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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의 마음은 어떤가요?
고민 상담소2023.11.04 · 읽는 데 4

사랑받고 싶은데 사랑받는 게 두려운 맑음님의 고민

맑음의 고민

“사랑받고 싶은데 사랑받는 게 두려워요”

최근 사내 정치와 이간질로 번아웃이 와서 덜컥 퇴사했어요. 사람들은 오해해서, 이간질해서, 방관해서 미안하단 말도 하지 않고, 오히려 제게 서로를 탓하기 바빴어요. 자기변명만 하는 모습에 제가 외면받고 있는 것 같았죠. 저만 바라보는 후배들과 경계하는 선배들 사이에 껴서 부당함을 느끼는 것보다 힘든 건 제 마음을 궁금해하고 물어봐 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거였죠. 알면서도 당하는 바보 같은 제 모습에 좌절했고 아무도 없는 세상으로 도망치고 싶었어요. 퇴사한 후 한동안 외부와 단절된 채 허기만 겨우 채우는 제 모습을 보며 정말 에너지가 고갈되었음을 느꼈고 스스로 가여워서 눈물이 났어요.

저는 사랑 받고 싶어 사무치게 외로운 사람인데 관계에서의 상처로 아무도 저를 사랑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이중적인 마음마저 들어요. 온전히 저를 이해하고 지지해 주는 사람이, 먼저 제 마음을 살펴주는 따뜻한 시선과 다정하게 건네는 언어가 필요할 뿐인데 이 모든 게 저한테만 허락되지 않는 것 같아요. 10대의 불안정한 애착 관계를 벗어나 다른 형태의 사랑을 배워가며 나에게 집중하는 20대를 보냈고, 30대엔 마음 근육을 키우며 좀 더 안정적으로 살겠노라, 스스로를 다독이며 쌓아 온 제 인생이 와장창 무너지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제게 일어난 상황보다 사랑이 필요하면서도 상처받기 싫어 고독함을 자처했던 것이 문제였는지도 모르겠네요.

빈틈없이 사랑받고 싶으면서도 사랑받는 게 두려운 나, 상처를 꼭꼭 감추려 하면서도 누군가 그것들을 알아채 주길 바라는 나, 무기력에서 벗어나 훌훌 털고 다시 잘 지낼 수 있겠죠? 얼마나 아프고 견뎌야 저 스스로를 안아줄 수 있을까요? 저 하나도 안 괜찮은걸요.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어요.

심리 카운슬러 슝슝 님의 답변

“아등바등 애쓰며 살아가는 나를 마땅히 가엽게 여기고 사랑해 주세요”

딩동!

(슝슝, 문을 연다. 맑음, 들어온다.)

“오, 맑음, 잘 왔어요. 어서 들어와요. 오는 길 괜찮았어요? 식사는 했고요? 만나서 반가워요. 여기 앉아서 잠시만 기다려요. 따듯한 차 한 잔 줄게요.”

어설픈 꽁트로 답글을 시작해 봐요. 맑음, 환영해요. 제 대신 맑음을 위해 따듯한 차 한 잔 타 줄래요? 고마워요. 잠깐 기다릴게요.

맑음의 고민 글을 읽으며 회사에서 고생이 참 많았구나, 에고, 사람들 사이에 끼고 치이다가 마음도 크게 다치고 에너지도 바닥나버렸구나 싶어요. 퇴사 후, 혼자 슬프고 외로운 감정들과 부정적인 생각들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맑음의 이야기에 마음이 아파요. 그래요. 하나도 안 괜찮아도 괜찮아요. 상처받고 싶지 않아 숨어버리고 싶은 마음, 있는 그대로 사랑받고 싶은 마음 모두 당연한 바람이에요. 저도 그 마음들 똑같이 품고 살고 있는걸요. 잊은 듯 살다가도 사무치게 간절해져 버려 당황하면서요.

