지까지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가는 것만이 중요한 것이 되어버리는 거죠.

나만 늦어지지 않을까 하는 조급함
나의 속도로 가기 어려운 또 다른 이유는 지금 우리 사회가 그 어느 때보다 남과 비교하기 쉬운 사회가 되어버렸기 때문이에요. 운전을 배울 때 옆 차선의 차가 나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달리면 왠지 내가 너무 늦게 달리는 것 같아서 조급해질 때가 있었어요. 특히 한국의 도로에서는 감시카메라가 있는 곳을 빼고는 그 어느 차도 규정 속도로 달리지 않으니 왠지 내가 도로 흐름에 방해가 되는 것 같이 느껴지고, 그래서 초보임에도 무리해서 속도를 내며 달리곤 했죠.
우리가 사는 사회의 모습도 비슷한 것 같아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회로부터 주입받은 삶의 속도에 맞춰 달리고 있으니, 나의 속도로 걷고 있으면 나만 여유롭게 걷고 있는 것 같이 느껴지고, 이러다 왠지 뒤처지는 것 아닌지 걱정돼서 결국 나와 맞지 않는 속도를 내며 달리게 되죠. 드물게 빠른 속도가 자신과 잘 맞아 성공을 이룬 사람들은 자신의 성공을 일반화하며 책을 내고 유튜브에 나와서 성공담을 이야기하는데, 이런 이야기는 ‘왜 너는 나처럼 못해!’라는 비수가 되며 우리를 더 조급하게 만들곤 해요.

이 모든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자각
그럼 우리는 어떻게 사회가 주입한 속도에서 벗어나 나의 속도를 찾을 수 있을까요? 우리가 지금 너무 당연하게 ‘진리’라고 여기며 떠받드는 삶의 방식이 유일한 방식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이 필요해요. 빠르고 효율적인 것이 더 좋은 것이라는 개념은 불과 몇백 년 전에 발명된 개념이에요. 산업혁명을 통해 기계가 생산을 담당하게 되면서 쉬지 않고 움직이는 기계의 속도에 인간을 맞추기 위해 더 빠르고 효율적인 것이 더 좋고 나은 것이라고 사람들에게 주입했던 거죠.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인터뷰집 <궁극의 인문학>을 통해 이렇게 이야기해요.
“우리 각자는 특정 규범과 가치의 체계, 특정한 경제·정치 질서에 의해 지배받는, 특정 세계 속에서 태어나도록 돼 있습니다. 그 결과 우리가 태어난 주변의 현실을 자연적이고 불가피한 것으로 받아들입니다. 그래서 지금 이대로 살고 있는 삶의 방식을 유일한 가능태라고 쉽게 생각합니다. 우리가 아는 세계가 사실은 역사적으로 우연한 사건들의 결과물이라는 사실, 그것들이 우리의 기술, 정치, 경제뿐만 아니라 심지어 우리가 생각하고 꿈꾸는 방식까지 조건 지운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그는 우리가 역사를 공부할 때 비로소 조건 지워진 우리의 현실 인식을 알아차리고 더 자유롭게 상상하고 생각하며, 더 많은 가능한 미래를 볼 수 있다고 이야기하죠.
이제 나의 속도는 내가 정해봐요!
조급함을 느끼거나 나의 속도로 살지 못하고 있다고 나 자신을 탓할 필요는 없어요. 우리가 이렇게 조건 지워진 것은 모든 것이 속도와 결과로 평가받는 21세기에 태어난 것도 큰 영향을 주니까요. 하지만, 앞으로 어떤 속도로 살아갈지는 내가 결정할 수 있어요. 단순히 느리게 사는 것이 좋은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에요. 인생의 어떤 시기에는 빠르게 달리는 것이 필요할 수도 있고, 가끔은 아예 누워서 쉬는 것이 필요한 시기도 있으니까요.
중요한 것은 주변에 휩쓸리려는 나의 마음을 알아차리고 그때마다 지금 이 속도가 나에게 맞는지 물어봐 주는 거예요. 나에게 맞는 삶의 속도는 오직 나만 알 수 있으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