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내고 싶지 않지만 화내고 있는 앵거의 고민

앵거의 고민
“화를 안 내고 싶은데 계속 버럭해요”
저는 화가 많은 사람인데요. 화를 안 내고 싶어요. 특히 가족들과 배우자에게는 화내고 싶지 않아요. 가장 소중한 사람들이니까요. 화를 내는 이유가 뭐 대단한 것도 아닌데 순간 욱해서 짜증스럽게 말하거나 벌컥 화를 낼 때가 있어요. 5분만 지나도 ‘별거 아닌 일인데 내가 왜 그랬지’ 싶어서 사과하지만, 다음번에 비슷한 상황이 되었을 때 여전히 잘 못 참고 화를 내더라고요. 제 배우자는 화도 잘 안 나고, 화가 나도 무척 부드럽게 말하는 사람이라 더 미안해요. (심지어 만난 지 10년이 넘었는데 저한테 한 번도 화낸 적이 없답니다. 제가 화를 내고 사과하면 용서해주고 받아줘요.) 최근에는 아기가 생겼는데 두 살밖에 안 된 아기가 계속 짜증 내고 떼쓰면 화가 나더라고요. 나중에 세 살, 다섯 살이 됐을 때 정말로 못 참고 아이에게 화를 낼까 봐 두렵기도 합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사는 걸까요? 다들 화내고 사는 걸까요? 화를 안 내는 방법은 없나요? 저는 다시 태어나야 하는 걸까요?

심리 카운슬러 슝슝 님의 답변
“알아차리고 얼른 사과하고, 더 많은 다정한 말, 친절한 행동, 사랑, 또 사랑을 표현하세요.”
앵거, 반가워요. 화내고 싶지 않다면서, 닉네임은 앵거, 화내는 사람이라니 덕분에 웃었어요. 오 분만 지나도 별거 아닌 일에 우리는 버럭버럭 화를 내며 삽니다. 마치 말을 못해 그저 악을 쓰며 울기만 하는 아기처럼요. 저는 많이 참는 사람인데요. 그러다가 폭발합니다. 한 번 기분이 상하면 잘 풀리지도 않고요. 앵거도 저와 비슷할까요? 아니면 평소에도 목소리 크고 호탕하게 웃고 화도 잘 내고 풀기도 잘하는 사람일까요? 아마도 사람마다 똑같은 분노와 함께 잘 사는 방법은 없을 테지만, 한 번 같이 생각해 보아요.
그 전에, 와우, 두 살 아기를 돌보고 있다니, 환경이 아주 열악하네요. 어린아이는 잘 때나 천사 같지, 대부분의 시간에는 끊임없이 신체적, 정서적 노동을 요구하는 존재잖아요. 몸도 마음도 완전히 지쳤는데, 짜증도 화도 내면 안 된다면 그건 정말 불가능한 미션이에요. 그러니 짜증 내고, 화내는 나에게 한 번 더 짜증 내거나 화내지는 맙시다. 화를 내고 있는 혹은 화를 내버린 자신을 발견했다면, 자책하기에 앞서 잠시 멈추고 아이 달래듯 토닥여 줍시다. ‘어? 아이고, 화가 났구나, 울컥해 버렸네, 그래, 그래, 괜찮아, 괜찮아, 잠깐만 숨 돌리자, 심호흡 하자, 진정해 보자.’ 마음속으로 말해 주면서요. 차분해질 때까지요. 이렇게만 해도 화를 내기 시작하는 빈도는 못 줄여도, 화가 지속되는 시간이나 화를 내는 강도는 줄어들 겁니다. 다섯 번 화낼 때, 한두 번만 발견하고 스스로의 감정을 돌보는 모드로 전환해도 좋은 변화의 시작이에요.
다음으로는 화를 내기 전으로 가 볼까요? 앵거 그런 적 있지 않나요? 아직 폭발하지는 않았지만 화가 차오르고 있음을 느꼈을 때요. 저는 종종 내장에서 부글거리기 시작해 가슴까지 올라와 답답해지다가 목까지 가득 찰랑이는 분노 게이지의 상승을 몸으로 느껴요. 저에게 화를 내기 전에 분노를 느끼는 건 아주 반가운(?) 일입니다. 알아차렸으니 이제 어떻게 해볼 수 있거든요. 친밀한 사람과 있고 시간이 여유롭고 컨디션이 좋을 때는 제 분노를 상대에게 알립니다. 도움을 요청해요. 이야기하면서 공감도 받고 위로도 받다 보면 어느새 화는 사라지고 고마움이 느껴져요. 하지만 보통은 그런 상황이 아니라서, 분노의 전진을 멈추기 위한 간단한 조치를 취합니다. 먼저 점점 숨 쉬는 속도를 늦춰서 아주 천천히 숨 쉽니다. 그러면서 미간이나 어깨, 손과 허벅지 등을 살펴보면서 힘을 뺍니다. 자리를 잠깐 옮길 수 있으면 화장실이라도 가서 목과 손목, 발목을 돌리기라도 하면서요. 시간이 되면 시원한 물에 세수를 하거나, 복도나 계단실 건물 밖을 잠시 걷기도 해요. 그리고 나에게 물어요. ‘무슨 일이야? 마음이 안 좋아지고 있잖아. 어떤 부분이 속상한 거야, 억울하거나 화가 나는 거야? 내가 어떻게 하면 좋을까.’ 다그치는 게 아니라, 잘 이해하고 돕고 싶다는 마음으로요. 시간이 별로 없으면 하루가 지나기 전에 꼭 다시 챙겨주려고 애쓰고요. 그럼 분노도 제 마음을 이해한 듯 기다려 주거나 괜찮아졌다며 돌아가기도 하고요.
저는 그러면서 삽니다. 기쁨과 슬픔처럼 짜증과 분노도 잘 느끼고 잘 달래면서요. 종종 실패해서 좌절하면서, 가끔은 기분 좋게 성공하면서요. 특정 대상과 상황에서 유난히 화가 나는 건 과거의 큰 상처로 인한 미해결 과제가 원인일 수 있기에 심리상담을 통해 나를 깊이 이해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보통은 화도 내고, 소리도 지르고, 후회도 하면서 살지요. 늘 빠른 사과는 진리고요. 더 많이 사랑하려고 노력하면서요. 앵거도 그러면 됩니다. 다시 안 태어나도 돼요. 짜증도 화도 내면서 사세요. 사랑하는 배우자와 아이에게 짜증이나 화 한 번 내면, 알아차리고 얼른 사과하고, 더 많은 다정한 말, 친절한 행동, 사랑, 또 사랑을 표현하세요. 응원을 보냅니다.
지금 고민이 있으시면 익명으로 밑미 고민상담소에 고민을 보내주세요. 카운슬러의 답변을 보내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