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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의 마음은 어떤가요?
고민 상담소2022.12.18 · 읽는 데 3

혼자 멈춰선 것 같아 불안한 소영님의 고민

소영님의 고민

3년간 다닌 회사에서 더 큰 회사로 이직을 했습니다. 남들이 인정해주는 소위 대기업으로 이직하며 나 정말 대단하구나! 뿌듯해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높은 업무 강도와 고객의 폭언 등을 들으며 몸과 마음이 망가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샤워할 때, 설거지할 때, 출근길 지하철에서 그냥 눈물이 쏟아질 때쯤, 이제는 그만둬야겠다는 마음에 퇴사를 했습니다.

문제는 이제 새로운 직장을 구해야 하는데,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르겠다는 점입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 충분히 방황해 보고 싶어 퇴사를 결심했지만, 남들은 모두 달리고 있는데 나 혼자 멈춰 선 것 같아서 불안하고 조급해집니다. 좀 더 나에게 집중하고 내 얘기를 들어야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러면 영영 늦어지는 것이 아닌지 불안합니다.

심리 카운슬러 슝슝님의 답변

상한 몸과 마음으로 회사를 떠난 지 얼마나 시간이 흘렀나요? 소영님의 몸과 마음은 얼마나 회복한 것 같나요? 소영님이 살고 싶은 삶은 어떤 하루들로 이루어져 있나요? 질문으로 소영님의 고민에 대한 답을 시작해 봅니다. 소영님이 위의 세 질문에, 어떻게 답할지 궁금합니다. 아직이라면 잠시 글 읽기를 멈추고, 소영님의 답을 써주세요.

반갑습니다. 저는 밑미 심리카운슬러 슝슝입니다. 읽고 쓰는 것을 좋아해서 순진하게 대학을 국어국문과로 들어갔다가, 먹고 살 걱정에 ‘잘 듣기’는 잘하고 관심이 가서 대학원에서 ‘심리상담’을 전공하고, 그 후로 칠 년쯤은 현장에서 바쁘게 상담만 하다가, 다시 칠 년쯤은 상담은 반으로 줄이고 나머지 반을 프리랜서로 타로, 글쓰기, 보드게임 등을 접목해서 작은 수업, 모임 등을 꾸리며 살고 있습니다. 몇 년 후에는 주 4일로 일하는 회사를 그만두고 작은 책방을 꾸려 제가 좋아하는 것들로 제 시간을 가득 채우며 먹고 살고 싶고요.

어떻게 보면 제가 소영님과 삶의 방향성과 형태는 다를 수 있겠지만, 무엇을 좋아하는지 찾고, 그 일을 하며 살고 싶다는 소영님의 마음으로 십여 년쯤 먼저 살고 있는 것 같아서 뜬금없지만 제 삼십 대 전후의 진로를 요약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어제도 내가 가고 있는 이 길이 맞나, 지속할 수 있을까 밀려오는 불안을 달래며 잠이 들었습니다. 올해도 해야지 생각했던 일들 중에 회피하고 미뤄버린 일들이 떠올라 자책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그래도 계속해봐야지 다짐하면서요. 앞으로 일할 날이 지금까지 일한 날보다 훨씬 많다, 괜찮다, 내일을 위해 자자 하면서요.

소영님이 어떤 분야에서, 어떤 목표와 방향성을 가지고,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저는 모르니 구체적인 조언을 드리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하지만 사회에서 말하는 정규 코스(?)에서 완전히 소진한 몸과 마음으로 내려 버린 소영님께 드릴 수 있는 말은 있습니다. 내가 내린 버스를 계속 바라보지 마세요. 이미 떠났으니까요. 여전히 아쉬울 수도, 앞으로도 아쉬울 때도 있겠지만, “그래, 아쉽다!” 한마디 하시고, 보내주세요. 밖에서는 부러울지 몰라도 안에서 얼마나 괴로웠는지 소영님은 알잖아요. 그러니 아직 남은 마음이 있다면, 지금 보내주세요.

