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에 몇 가지 일을 동시에 하고 있나요?
지루한 시간을 조금도 견딜 수 없다면?
방 안에 가만히 있을 수 있나요?
17세기 철학자 블레즈 파스칼은 "인간의 모든 불행은 단 한 가지, 방 안에 조용히 혼자 앉아 있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다."라고 말했어요. 수백 년 전의 이야기지만, 지금 우리에게 더 절실하게 다가오는 말 같지 않나요? 우리는 정말로 단 몇 분도 가만히 있지 못하니까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30초, 신호등 앞의 1분, 누군가를 기다리는 5분, 심지어 화장실에 있는 시간조차 가만히 있지 못하고 끊임없이 뭔가를 하려 하죠.
일단 우리는 조금이라도 지루하거나 불편하면 자동 반사적으로 스마트폰을 꺼내요. 책을 읽거나 유튜브를 보면서도 스마트폰을 틈틈이 보며 새로운 알람을 확인하곤 하죠. 궁금한 것이 생기면 혼자서 사유하며 고민하기보다는 곧바로 검색하게나 AI에게 물어보고, 친구와 이야기하고 있는 동시에 소셜미디어를 스크롤 하며 정보를 주입해요. 맘먹고 쉬어야겠다고 생각했을 때는 소파에 누워서 소셜미디어나 유튜브를 확인하여 이제야 제대로 쉬고 있다고 생각하죠. 하지만, 사실 우리 뇌는 단 한 순간도 쉬지 못하고 끊임없이 수많은 자극 사이를 오가고 있을 뿐이에요. 그리고 이렇게 멀티태스킹을 하며 수많은 정보들을 오가고 있는 사이에, 우리의 주의력과 집중력은 고갈되고, 그 무엇에도 제대로 집중하고 주의를 기울일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리죠.

한 가지에 집중하지 못할 때 우리가 잃어버리는 것들
‘집중력이나 주의력 좀 떨어진다고 큰일 나지 않아.’라고 생각한다면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어요. 주의력과 집중력이 떨어진다는 것은 단순히 생산성이 떨어지고 삶이 정신없어지는 것 이상으로 우리 존재에 근본적인 영향을 미치거든요. 내가 지금까지 살면서 주의를 기울이고, 집중한 것들이 모여 나의 세상을 만들어요. 하지만 요즘처럼 끊임없이 주어지는 외부 자극에 주의를 빼앗기고 한 가지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하면, 나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것들로 나의 주의를 채우게 돼요. 랜덤으로 뜨는 쇼츠의 영상, 자극적인 콘텐츠들이 점점 내 무의식을 채우는 거죠. 이런 것들에 나의 주의를 점점 빼앗기다 보면 자연스럽게 내 안의 목소리를 듣는 능력 또한 상실되어 가요. 타인의 생각,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콘텐츠, 끊임없이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를 열심히 따라가다가 정작 나는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리는 거죠.
짧은 간격으로 수많은 일들을 멀티태스킹 하다 보면 한 가지 문제에 깊게 집중해서 사고하는 능력도 쇠퇴해 가요. 특히 요즘처럼 AI에 내 생각을 외주 주다 보면 혼자 복잡한 문제에 대해 생각하고, 해결하는 방법을 완전히 잊어버리게 돼요. 점점 표면적으로 납작하게 생각하게 되니 무엇이든 이분법적인 흑백논리로 사고하게 되고, 자신의 주장을 선동하는 사람들에게 휩쓸리기도 쉬워지죠.
짧아지는 주의력은 다른 사람들과의 진정한 연결도 점점 어렵게 만들어요. 누군가와 대화하면서도 휴대폰을 확인하고, 가족과 함께 있으면서도 각자 스크린을 들여다보는 모습은 이제 너무 익숙한 풍경이에요. 하지만 진정한 친밀감은 상대에게 나의 온전한 주의를 줄 때만 형성돼요. 상대방의 말을 진심으로 듣고, 그의 표정과 감정을 깊이 느끼고, 그 순간에 완전히 함께할 때 우리는 진정한 연결감을 느끼지만, 멀티태스킹은 우리에게서 이런 깊은 연결의 능력을 앗아가요. 많은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지만, 누구와도 진정으로 연결되어 있지 않은 기분을 느끼게 되는 거죠.
