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미
CONTENTS
지금 나의 마음은 어떤가요?
고민 상담소2022.12.07 · 읽는 데 3

안 맞는 상사와 일하는 게 힘든 소로소님의 고민

소로소님의 고민

직장 상사와의 관계가 고민입니다. 보수적인 전 직장에서부터 함께 일했던 분인데, 퇴사 후 6개월 남짓 되는 프로젝트를 함께 하자는 제안이 왔습니다. 흥미가 생겨 흔쾌히 승낙했는데, 막상 일이 시작되니 불편한 감정이 생깁니다.

전 직장에서도 소통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조직의 문제라 생각했는데, 슬슬 사람의 문제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권위적인 태도로 사람을 존중하지 않고 부품처럼 대하는 느낌이 듭니다. 제가 제안한 것들은 전혀 반영되지 않고, 바쁜 한 주를 보냈는데도 “비교적 바쁘지 않았던 이 주에 밀린 업무가 생기는 게 이해가 안 된다.”라는 식으로 평가받으니 현타가 옵니다. 꿈에서도 일을 그르치거나 팀원들과 싸우는 꿈을 꿀 정도로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도 잘 맞지 않고 스트레스 관리가 힘들어집니다.

아직 한 달밖에 안 되었고 개인적 친분으로 시작한 일이라 그만두겠다고 이야기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스트레스는 쌓여가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해도 쉽지 않네요. 이런 마음을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심리 카운슬러 슝슝님의 답변

“현명한 선원은 다음 항해를 위한 경험과 지혜를 얻습니다.”

안녕하세요. 소로소님. 밑미 심리카운슬러 슝슝입니다. 요즘은 어떻게 지내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권위적이고 소통이 어렵고, 일방적인 지시와 인정도 존중도 않는 상사와의 프로젝트라, 짧게 요약해 보아도 지난 한 달이 얼마나 지치고 허탈한 날의 연속이셨을지 짐작이 됩니다. 이에 더해 새로 함께하는 팀원들과도 업무 방식의 조율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니 현타가 올 만도 하지요. 어휴. 아직 오육 개월은 남은 듯 한데, 어떻게 풀어가면 좋을까요?

먼저 소로소님은 어떤 분인지 궁금합니다. 의사 표현에는 적극적인지, 할 말은 어찌 됐든 하는지, 일단은 참고 맞추려고 애쓰는지, 갈등은 피하는지 드러내는지 등이요. 소위 MBTI 유형은 어떤지 같은요. 저는 사내 심리상담사로 일하며 팀 단위 소통 증진 / 갈등 해결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특히 단기간에 결과물을 내야 하는 경우 성격 차이로 인한 갈등이 두드러지는 경우가 많거든요. 서로의 성격, 업무 방식 등을 조율하는 과정이 생략/무시되고 바로 실적만 강조되면 내향적이고, 의견 보유적이고, 관계 중심적이고, 신중한 쪽이, 무엇보다 직급이 낮은 경우면 더욱 스트레스를 많이 받게 됩니다. 어쩌면 소로소님도 비슷한 이유가 아닐까 추측해 봅니다. 고민글 외에 다른 정보가 없으니 이러한 가정 위에 조언을 드릴까 합니다.

반년 정도의 단기 프로젝트일수록 갈등의 빠른 노출이 중요합니다. 오해나 부정적 감정을 혼자 감내하거나 털어내고 업무에 복귀하기에는 다른 이들과의 감정의 격차가 빠르게 벌어지기 쉽기 때문인데요. "지난주에 그렇게 말씀하신 거는 너무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저는 이런 일들을 처리하느라 업무량이 아주 많았습니다."는 말도 지나간 일을 왜 이제서야 꺼내느냐 지금 눈앞의 일도 많은데 라는 반응으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나는 나대로 부정적인 감정이 쌓여가, 잘하던 일도 할 수 있는 일도 점점 하기 싫고, 상사는 나를 비난하고, 상사가 무시하는 나를 동료들도 존중하지 않는 악순환이 일어날 수도 있고요.

