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어가도 되는지 불안한 점심시간님의 고민

점심시간의 고민
“쉬어가도 되는지 불안해요. 누가 앞날을 정해줬으면 좋겠어요”
일 한지 2년이 되어가는 20대 직장인 입니다. 인턴 하며 만난 선배 소개로 현재 회사에 들어왔는데, 요즘 회사 상황이 좋지 않아 직원 수가 반토막 나고 2030대 직원들이 매달 4~5명씩 떠나고 있습니다. 저는 다른 기업에 이력서를 넣으며 소위 말하는 월급루팡으로 무력하게 시간을 죽이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데, 같이 웃던 직원들이 모두 떠난 상황에 근무 시간은 더 우울하기만 합니다. 서류를 연속적으로 탈락하고 있던 마당에 얼마 전 간절하게 합격을 기다리던 회사의 최종 불합격 소식을 받고 갈 길을 잃어버렸습니다.
사실 20대 치고 모아둔 돈도 꽤 넉넉히 있다고 생각하고 부모님도 힘들면 쉬라고 하시는데도 저 스스로가 용납이 안 됩니다. 사람들이 다 관둔다는 이유로 이직이 아닌 그냥 퇴사를 하게 되는 것도 싫고, 경기가 안 좋다는데 다음 이직을 언제 하게 될지 미지수인 것도 불안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것은 여행이라 퇴사를 지르고 그냥 멀리 여행이나 갈지도 고민이 되는데, 누가 정답을 알려주면 좋겠습니다. 가끔 쉬어가도 된다는 걸 머리로 알지만, 대학교 졸업 전에 인턴을 하고, 인턴에서 소개받아 바로 그다음 주 출근을 하며 쉼 없이 살았던지라 이유 없이 회사를 관둔다는 게 왠지 겁이 납니다.

심리 카운슬러 슝슝 님의 답변
“두려움이 결단을 막는 유일한 이유라면, 등을 힘껏 떠밀어 줄게요”
점심시간(이하 점심이라 부를게요), 반가와요. 슝슝입니다. 잘 왔어요.
결론부터 말하렵니다. 쉬어가도 됩니다. 점심의 황금 같은 20대의 하루들을 시간을 죽이며 우울하게 보내고 있다니요. 매일 큰 손해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곳에서의 월급이 간절하지 않은 상황이라면 더욱이요.
이직은 보기도 좋고 안전한 선택이겠지요. 하지만 최선의 선택일지는 긴 시간이 지나야만 알 수 있을 겁니다. ‘직장생활을 쉼 없이 이어간다’는 직장인이 바라는 평균적인 상태겠지만, 점심의 유일한 삶에서도 정답일까는 모르는 일입니다.
멀리 여행을 가도 좋겠다는 생각이 있다면 점심에게는 나아갈 방향이 있습니다. 기간도 목적도 없는 자유로운 여행이어도 좋겠지요. 졸업, 인턴에서 첫 직장까지 이어지는 정신 없는 흐름 끝에 새로운 도약을 위한 기가 막힌 전환의 기회 같기도 합니다. 제가 아끼는 친구의 사연이라면 전 ‘이직보다는 여행!’이라고 한 마디 썼을 것 같아요.
다만 점심의 주도적인 선택이 아니라 상황에 의해 떠밀려지는 느낌이 불쾌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살아갈수록 더 알게 될 거예요. 네가 어쩔 수 없는 일로 벌어지는 일들도 있구나. 그럴 때는 힘을 빼고 받아들인 다음, 현재 상황에서의 새로운 선택지를 찾는 게 낫구나 하고요. 여러 번 고민글을 읽으며 ‘갈 길을 아예 잃어버렸다’는 점심의 표현이 너무 정확하다 싶었습니다. 점심은 길을 잃고 멈췄습니다. 이제 점심은 막혀 버린 가던 길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길을 갈 수 있게 됐어요. 갑자기 직장 그만두고, 집 팔고 세계여행을 떠나 새로운 인생은 연 사람들의 이야기가 떠오르네요. 물론 짧은 여행 후 다시 기존의 트랙에서 달릴 수도 있습니다.
점심, 앞으로 일할 날은, 아, 욕을 쓸 뻔했는데요. 진짜 많습니다. 정말 깁니다. 30대, 40대, 50대까지만 해도 30년이죠(저는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점심은 그때 노동에서 자유를 얻게 되길요). 인간적으로 봐도 지금이 제일 싸게 놀 때입니다. 전략적으로 봐도 지금이 제일 휴식과 재충전, 인생의 전환기, 폭풍우를 만난 시기를 어떻게 보낼 것인가 등 점심이라는 존재에 대해 깊이 배우고 이해할 제일 좋은 시기입니다.
점심, 겁이 난다고 했지요. 두려움이 만약 점심이 회사를 나오고, 인생의 전환기를 활짝 열 결단을 가로막는 유일한 이유라면 저는 점심의 등을 힘껏 떠밀고 싶습니다. 점심, 어쩌면 지금 점심은 인생에서 자신에 대한 믿음에 기반한 용기를 배울 때가 아닐까요? 결국 선택은 점심이 합니다. 그리고 점심이 멋지게 살아낼 겁니다. 응원을 보냅니다.
지금 고민이 있으시면 익명으로 밑미 고민상담소에 고민을 보내주세요. 카운슬러의 답변을 보내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