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불안한 도로롱의 고민

도로롱의 고민
“모든 것이 불안하고 의심이 갑니다”
저는 불안감이 매우 큽니다. 길에서 만나는 저 사람이 나를 해치진 않을까, 전쟁이 나면 어쩌나, 태풍이 우리집을 부수면 어쩌나 등등 수많은 불안 속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특히 관계에 대한 불안감이 있습니다. 지금껏 연애할 때마다 연인이 나만 보지 않을 것 같은 불안감에 휩싸입니다. 지금 결혼을 전제로 만나고 있는 애인이 그 누구보다 잘해주고 믿음을 주지만 불안합니다. 그 사람이 바람을 필 것이라고 생각해서가 아니라 그냥 다른 이성과 맺는 관계를 경계하고 불편한 느낌을 주는 그 상황 자체를 불안해합니다. 머리로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심장이 답답해집니다. 그냥 그 사람을 믿어주세요! 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믿는 것과 별개로 스멀스멀 올라오는 의심을 버리고 싶습니다. 이제는 '집에 들어갔다'는 메시지도 진짜 집에 갔나? 라는 한 번의 의심이 거쳐 가는 정도거든요. 나를 불안하게 행동하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내가 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내 모습이 부끄럽고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아서 주변 다른 사람들에게는 말하지 않았어요. 진지하게 상담을 받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상황에 밑미에 고민을 남겨봅니다.

심리 카운슬러 슝슝 님의 답변
“불안, 의심과 잘 지내는 방법을 배워볼까요? 불안은 우리를 준비하게 하고, 의심은 우리를 보호할 수 있으니까요.”
도로롱, 안녕하세요. 먼저 용기를 내어 고민을 보내주어 고맙습니다. 저도 불안과 의심이 많은 한 사람으로 밀도 높은 하루들을 보내고 있어서 도로롱의 고민이 더 반갑습니다. 누군가는 ‘너 참 피곤하게 산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요. 과거에는 이런 제가 저도 싫었지만, 지금은 웃고 맙니다. 도로롱은 자신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요? 잠깐 읽기를 멈추고 생각해 보세요.
도로롱의 모습이 부끄럽고 잘못되었다는 것에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도로롱의 현재 모습은 분명 도로롱이 선택하지 못한 부모에게 받은 몸으로, 모진 세상을 살아내며 겪은 많은 경험과 상처들의 결과이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해 대처해 온 방식일 테니까요. 먼저 선을 그읍시다. 도로롱은 부끄럽고 잘못된 존재가 아닙니다. 지금까지도 열심히 살아내고 있고, 변화하고자 성장하고자 하는 생명이지요. 그리고 불안과 의심도 문제가 아닙니다. 불안은 우리를 준비하게 하고, 의심은 우리를 보호합니다. 저는 불안과 의심이 없어도 괜찮은 세상을 꿈꾸지만 지금의 현실에서는 없으면 안 됩니다. 그러고 보니 문제라는 말은 확실히 문제네요. 쓰지 맙시다.
우리의 삶에 꼭 필요한 불안과 의심이라는 친구가 도로롱의 일상을 반복적으로 제한하고 친밀한 관계를 종종 위태롭게 하고 있다면, 불안과 의심과 잘 지내는 방법을 배우면 됩니다. 도로롱이 고려하고 있는 심리상담은 그중에서도 나의 마음과 역사를 들여다보고, 나의 다양한 면들 중 불안과 의심의 조절이 어려운 심리적 이유들을 찾는 작업입니다. 왜 그랬는지에 대해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지요. 이어서 그 이해를 바탕으로 전문가와 함께 새로운 선택과 관계를 안전하게 연습해 갑니다.
반면 불안과 의심은 모두 신체적으로는 ‘긴장’에 해당하기 때문에, 긴장을 풀어주는, ‘이완하는 법’을 배우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이완을 목적으로 하는 요가나 스트레칭, 명상 등에서 도로롱에게 맞는 것으로 꾸준히 몸에 익힐수록 다양한 장면에서 불안과 의심으로 인해 일어나는 신체적 반응들을 잘 돌봐줄 수 있게 될 거예요. 우리의 생각과 감정과 신체 반응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서, 악순환이 일어나기도 하지만, 반대로 어느 한 부분만 잘 조절할 수 있으면 악순환을 멈추고 선순환을 만들 수도 있거든요.
스멀스멀 올라오거나 스쳐 가는 생각들을 하지 않는 건 절대로 목표로 삼으면 안 됩니다. 불가능하거든요. 그저 불안이든 의심이든 찾아오면, 왔구나 하고 충분히 들어주어야 해요. 그다음에 그것이 현재 상황에 적절한 내용과 강도인지, 아니면 내 안에서 달래줘야 할 다른 것들과 함께인지 잘 살펴보고요. 그러면 이번에 찾아온 불안이나 의심을 어떻게 대해야 할 지를 알게 될 테니 그대로 하면 됩니다. 말은 쉽지만, 긴 연습이 필요한 일입니다. 혹시나 남들은 수월하게 살고 있는데, 자신만 유난스럽다고 비교하지 않길 바랍니다. 그들도 저마다의 과제들을 안고 사니까요.
그리고 모든 고민을 공개하진 않더라도 도로롱의 걱정과 생각을 너무 혼자만 간직하진 않길 바라요. 오랜 친구나 연인과 같은 친밀하고 안전한 관계에서 조금씩 나누며 수용 받는 경험이 도로롱에게 ‘아, 조금은 덜 불안하고 덜 의심해도 되는구나’하는 마음을 놓고 믿는 연습이 됩니다. 물론 현실 관계에서 어렵다면, 상담 관계에서부터 시작하면 되고요.
도로롱이 자신의 역사와 생각과 감정, 신체에 대해 깊이 있는 이해에 이르길 바랍니다. 수십 년 살아오며 온갖 우여곡절을 거듭한 자신을 돌아보고 돌보는 시간을 가지길 바랍니다. 남은 인생 내내 해야 할 일들이니 서두르지 말고요. 지금은 진심으로 사랑하는 분과의 관계에 있어 중요한 시기이니, 이번 기회에 자신과 도로롱의 사랑을 위해서 특별히 자신을 믿고 사랑하는 연습에 집중하는 수년을 시작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걱정도 생각도 많은 나부터 사랑해 줄 수 있어야 타인의 실수도 잘못도 넉넉하게 품어줄 수 있을 테니까요.
저도 연습하는 중입니다. 시작이 어렵고, 까마득하게 멀어 보이지만 갈수록 편안하고 즐거운 길인 것 같아요. 함께 걸어요.
지금 고민이 있으시면 익명으로 밑미 고민상담소에 고민을 보내주세요. 카운슬러의 답변을 보내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