스마트폰이 만드는 주의력 상실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순간적인 즐거움과 쾌락을 주지만, 우리 삶에 정말 필요한 깊이 있는 경험들은 모두 앗아가 버려요. 우리는 많은 것을 하지만 정작 아무것도 제대로 경험하지 못하고, 늘 바쁘지만 뭔가 채워지지 않는 느낌, 많은 것을 했지만 남는 게 없는 느낌으로 가득한 날들을 보내게 되는 거죠.
한 번에 하나씩만 해보기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스마트폰 없이 살 수도 없고, 현대 사회에서 멀티태스킹을 완전히 피할 수도 없어요. 하지만 우리는 의식적으로 지루한 시간, 혼자 있는 시간, 한 번에 한 가지만 하는 시간을 매일 조금씩이라도 확보할 수 있어요. 파스칼이 말한 방 안에 조용히 혼자 앉아 있는 연습을 하는 거죠. 오늘 밑미레터에서는 좀 더 구체적으로 우리가 일상에서 할 수 있는 세 가지 방법을 제안할게요.
첫 번째, 하루에 한 번은 온전히 한 가지에만 집중하는 시간을 만들어 보세요.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30분의 시간, 핸드폰 없이 하는 15분의 산책, 내가 좋아하는 음악에만 온전히 집중하는 10분의 짧은 시간도 좋아요. 이 시간만큼은 아무런 방해 없이 온전히 내가 하고 있는 그 한 가지 행위에만 내 모든 주의를 기울여 보는 거예요. 처음엔 어색하고 불편할 수 있지만, 한 번에 한 가지 일에 깊이 몰두했을 때만 경험할 수 있는 기쁨과 만족을 경험하면 이 시간은 내 하루에 빠질 수 없는 시간이 될 거예요.
두 번째, 일상에서 의도적으로 '지루함'과 '고요함'을 경험해 보세요.우리가 끊임없이 멀티태스킹을 하는 이유 중 하나는 지루함과 고요함을 견디지 못하기 때문이에요. 조금이라도 여유가 생기면 바로 스마트폰을 꺼내 무언가를 하죠. 버스를 기다릴 때, 줄을 설 때, 잠들기 전 침대에 누워 있을 때, 의도적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연습을 해보세요. 처음엔 매우 불편하고 불안할 거예요. 온갖 생각이 떠오르고, 감정이 올라오고, 뭔가를 해야 할 것 같은 조급함이 밀려올 수도 있어요. 그럴 땐 그 불편한 감정을 알아차려 보세요. 지루함과 고요함은 우리가 정말 마주해야 할 것을 마주할 수 있는 힘을 길러줄 수 있어요.
세 번째, 하루 한 번, 먹을 땐 오직 먹는 것에만 집중해 보세요.내가 먹는 음식이 입안에 들어가 어떻게 맛으로 느껴지는지 제대로 음미해 본 적이 있나요? 음식을 먹으면서 스마트폰을 보거나 TV를 보는 것은 이제 너무나 당연해져서, 오히려 식사에만 집중하는 것이 어색하게 느껴질 정도예요. 이제부터는 하루에 한 번 뭔가를 먹을 때 오직 먹는 것에만 집중해 보세요. 커피 한잔을 마셔도 천천히 그 첫 맛, 중간맛, 끝맛을 음미해 보는 거예요. 이렇게 오직 먹는 것에만 집중해 보면 전혀 다른 맛과 향, 식감이 느껴질 거예요.
이렇게 한 번에 한 가지에 집중할 때, 우리는 한 가지를 경험하더라도 더 깊고 진하게 경험하며, 생산성과 효율을 넘어서 나답게 잘 사는 법을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