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에 휘둘리고 싶지 않은 루돌프님의 고민

루돌프님의 고민
“인간관계에 휘둘리고 싶지 않아요…”
직장 내 인간관계에 진심일 필요 없다고들 하고, 다들 쉽고 편하게 가까워지고 잘 지내는 것 같은데 저는 늘 목매고, 연연하고, 휘둘리는 것 같아요.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이 있긴 하지만 나에 대해선 궁금한 게 없는 듯하고, 제가 무슨 말을 하든 귀담아듣지 않아 제 말은 허공으로 흩어지기 일쑤예요. 가만히 있어도 사람들이 척척 붙는 자석 같은 사람이 있는데, 저는 사람들이 좋아해 줬으면 하는 마음에 밝고 적극적이고 친절한 모습을 보이려 노력을 해봐도 사람을 밀어내게 되는 것 같아요.
생각해 보면 학창 시절부터 이랬던 것 같아요. 3명 이상 모일 때면 늘 이유 없는 소외감을 느꼈고, 행여 홀수로 모일 땐 어떻게든 홀로 떨어지지 않으려 온 신경을 곤두세우곤 했거든요. 성인이 되어 그런데 연연하지 않는 ‘쿨한 척’을 하다 보니 결국 자연스레 혼자 앉거나, 타거나, 남게 되더라고요. 누군가와 단둘이 있을 땐 마음이 편해지는데, 친해지고 싶었던 사람이 꼭 내가 아니라도 괜찮은 것 같으면 너무 서운하고, 꼭 그렇지 않아도 그 사람은 퇴직, 전학, 이사 등등의 이유로 자꾸 제 곁을 떠나는 상황이 생기네요.
이 사람 가면 저 사람 오는 게 인간관계라지만, 왜 나는 이리 붙었다 저리 붙었다, 혼자가 될까 봐 전전긍긍하는 건지, 다 덧없고 허무하다는 생각뿐이에요.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과 같이 있어도 소외감을 느끼거나 외롭고, 괜히 혼자 토라졌다가도 그래도 이 사람들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내가 싫어서 그런 건 아닐 거라고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아도, 결국 휘둘리는 기분이 들고 진이 빠집니다. 자꾸 내가 나를 잃어버리게 되는 것 같아요. 이제는 어떤 게 자연스러운 내 모습인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심리 카운슬러 슝슝 님의 답변
“꽉 붙잡았던 부정적인 생각들을 놓아주세요. 그리고 나를 잘 존중해주세요”
반갑습니다, 루돌프. 슝슝입니다. 인간관계 참 어려운 주제지요. 하고 습관처럼 답변을 시작하려다가, 문득, 살아오며 지금처럼 관계에서 고민 없이 지낸 적이 없을 정도로 편안하고 자유로운 요즘이라, ‘인간관계가 어렵다는 게 사실인가’ 하고 질문해봅니다.
루돌프가 직장에서, 학창 시절에 경험한 이야기들에서 느낀 소외감과 불안감, 허무함, 무기력함이 느껴집니다. 우리는 관계에서 즐거움, 편안함뿐 아니라 친밀함과 소속감과 같은 긍정적인 감정을 원하는데, 이유 없이, 혹은 여러 통제 불가능한 이유로 부정적인 감정들을 자주 느끼고 있다면 참으로 진이 빠지는 일이 맞습니다. 우리는 관계 속에서 사랑받고 인정받고 수용되며 나 자신에 대한 긍정적이고 안정적인 인식을 갖게 되는데 그것이 오랜 기간 동안 번번이 좌절된다면 정말 내가 사랑받고 존중받을 만한 사람인지 잘 모르겠다에 이를 수밖에 없고요. 혹시 루돌프의 지금 마음이 그런가요?
