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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의 마음은 어떤가요?
고민 상담소2023.12.08 · 읽는 데 3

엄마의 불만을 받아주기 힘든 효녀가되고파님의 고민

효녀가되고파님의 고민

“엄마의 불만을 받아주기 힘들어요”

엄마는 사람들을 대면하는 일을 하고 계세요. 매일 소위 '진상 고객'들을 상대하는 경우가 많고, 제가 집에 방문할 때마다 그 주에 만났던 고객 이야기를 하십니다. 처음에는 저도 “세상에 무슨 그런 사람이 다 있어? 신경 쓰지마 엄마”하며 들어주었는데, 이제는 부정적인 이야기 폭탄에 지쳐갑니다.

엄마는 주 6일을 근무하시고, 별도의 취미도 없으시다 보니 저와 나눌 이야기가 일터에서 있었던 일들 뿐인 것도 잘 압니다. 마음을 풀어놓을 곳도 딱히 없다는 것도 잘 아니까 그런 이야기를 하지 말라고 말하기도 어렵습니다. 하지만, 저 또한 회사 생활에 지친 상태이기에 제대로 들어주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참자니 오히려 엄마와의 대화를 피하게 되어 미안한 마음만 커집니다. 엄마에게 다른 이야기 거리, 삶의 긍정적인 부분을 발견할 수 있도록 취미를 만들어 주려 노력도 했었는데 시간 제약으로 쉽지도 않은 상황이네요. 어떻게 하면 엄마와의 대화가 긍정적으로 흐르고, 또 엄마와의 대화를 피하지 않게 될까요?

심리 카운슬러 슝슝 님의 답변

“참고 견디기보다는 감당하고 선택하세요.”

효녀가되고파(이하 효녀), 반가워요. 답변글을 시작하기 전에 심호흡을 여러 번 했어요. 견고한 가족 신화에 반하는 이야기를 하려고요. 네, 효녀, 어머니를 배신하고 불효녀가 되세요.

효녀가 어머니에게 느끼는 미안한 마음과 지치는 마음이 짧은 고민글에서도 잘 느껴집니다. 아마도 효녀의 나이만큼 쌓인 어머니에 대한 사랑과 감사의 마음은 더 깊고 진하겠지요. 견디는 것에만 익숙한 어머니에게 삶의 좋은 것들도 선물하고자 한 노력도 대단합니다. 효녀의 고민과 애씀 모두 어머니에 대한 효녀의 마음이 얼마나 진심인지 말해줍니다.

과거 긴 시간 동안에는 아마 그 반대였을 겁니다. 효녀에 대한 어머니의 마음들이 어린 효녀를 양육하며 여러 방향으로 드러났겠지요. 좋았던 기억들도 많겠지만, 그때의 효녀에게는 원치 않거나, 도움이 되지 않았던 적도 있었겠지요. 성인이 되어서는 그게 반대가 됐네요. 마음들은 참 귀하고 선한데 왜 이리 주는 입장과 받는 입장이 다른지요. 참 아쉬운 현실이에요.

아쉽지만 어머니의 시간을, 생활을 효녀가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없다는 건 그대로 받아들였으면 해요. 또 어머니의 이야기도 부정적인 것에서 긍정적인 것으로 바꿀 수 없다는 것도요. 정말 효녀의 힘으로 바꿀 수 없는 거니까요. 그리고 하나 더, 더 이상 지금만큼 어머니의 불만을 받아줄 수 있지 않다는 것도요. 공평하게 효녀도 할 수 없는 것을 하려고 하지 말아요. 여기까지 받아들여야 누구도 억지로 견디지 않는 관계가 시작될 수 있어요.

자, 그러면 이제 남은 건 ‘함께 하는 시간을 얼마나 가질까, 어떻게 보낼까’예요. 현재는 함께 이야기 하는 시간이 많은 것 같아요. 둘이서 함께 하는 활동 중에 대화를 길게 할 수 없거나, 대화하면서 할 수 없는 것들은 없을까요? 자전거, 등산 등 조금 격한 운동이나 마사지, 목욕 같은 몸과 마음이 이완되는 경험이나 모녀가 함께 하는 만들기, 배우기, 체험하기 같은 수업도 좋지요. 그 자체가 이어지는 대화의 소재가 되기도 하고요. 어머니에게 취미 만들어주기가 아니라 효녀와 어머니의 좋은 추억 만들기를 목적으로요.

좀 다른 이야기지만, 어머니와 함께 밑미의 ‘휴식법 찾기’나 ‘인생숲 만들기’ 등의 심리프로그램들을 참여해 보셔도 좋습니다. 어머니가 사는 지역의 지역상담센터나 도서관 등에서 하는 심리 프로그램이나, 사설 심리상담센터의 여러 심리검사 등으로 해보는 ‘자기 이해’ 프로그램도 좋고요. 어머니가 현재의 부정적인 경험 외의 자신의 삶을 발견하고 이야기하는 법을 배울 수 있을 거예요. 당장 어딘가 찾아가기가 어렵다면 효녀가 인터뷰지를 준비해서 어머니에게도 딸이었던 시절, 마냥 즐거웠던 시절, 연애 이야기, 뿌듯했던 경험, 고마웠던 경험을 질문하고 듣는 시간을 가져도 좋을 것 같아요. 초록창에 ‘엄마탐구생활’을 쳤더니 도움이 되는 질문지, 책들이 정말 많네요. 저도 찾아보다가 어머니, 아버지 편을 다 사버렸어요.

이미 효녀가 어머니와 함께 하는 시간이 부담스러운 마음이 커졌고, 위의 방법들을 하다가 지쳤다면 얼마 동안은 그 시간 자체를 줄이는 게 필요할 수도 있어요. 어쩌면 어머니는 자신과의 대화가 효녀에게 어떤 스트레스를 주는지 전혀 인지 못하고 있을 수도 있고요. 그렇다면 부드럽게, 하지만 솔직하게 효녀도 회사 생활에 지쳐서 부정적인 이야기는 오래 못 듣겠다고 말해야 하고요. 갈등도 비난도 서운함도 관계가 멀어지는 시간도 감당해야 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참고 견디기 보다 표현하고 감당하길 선택하길 바라요. 어머니의 대화 상대에서 효녀의 역할이 줄고 필요가 생겨야 어머니가 새로운 대화 상대를 찾을 생각을 하지요. 효녀도 효녀의 마음과 일상을 지켜야 하고요.

어머니를 배신하라 하고 시작한 글이지만 쓰는 내내 효녀도 어머니도 함께 편안하고 즐거웠으면 좋겠다는 바람이었네요. 근본적으로는 편안하고 즐거운 두 사람이 만나야 가능해요. 적어도 한 사람이라도 여유 있어야 품어주기라도 하고요. 효녀의 마음과 일상을 존중하고 돌보는 것으로 더 굳세고 단단한 사람이 되세요. 그래서 어머니를 위해 남겨둔 시간과 에너지로, 사랑으로 어머니를 안아드리세요. 그러나 딱 그만큼이 효녀가 할 수 있는 것이고, 그만큼 너머의 어머니의 삶을 돌보는 일은 어머니의 몫임을 기억하길 바라요. 두 분의 안녕과 평화를 바라는 마음 함께 보냅니다.

지금 고민이 있으시면 익명으로 밑미 고민상담소에 고민을 보내주세요. 카운슬러의 답변을 보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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