고민 글의 사례를 들자면 한 주 내내 고생한 내게 '일이 없었는데 밀리는 게 이해가 안 된다'는 상사의 말에 기가 차서 잠시 멍해졌다 하더라도, 바로(혹은 잠시 생각을 정리한 후) 구체적으로 처리한 업무 목록을 제시하시는 게 필요합니다. 또 소로소님이 업무와 관련하여 제안한 내용도 반영 여부가 나중에 드러나기까지 기다리지 마시고 상사가 귀찮게 여기더라도 어떻게 됐는지 반영 여부를 묻고, 미반영 시 사유를 체크하는 등 즉각적이고 적극적인 확인이 필요합니다. 상사에게 불만을 터뜨리거나, 토를 달며 변명하는 것과는 다릅니다. 오해가 있거나 애매한 부분에 대해 바로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겁니다. 최종 평가, 결정권은 상사에게 있으니 결정 후 통보 사항은 바로 인정하고, 그 기준으로 다음 일을 하고요. 말 그대로 단기 프로젝트니, 나와 상사의 업무 스타일의 차이를 고려하기보다는 빠르고 정확한 일 처리에 집중하는 것이지요.

그러면 잘 풀어갈 수 있을 거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소로소님도 지난 회사에서, 이번 일을 하며 여러 번 경험한 그 상사는 아마 거의 변하지 않을 겁니다. 일에서도 관계에서도 힘을 가진 사람은 그 상사니 하던 대로 하겠지요. 일의 결과에도, 소로소님을 포함한 팀원들 간의 팀워크에도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거고요. 다만 소로소님의 몫은 다 한 것이지요. 일의 결과도 팀원들 간의 갈등 조율도 결국 최종적으로는 상사의 몫입니다.

소로소님, 지금 맡은 일 잘 해내고 싶은 마음이 크고, 진심이겠지요. 그래서 더 예민해지고 속상한 겁니다. 그러나 소로소님의 힘으로 통제할 수 없는 것까지 책임지려고는 마세요. 남은 프로젝트 기간 동안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되, 그럼에도 불구하고 벌어지는 일들은 힘을 빼고 받아들이세요. 선장이 정신을 차리고, 지혜롭고 분명한 지도력으로 팀원들을 이끌어 좋은 성과를 내면 가장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현명한 선원은 다음 항해를 위한 경험과 지혜를 얻습니다. 건투를 빕니다.

추신 : 사실 저는 참고 참다가 독단적인 상사가 회의 자리에서 왜 의견을 내지 않느냐는 질문에, "제가 뭐라 하든 팀장님이 하고 싶은 대로 하실 거잖아요."라고 발끈했다가, 한 시간 넘게 일대일 정신교육 받은 적이 있습니다. 고인물 상사는 변하지 않고, 우리는 나중에 그런 상사가 되지 않는 수밖에 없는 것 같기도 하네요.

지금 고민이 있으시면 익명으로 밑미 고민상담소에 고민을 보내주세요. 카운슬러의 답변을 보내드립니다.

함께 나눈 이야기

3

기존 밑미 사이트에서 옮겨온 이야기예요. 회원 정보를 옮기기 전이라 쓰신 분의 이름은 아직 보이지 않아요.

  • 2022.12.08

    ㅋㅋ 마지막 줄 사이다에요 !

  • 2022.12.12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글 너무 감사합니다!

  • 2022.12.231

    사람 바꿔쓰는 거 아니라는 말 정확히 맞습니다. ~~ ^^ 더 소오름 돋는 건, 본인은 그런... 독단적인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

이 글을 읽고 나서
비워둘 30분, 오늘부터 만들어볼까요?

이 글과 맞닿은 리추얼을 준비하고 있어요. 14일 코스, 누른 날이 1일차예요.

준비 중
나 리추얼 — COMING SOON
14일 · 오늘 시작 가능 예정
밑미레터

매주 월요일 아침 6시 편지를 보내드려요.

밑미레터 구독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