저는 아주 오랫동안 그랬습니다. ‘내가 맞춰주지 않으면, 돈을 쓰지 않으면, 공부를 잘하지 않으면, 지적이고 깔끔하고 세련되지 않으면 나를 좋아하지 않을 거야. 그런데 나는 그렇지 않잖아. 그러니까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들은 자기 필요가 있어서 거짓말을 하는 거야. 내 진짜 모습을 알게 되면 떠날 거야.’ 생각했어요. 제가 약하고, 겁이 많고, 후줄근하고, 말이 어눌하다는 이유로-때로는 알 수 없는 이유로- 저를 멀리하고 뒷담화하고 욕하고 때리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세상도 사람도 믿을 만한 게 아니고, 나도 마찬가지라는 경험적 확신을 가지게 되었어요. 물론 겉으로는, 가능할 때는 아주 친절한 사람으로 살았습니다. 속으로는, 그리고 폭발할 때는, 가까운 사람들에게는 엉망일 때도 많았고요. 그냥 점점 저도 제 자신이 싫었습니다.
이제 어떻게 벗어났냐 하는 서사가 등장할 차례죠? 심리상담을 받고, 심리상담 공부를 하고, 심리상담사로 살며 십여 년을 헤맨 이야기가 있습니다만, 지금 루돌프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아닙니다. 돌아보면 가까운 관계들이 바닥을 치고, 제 마음이 바닥일 때도 그게 전부는 아니더라는 말을 드리고 싶어요. 루돌프의 고민글 속에도 중간 중간 편하고, 가깝고, 잘 지내는 관계의 좋은 순간들이 보입니다. 좋은 사람이고 싶어서 애쓰는 루돌프의 노력들도 보입니다. 지금 루돌프 곁에도 좋은 관계의 사람이 있을 겁니다. 그렇죠?
루돌프는 충분히 잘 관계 맺고 있습니다. 정도의 차이야 있겠지만 루돌프가 하는 고민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겁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마음이, 여러 상황들이 내 마음과 바람과 같지 않아서 속상하지만, 사실은 딱 맞아 떨어지는 것이 더 희귀한 일입니다. 종종 그런 기적이 일어나 좋은 관계의 순간을 누리는 게 신기한 일입니다. 지금 루돌프를 힘들게 하는 건, ‘그(들)은 나에게 그렇게 해서는 안돼. 상황은 이렇게 꼬여서는 안돼. 나는 부정적으로 생각하거나 부정적인 감정을 느껴서는 안돼.’와 같은 생각들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생각들은 이미 일어난 현실과 싸우기 때문에 루돌프를 괴롭힐 뿐 어떤 도움도 되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이나 어떤 상황들은 내가 통제할 수 없으니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고, 남은 것은 내 생각과 감정입니다. 부정적인 생각이 떠오르면, 충분히 귀 기울이고 이해해 주세요. 부정적인 감정이 들면 가만히 느끼고 토닥토닥해 주세요. 그러나 생각을 계속 붙들고 있지 마세요. 감정에 휩싸여 나를 잃지 마세요. 생각도 감정도 나의 일부일 뿐입니다. 그러니 존중해 주고 잘 보내주세요. 뜨거운 물에 굳은 몸을 녹이며, 산책으로 선선한 바람을 느끼며, 달리기 등의 강도 높은 운동으로 땀을 흘리며,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고요한 가운데 천천히 숨을 들이쉬고 내쉬며, 노트(북)에 글로 남기고 덮으며, 편안하고 친밀한 친구에게 털어 놓으며. 놓아주세요. 긍정적인 생각과 감정도 똑 같은 방식으로 대해주시면 됩니다. 다만 원하는 생각과 감정은 그만큼 더 떠올리고 음미하면 더 좋겠죠.
루돌프, 제가 글을 시작하며 요즘 편안하고 자유로운 시간을 음미하고 있다고 말했죠. 지금은 그렇습니다. 혼자서도, 함께도 꽤 좋습니다. 내일은 어떨지 모르지만, 걱정하기 보다는 오늘 하루를 감사한 마음으로 누리려고요. 이따가 만날 지인에게 답장을 바라지 않는 편지를 전하려고요. 잠깐 시간을 내어 부모님께 안부 전화를 드리려고요. 이미 충분히 좋은 사람, 관계를 소중히 여기는 선한 사람, 루돌프의 오늘이, 루돌프의 마음이, 루돌프의 삶이 굳세고 편안하기를 바랍니다.
지금 고민이 있으시면 익명으로 밑미 고민상담소에 고민을 보내주세요. 카운슬러의 답변을 보내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