그럼 이제 맨 처음의 질문들로 돌아가 볼게요. 충분히 쉬었나요? 혹시 겨우 멍하니 며칠, 몇 주를 보낸 후가 아닌가요? 사실 그때가 제일 불안해요. 일이 밀려있지 않고, 나를 다그치는 사람이 없는 게 어색한 시기죠. 그렇다면 지금의 비어있음에 적응하는 시간이 더 필요해요. 앞으로 삼십 년 일할 건데, 백분의 일, 이쯤인 삼 개월, 육 개월은 그저 낮잠으로, 산책으로, 좋은 거 보고 먹고, 충분히 쉬는 시간으로 보내셔도 됩니다. 습관적인 불안이 아니라 에너지가 차오른 몸과 마음이 심심해할 때까지요. 그 신호가 와야 준비가 된 거예요. 눈물을 쏟고 지쳐 쓰러질 때까지 누르고 숨겨야 했던 나를 다시 만날 준비요.

분명 소영님도 무언가에 순수하게 호기심을 가지고, 별것 아닌 걸 하는데도 즐겁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한참을 해도 자꾸만 더 하고 싶은 마음으로 살 때가 있었을 거예요. 기억나지 않는다면 그만큼 오래 묻어두고 잊고 살아와서 일지도요. 내가 좋아하는 것들, 원하는 것들을 모르겠다는 건 사실 내가 누구인지를 잘 모르겠다는 것과 깊이 연결되어 있어서, 심리상담에서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하나하나 돌아 보며 나 자신을 찾아가는 작업을 긴 시간 해요. 어쩔 수 없었다는 이유로 내가 외면한 상처 받은 내 마음들이 사는 집들을 찾아가서, 긴 대화를 나누며 사과하고 화해하는 일들이 필요하니까요.

동시에 가벼운 마음으로 내가 과거에 좋아했던 활동들, 공부들을 조금씩 다시 시작해보는 것도 좋고요. 금전적으로 아주 쫓기는 상황만 아니라면, 다른 소비를 줄이더라도, 부담과 책임 없이 배우고 즐길 수 있는 것들로 ‘일하는 존재’로서의 나에게 재활의 시간을 주는 것도 도움이 되거든요.

회복과 재활의 시간을 거치며, 스스로를 찾아가는 여정이 평탄하지는 않겠지만, 소영님이 내린 버스 안의 삶과 같지는 않을 거예요. 자신이 그렇게 되도록 이제는 소영님이 가만두지 않을 거잖아요. 그러니 불안한 마음을 달래며, 새로운 길을 걷기 시작한 나를 응원해 줍시다. 그리고 약속해주세요. 소영님이 소영님의 가장 좋은 친구가 되겠다고요. 내 몸과 마음의 소리를 가장 잘 듣고, 제일 먼저 돌보겠다고요. 그리고 건강한 소영님의 몸과 마음과 함께 소영님이 해낼 수많은 일들을 마음껏 상상하고 깊이 누리시길요. 알로하, 환영과 축복의 인사를 보냅니다.

지금 고민이 있으시면 익명으로 밑미 고민상담소에 고민을 보내주세요. 카운슬러의 답변을 보내드립니다.

함께 나눈 이야기

3

기존 밑미 사이트에서 옮겨온 이야기예요. 회원 정보를 옮기기 전이라 쓰신 분의 이름은 아직 보이지 않아요.

  • 2022.12.19

    저에게도 많은 위로가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 2022.12.20

    "내가 내린 버스를 계속 바라보지 마세요. 이미 떠났으니까요. 여전히 아쉬울 수도, 앞으로도 아쉬울 때도 있겠지만, “그래, 아쉽다!” 한마디 하시고, 보내주세요. " 이 말씀이 정말 좋네요. 저에게도 많은 힘이 되었어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 2023.02.01

    오늘의 밑줄 좌악- "지금의 비어있음에 적응하는 시간이 더 필요해요. 앞으로 삼십 년 일할 건데, 백분의 일, 이쯤인 삼 개월, 육 개월은 그저 낮잠으로, 산책으로, 좋은 거 보고 먹고, 충분히 쉬는 시간으로 보내셔도 됩니다. 습관적인 불안이 아니라 에너지가 차오른 몸과 마음이 심심해할 때까지요. 그 신호가 와야 준비가 된 거예요. 눈물을 쏟고 지쳐 쓰러질 때까지 누르고 숨겨야 했던 나를 다시 만날 준비요." 비어있음에 적응할 시간을 나에게 허락하는 다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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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과 맞닿은 리추얼을 준비하고 있어요. 14일 코스, 누른 날이 1일차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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