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해도 재미없는 마스리님의 고민

마스리님의 고민
“이렇게 재미없게 평생을 살아야 하는 걸까요?”
올해로 스물다섯 살이 된 사회초년생입니다. 어릴 때는 하고 싶은 것도, 가 보고 싶은 곳도, 경험하고 싶은 것들도 무지 많았던 것 같은데 요즘의 저는 뭘 해도 재미가 없고, 하고 싶은 의욕이 생기지 않아요. 외국어를 좋아해서 워킹홀리데이도 가봐야지! 해외여행도 꾸준히 다녀야지! 하고 스무 살 까지만 해도 설렘에 가득 차 있었는데 말이죠. 해외에 나간 친구들을 보면 같은 나이인데 저렇게 도전적이고 진취적인데 나는 이렇게 앉아서 일만 하는 게 맞나? 싶은 생각도 들고 그러다 보면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아닌 직업을 택해서 이렇게 무기력해졌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하고 싶은 일이 뭔지 생각은 안 나고, ‘이렇게 재미없게 평생을 살아가야 하나?’라는 고민은 꾸준히 드는 데 이런 마음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심리 카운슬러 슝슝 님의 답변
“선택하지 않은 삶이 환상이라면, 선택한 삶은 다큐멘터리랍니다.”
반가워요, 마스리. 슝슝입니다.
스물다섯에 사회초년생이라니, 대졸자라면 재수, 휴학, 어학연수, 취업 준비 등 중간 단계 없이 학생 끝 바로 직장인 시작한 것 같네요. 그런가요? 마스리만의 여러 사정이 있었겠지만, 고민 글로 보기에는 틈 없이 인생의 계단을 오르고 있는 것 같아요. 요즘에는 더욱 당연한 일이 아니죠. 대단합니다. 그만큼 노력했고, 운이 따라주었으리라 짐작해 봅니다. 그렇게 시작한 사회생활인데, 봄이 가기도 전에 재미도 없고, 의욕도 사라져서 당황스러운가 봐요. 현 직업이 내가 원하는 일이 아니라니 그것도 고민이 될 것 같습니다. 지금 마스리의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이 충분히 내면을 살피고 결정한 것이 아니라 주위의 권유에, 마침 기회가 좋아서 생각할 겨를도 별로 없었다면 더욱 이게 맞나 싶을 것 같아요. 앞으로의 선택은 결국 마스리의 몫이니 저는 몇 가지 질문과 의견을 보태려 합니다.
마스리, 지금 많이 힘든가요? 진전없는 생각이 계속 꼬리를 물고, 막연히 드는 불안하고 답답한 감정에 잠 못 들고 있나요? 현재 일하며 능력이나 관계 측면의 적응은 어떤가요? 잘 안 맞는 업무나 사람 때문에 괴로운가요? 직장인의 4분의 1이 1년 내 퇴사합니다. 그만큼 스트레스가 많고, 적응이 힘들다는 건데요. 첫 직장 1년 내 퇴사율은 30%로 더 높아요. 마스리는 어떤가요? 반대로 나름 잘 적응하고 있고, 일도 관계도 어렵지 않지만, 생각보다 일이 더 재미없어서 권태로울 수도 있어요. 그럴 때 우리는 생각이 많아지고 마음이 싱숭생숭하지요. 상대적으로 해외에서 살고 있는 친구들이나 사람들의 이야기와 현재의 내가 비교되어 자꾸 나의 현 상황이 마음에 안 들고요. ‘이렇게 재미없게 평생을 살아가야 하나?’ 고민하지만 뛰쳐나갈 만큼은 아니고, ‘하고 싶은 일이 뭔지 생각은 안 나’니 답답하지요.
하지만 이렇게 재미없는 시간은 지나갑니다. 하고 싶은 일이 뭔지는 하나씩 찾으면 됩니다. 너무 쉽게 말한다고 느꼈다면 죄송합니다. 이제 한 살 사회인인데, 겁을 주고 싶지는 않아요. 세상에 태어난 아이에게, 사는 게 참 힘든 걸 아는 어른들이지만 ‘세상에 태어난 걸 진심으로 환영해’라고 말하잖아요. 마스리, 내가 나를 먹여 살리는 일이 참 고되기도 하지만, 소소한 기쁨들, 고마운 인연들, 뿌듯한 성취감 등 좋은 순간들도 많답니다. 워킹 홀리데이, 해외 취업만큼이나 지금 마스리가 일하는 곳에서도 크고 작은 모험과 사랑을 할 수 있고요. 선택하지 않은 삶이 환상이라면, 선택한 삶은 다큐멘터리입니다. 그래서 때로는 시시하더라도 지금 마스리의 현실을 진심으로 경험하고, 즐거움을 찾고, 배움을 얻길 바랍니다.
하지만 경험을 제한할 필요는 없지요. 첫 직장에서 정년퇴임하든, 천만 원만 모아 편도 비행기 티켓만 끊어 기한 없는 세계 여행을 떠나든, 그 사이의 어떤 경험이든 마스리의 직관을 따라 선택하고 살아내면 됩니다. 우리의 삶의 길은 모두 달라서 5년, 10년 뒤에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또한 인생은 독립의 과정이라서, 보호자의 품에서, 주위의 시선과 사회의 평가에서 점점 나라는 사람으로 홀로 서게 됩니다. 이제부터 한 걸음씩 걸어나가면 됩니다. 그러기 위해서 마스리가 지금 서 있는 곳에서부터 마음을 다하길 바랍니다.
마스리의 현재가 벗어나야 하는 고통이 아니라, 성장을 위한 고민이다 싶어서 제가 생각하는 인생 이야기를 해봤습니다. 혹시 마스리라는 이름이 일본어 ‘마츠리(まつり)’, 축제라는 뜻으로 정한 건가요? 그렇다면 정답이에요. 삶은 마스리가 살아 있는 지금 여기에서 열리는 축제입니다. 그러니 아모르 파티(Amor Fati)! 마음껏 춤추길요! 환호와 박수를 보냅니다.
지금 고민이 있으시면 익명으로 밑미 고민상담소에 고민을 보내주세요. 카운슬러의 답변을 보내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