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도 사람과의 관계도 어려운 캐롤님의 고민
캐롤님의 고민
20대 후반인데 끊임없이 연애하는 주변 친구들과 달리 아직 이렇다 할 연애 경험이 없습니다.
20대 초반부터 가정 환경 때문에 생긴 트라우마로 힘든 시간을 보냈고 우울증을 앓기도 했어요. 사람이 지옥처럼 느껴져서 오래가는 연애를 하지 못하고 20대를 보냈습니다.
이제는 다행히 정신적으로 단단해지고 많은 부분을 극복했다고 생각하지만 안정적인 환경에서 자라서 건강한 사랑을 줄 수 있고, 함께 하는 것의 기쁨을 아는 친구들과 자꾸 자신을 비교하게 됩니다.
동시에 연애를 주제로 이야기할 때마다 피해의식이 생기고 나는 왜 이렇게 다른 건지 소외감이 느껴지고 왜 나에게는 관계 맺는 것이 더 어려운지 억울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어쩌면 지난 시간에 대한 보상이 필요해 이렇게 고민을 보내는 것 같기도 합니다. 저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면 좋을까요?

심리 카운슬러 슝슝님의 답변
“사랑을 시작할 튼튼한 마음을 가지게 된 것을 축하합니다”
안녕하세요. 케롤님. 밑미 심리카운슬러 슝슝입니다.
케롤님의 고민 글을 읽으며, ‘그렇구나. 살다 보니 지금 이 자리에 나 자신으로 있는 게 인생이구나.’ 싶었습니다.
케롤님은 어린 시절부터 힘든 시기들을 오래 견디고, 성인이 되어서도 우울증을 앓고 치료하며 살아왔네요. 짧은 글 안에 드러나지 않은 우여곡절들과 상처들과 눈물들이 얼마나 많을까 짐작되어 마음이 아픕니다.
그리고 기어코 오늘까지 살아냈군요. 단단하게 극복해낸 케롤님으로요. 그 이야기들이 가진 고통의 크기, 어둠이 깊이만큼이나 이겨낸 힘과 되찾은 빛이 얼마나 아름다울지요. 그 이야기가 담긴 책이 있다면 밤을 지새우며 읽고 싶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케롤님의 연애 고민으로 돌아오려고요.
이렇다 할 연애 경험이 없다 했지만, ‘오래 못 간’ 연애 경험은 있는 것 같군요. 안정적이고 건강한 환경에서 자란 친구들은 아는 함께 하는 기쁨을 모른다고 말하고 있지만, 사랑하기를 원하고 있고요. 마음이 맞는 사람과 솔직하고 내밀한 이야기를 나누길 원하고 있고, 이렇게 고민 글을 보낼 만큼 변화를 위한 용기를 가지고 있기도 하고요.
피해의식이 있어도, 연애 이야기를 피하고 싶어도, 소외감이 들고, 한숨이 나와도 괜찮습니다. 지금 케롤님은, 그 모습 그대로의 케롤님으로 연애라는 험난하고 두려운, 설레고 따듯한 관계를 준비하고 있는 겁니다. 이제는 나를 어느 정도 추스르고 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한 걸음 나와 관계를 시작하고, 사랑을 원할 만큼 튼튼한 마음인 겁니다.
제 말이 당황스러울 수 있겠지만, 제 눈에 케롤님은 사고로 다리를 다친 후 오랜 재활을 거쳐 마침내 휠체어에서 일어나 두 발로 걷기 시작한 아이로 보입니다. 이제 겨우 조심스레 한두 걸음 내딛고 벽에 기대고, 의자에 앉아 쉬어야 할 수도 있지만, 점점 살금살금, 뚜벅뚜벅 걷게 될 것이고, 결국 힘차게 달리게 될 케롤님으로요.
위로와 격려도 보내고 싶지만, 그보다 큰마음으로 가득한 축하를 보내고 싶습니다. 응원의 박수를 치고 싶습니다. 삼십 년 가까이, 인생의 삼분의 일을 나 자신을 알아가는데 보낸 케롤님. 이제는 누구보다 나를 잘 헤아리는 마음으로, 나에게 좋은 것들을 나에게 선물하고, 내가 좋아하는 곳에 나를 데려가고, 내가 좋은 사람에게 내 마음을 고백하세요. 고요하고 깊은 슬픔을 헤아리는 사람으로, 오랫동안 열렬히 기쁨을 그리워한 사람으로 케롤님만의 매력을 터뜨리세요.
현실은 가끔 찬란하고, 종종 무채색이겠지요. 힘든 날도, 상처를 주고받는 일도, 혼자 외로운 날도 있겠지요. 하지만 지금까지 살아낸 케롤님의 힘을, 이제 사랑하고자 하는 케롤님의 마음을 기억해주세요.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대사처럼, 세상사 다 부질없게 느껴져도, 지금을 소중히 해주세요. 저도 종종 실패하지만, 힘내보겠습니다. 케롤님의 남은 삼분의 이의 삶의 매일에 크고 작은 웃을 일이 있기를 바랍니다.
지금 고민이 있으시면 익명으로 밑미 고민상담소에 고민을 보내주세요. 카운슬러의 답변을 보내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