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낳아야 하나 고민되는 나랭이의 고민

나랭이의 고민
“아이를 낳을지 말지 고민돼요.”
안녕하세요. 저는 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36살 여성입니다. 일찍이 부모님에게서 독립해 스스로 대학을 졸업했고, 지금까지 큰 도움 없이 제힘으로 살아왔습니다. 이제 오랜 시간 만난 사람과 결혼을 앞두고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2세에 대한 고민도 함께 따라오고 있는데, 사실 저는 오래전부터 아이를 낳지 않고 둘이 살아가는 삶을 더 선호해왔습니다. 반면 남편이 될 사람은 당장은 아니더라도 “아이를 갖게 되면 키워보자”는 입장이었고, 제 생각을 충분히 이야기한 끝에 현재는 둘이 살아가는 방향으로 정리가 된 상태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쉽게 정리되지 않습니다. 아이를 낳게 되면 지금처럼 일을 이어가기 어려울 것 같고, 경제적·체력적 부담도 크게 느껴집니다. 무엇보다 저는 부모에게서 정서적으로 충분한 지지나 양육의 좋은 모델을 경험하지 못했다고 느끼기 때문에, 제가 과연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이 큽니다.
더 복잡한 건, 제가 아이를 생각하는 이유가 온전히 ‘아이를 원해서’인지 확신이 없다는 점입니다. 나중에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 시댁에서 비교 받지 않기 위해서, 혹은 남편과의 관계가 흔들릴 때 아이가 연결고리가 되어주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섞여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저 자신을 보면, 아이를 하나의 ‘수단’처럼 여기고 있는 건 아닌지 스스로에게도 마음이 무겁습니다.
한편으로는 생물학적인 시기를 생각하면 지금이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현실적인 고민도 있습니다. 학원을 운영하며 아이들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입장이다 보니, 사랑스럽고 예쁜 모습뿐 아니라 사춘기를 지나며 부모에게 상처를 주는 모습까지 함께 보게 되고, 그럴 때마다 제 선택에 대한 확신이 더 흔들리기도 합니다.
어쩌면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걱정일 수도 있고, 지금 당장 시도해도 아이가 생기지 않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충분한 고민 없이 아이를 낳는 것 역시 책임 있는 선택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이렇게 깊이 고민하게 됩니다. 이 고민이 이기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삶과 앞으로의 방향에 있어 너무 중요한 문제이기에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떤 시선과 기준으로 이 문제를 바라보는 것이 좋을지, 조언을 구하고 싶습니다.

밑미 메이트 시내의 답변
“스스로에게 질문하며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 사람인지 찾아가 보세요.”
나랭이님의 글을 읽으며 참 정직하고 치열하게 자신을 들여다보고 계신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나랭이님의 고민은 단순히 “낳을까 말까”의 문제를 넘어,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 사람인가”를 찾아가는 과정인 것 같아요.
고민의 결이 참 다양합니다. 현실적인 부담, 원가족으로부터 받은 상처, 그리고 관계에 대한 불안까지요. 이 모든 것을 한꺼번에 해결하려 하면 마음이 계속 흔들리는 게 당연합니다. 그래서 이 질문들을 조금 나누어서 바라보면 어떨까요?
먼저,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는가’와 ‘아이를 원하는가’를 분리해 보는 것입니다. 나랭이님은 부모님으로부터 충분한 지지를 받지 못한 기억 때문에 좋은 엄마가 되지 못할까 봐 걱정하시지요. 하지만 그 경험을 알고 있는 만큼, 아이의 마음을 더 조심스럽게 살피게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학원을 운영하시며 아이들의 다양한 모습을 지켜보고 계신 것도 분명 하나의 자산일 거예요. 그러니 ‘능력’에 대한 불안 때문에 ‘원함’이라는 질문이 가려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또 하나, 아이를 관계의 유지나 후회 방지를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고 하셨지요. 그런데 현실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이유를 안고 부모가 되기도 합니다. 중요한 것은 그 동기가 얼마나 완벽하냐보다, 지금처럼 그 마음을 스스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생각해요. 그 정직함이 있다면, 이후의 선택 또한 다르게 만들어갈 수 있다고 느껴집니다.
이 질문을 이렇게 한번 바꿔보셔도 좋겠습니다.
“만약 시댁의 시선도, 미래의 후회에 대한 두려움도, 남편과의 관계에 대한 불안도 없다면… 나는 아이를 낳고 싶은 사람일까?”
이렇게 하나씩 조건을 덜어냈을 때 남는 마음이, 나랭이님의 지금에 조금 더 가까운 목소리일 수 있습니다. 아이를 낳지 않는 것 역시 무책임이 아니라, 자신의 삶과 태어날 존재에 대한 하나의 책임 있는 선택일 수 있습니다. 지금의 고민은 결코 이기적인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자신의 인생을 성실하게 바라보고 있는 사람에게서 나오는 고민처럼 느껴집니다.
저 역시 비슷한 고민을 했던 시간을 지나 지금은 아이와 함께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아이와 부대끼며 이전에는 몰랐던 사랑을 배우고 있지만, 동시에 예전의 자유와 여유를 그리워하게 되는 순간도 있습니다. 어떤 선택을 하든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마음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그 선택이 스스로의 목소리에 가까웠다면 그 삶을 조금씩 받아들이게 되는 것 같아요.
나랭이님의 선택이 어떤 방향이든, 그것이 스스로의 마음에 가장 충실한 답이기를 응원합니다.
지금 고민이 있으시면 익명으로 밑미 고민상담소에 고민을 보내주세요. 밑미 메이트의 답변을 보내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