고민 글을 여러 번 읽으며 맑음이 스스로를 바보 같다고 표현하는 부분을 다시 읽다가 고 김수환 추기경님이 생각났어요. 별명이 바보였잖아요. 바보라는 말을 곱씹어 보면 적당히 타협할 줄 모르고, 요령껏 치고 빠지는 것도 못 하고, 보답받지도 못할 마음을 와락 쏟아 버리고, 자기주장도 자기 보호도 요구도 거절도 잘 못하고, 손해 보고 핀잔 듣고 무시당하고 억울하기 쉬운 사람이 떠올라요. 그래도 괜찮으면, 신에게 의탁하거나 초월하면 예수나 부처와 같은 성인이 되겠구나 싶어요.

맑음이나 저 같은 보통 사람들은 안 괜찮으니까 힘든 거지 싶고요. 하지만 바보 같은 게 나쁜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모두에게 바보 같은 면이 있기도 하고요. 때로는 그런 면들이 참 인간적이고 매력적으로 느껴져 끌리기도 하잖아요. 그러니 맑음, 맑음의 바보 같은 면들도 사랑해 주세요. 지금은 깨지고 잘게 부스러져 상처받고 상처입히기 쉬운 유리 조각 같은 맑음이지만, 그 유리가 어느 순간에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샹들리에이기도 하니까요. 맑음이 살아온 지난날에도 분명 그런 순간들이 있었을 거고, 살아갈 더 많은 날들에도 있을 거니까요.

이 글은 맑음에게도 저에게도 하고 또 하고 싶은 말이에요. 자연스럽게 나는 좋은 사람, 괜찮은 사람, 멋지고 빛나는 사람이라고 믿는 사람이 세상에 얼마나 될까요? 저는 아니라서, 자꾸만 외롭고 흔들리고 바닥을 치는 사람이라서, 자꾸만 이렇게 쓰고 말하는 거예요. 그래도 끝까지 나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겠다고 다짐해요. 몇 안 되는 내가 사랑스럽다고 말해주는 사람의 믿음에 기대기도 하면서요.

맑음에게도 부탁하고 싶어요. 맑음이 살아온 시간을, 과거의 선택들을, 오늘의 맑음을 사랑하겠다고 선택해 주세요. 1초 만에 흔들리고, 다 가식 같고, 타인이 밉고, 세상이 원망스러워도 괜찮아요. 나에게 해로운 선택을 할 수도 있어요. 아, 내가 그러고 있구나 알아차리게 되면 다시 사랑을 선택하면 되니까요. 도저히 알 수 없는 이유로 나를 사랑해 주는 이들에게 도움을 요청해도 되고요.

맑음! 한 치 앞도, 다른 사람의 생각도, 내 마음도 잘 모르면서 아등바등 애쓰며 살아가는 나를 마땅히 가엽게 여겨주세요. 가끔 여유가 되면 같은 마음으로 자신의 짐을 이고 살아가는 다른 이들도 바라봐 주세요. 혼자 감당할 수밖에 없는 일들이 있지만, 함께면 살아갈 힘이 됩니다.

맑음이 고민 글의 끝에 적었던 질문들과 바람들은 모두 이미 맑음이 하나하나 해오고 있는 것들이에요. 사실은 알고 있죠? 앞으로도 하고 싶음과 할 수 있음의 교집합만큼 조금씩 연습해 가면 됩니다. 지금처럼 혼자 쉬며 회복하는 것도 좋고요. 조금 힘이 생기면 가볍게 밑미의 온라인 리추얼을 해봐도 좋고요. 동네 책방 등에서 하는 함께 책 읽고 요가하고 운동하는 모임들에 나가보셔도 좋아요. 무엇이든 쉬운 것부터요. 좋아하고 편안하고 즐거운 것부터요.

저는 믿을래요. 짧은 고민 글로 만난 맑음이 지금도 있는 그대로 선하고 아름다운 사람이라고요. 고된 삶 속에서도 듬뿍 사랑받고 많이 사랑하며 살아갈 맑음이라고요. 토닥토닥 격려하는 마음을 보냅니다. 맑음도 제 삶을 응원해 주세요. 미리 고마워요.

지금 고민이 있으시면 익명으로 밑미 고민상담소에 고민을 보내주세요. 카운슬러의 답변을 보내드립니다.

이 글을 읽고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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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과 맞닿은 리추얼을 준비하고 있어요. 14일 코스, 누른 날이 1일차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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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리추얼 — COMING SOON
14일 · 오늘 시작 가능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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