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기와 꾸준함이 정답이 아닐 때도 있어요.
계속하면 좋은 것이고, 그만두면 나쁜 것일까요?
우리는 어릴 때부터 끈기의 미덕을 배우며 자라요. 수많은 위인전은 물론이고 책이나 미디어를 통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밀고 나갔기에 큰 성공을 이룬 사람들의 이야기를 쉽게 접할 수 있죠. 그런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버텼더니 결국 성공할 수 있었어요."라고 이야기해요. 이런 이야기들을 자주 접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끝까지 하는 것은 좋은 것이고, 중간에 그만두는 것은 곧 실패라는 인식을 내면화하기 쉽죠. 물론,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해내는 건 대단한 거예요. 의미 있는 일에는 대부분 저항과 어려움이 수반되고, 원하는 것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그 어려움을 이겨내야 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문제는 끈기가 무조건적인 원칙으로 격상되면서 "그만두는 것은 곧 실패"라는 등식이 우리 안에 너무 깊이 자리 잡게 되었다는 거예요. 하지만 정말 계속하는 것은 마냥 좋은 것이고, 그만두는 것은 무조건 나쁜 걸까요?

그만두지 못하는 진짜 이유들
사실, 우리가 그만두지 못하고 계속하는 가장 큰 이유는 끈기가 아니라 관성 때문일 수 있어요. 하던 것을 계속하는 데는 특별한 결정이 필요 없거든요. 아침에 눈 뜨고 일어나서 지금까지 하던 일을 그냥 이어가면 되니까요. 반면 그만두는 것은 관성에 반하는 능동적인 결정이에요. 하던 것을 멈추기 위해서는 관성을 뛰어넘는 결단이 필요하고 그 결단을 내리려면 용기가 필요하거든요. 그렇게 멈추고 난 후 필연적으로 생기는 공백을 마주하는 것도 두려운 일이죠.
이미 투자한 시간과 노력이 아까워서 그만두지 못하는 경우도 많아요. 냉정하게 보면 이미 쓴 시간과 에너지는 그만두든 계속하든 돌아오지 않는데, "여기까지 왔는데 아깝잖아"라는 마음이 우리를 붙잡는 거예요. 여기에 내가 선택한 것이 맞다고 믿고 싶은 마음까지 더해지면, 이미 아닌 걸 알면서도 "조금만 더 하면 달라질 거야"라며 나와 맞지 않는 길 위에서 계속 버티게 돼요. 끈기와 꾸준함이라는 미덕으로 자기 자신을 포장하면서 말이죠.
물론 정반대의 경우도 있어요. 새로운 것에 도전한다는 핑계로 현재의 어려움에서 끊임없이 도망치면서 아무것도 지속하지 못하고 변화, 도전, 용기라는 말들로 자신을 속이는 거예요. 끈기, 꾸준함, 용기, 도전 같은 말들은 모두 그럴듯하게 좋아 보이는 말이니 이런 허울 좋은 말 뒤에 숨어서 합리적인 판단을 했다고 자신을 속이기가 너무 쉬운 거죠.
끈기가 필요할 때와 그만둬야 할 때를 구분하는 질문들
그렇다면 정말 끈기가 필요할 때와 그만둬야 할 때를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요? 사실 '그만둘까 말까?'는 좋은 질문이 아니에요. 이 질문은 우리를 이분법에 가둬서 올바른 판단을 하지 못하게 만들 수 있거든요. 그 대신 아래와 같은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던져볼 수 있어요.
내가 겪고 있는 힘듦에 방향이 있는지 확인해 보세요.6개월 전의 나와 지금의 나 사이에 변화의 흔적이 있나요? 기술이 늘었거나 이해가 깊어졌다면 그 고통은 어딘가로 가고 있는 거예요. 하지만 같은 괴로움이 형태만 바꿔가며 반복되고 있다면, 끈기가 아니라 소모되고 있는 것일 수 있으니 결단이 필요할 수 있어요.
그만두는 것은 포기가 아니라 선택
잘 그만두는 사람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어요. 그만두는 것을 '포기'가 아니라 '선택'으로 바라본다는 거예요. 포기는 패배의 언어지만, 선택은 주체적인 언어예요. "나는 이걸 못 해서 그만두는 게 아니라, 나에게 더 맞는 길을 선택하는 거야"라는 관점의 전환이 핵심이죠.
의사결정 전문가인 애니 듀크는 그의 저서 <큇(Quit)>에서 그만두기를 잘하는 사람은 실패를 인정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자원을 현명하게 재배치하는 사람이라고 이야기해요.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그만둔다는 건 그 시간과 에너지를 나에게 더 맞는 다른 무언가에 쓸 수 있게 된다는 뜻이기도 하니까요. 듀크는 한 가지 더 중요한 이야기를 하는데, 제때 그만두는 것은 당사자에게 거의 항상 "너무 이르게" 느껴진다는 거예요. 우리 안에는 이미 들인 시간과 노력이 아까워서, 또 "나는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이 흔들리는 게 두려워서 실제보다 훨씬 늦게 그만두게 만드는 심리가 있다는 거죠.
메이트, 우리는 아주 오랫동안 그만두는 것은 실패이며 포기라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해내야 성공할 수 있다는 말에 세뇌되어 왔어요. 하지만 잘 그만두는 것은 나약함이 아니에요. 나를 아끼고, 내 삶의 방향을 스스로 결정하는 용기 있는 행동이죠. 이번 주에는 끝까지 버티는 것만이 정답이 아니라, 때로는 멈추는 것이 나를 더 먼 곳으로 데려다줄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 봐요.
과거의 선택을 돌아보았을 때 나는 습관적으로 끈기를 선택하는 사람인가요, 아니면 습관적으로 변화를 선택하는 사람인가요? 습관적으로 끈기를 택하는 사람에게는 그만두는 것이 성장일 수 있고, 습관적으로 그만두는 사람에게는 버티는 것이 성장일 수 있어요. 인생을 길게 놓고 관찰해보면 내 패턴을 좀 더 잘 볼 수 있고, 이 패턴을 이해하면 결정에 도움이 될 수 있어요.
지금 백지상태에서 다시 시작한다고 해도 지금 하고 있는 것과 동일한 선택을 할 건가요?이미 투입한 시간과 노력을 전부 지운 상태에서도 "그래도 이걸 하겠다"고 말할 수 있는지 물어보세요. 만약 대답이 '아니오'라면, 지금 나를 붙잡고 있는 건 정말 하고 싶은 마음이 아니라 매몰 비용과 관성일 수 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