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인정이 필요한 원지님의 고민

원지님의 고민
“남들의 인정이 있어야 살아있는 것 같아요”
주변 사람들에게 자꾸만 인정받고 싶어 해요. 업무나 학업 면에서도 그렇지만, 유독 성격이나 행동 부분에서 더더욱 남들이 저를 인정해 줬으면 좋겠어요. 예를 들자면 '쟤는 이러이러해서 이런 행동을 선택했구나', '얘는 이런 성격이라 이렇게 했구나' 하면서 말이에요. 그 영향인지, 사회초년생 때는 상사에게서 받는 인정과 칭찬에 매일 9~10시까지 야근하며 워커홀릭처럼 일하기도 했어요. (물론 2년여 만에 번아웃이 왔지만요.) 학교에서도 선생님과 친구들의 인정이 고팠는데, 성적으로 칭찬받을 때보다 성격이나 인성 면에서 인정받을 때 더 살아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저는 제 모든 일상을 블로그에 기록하며 친한 친구들과 공유하는데요. 친구들이 제 일상에 관심을 가져주고, 잘하고 있다고 북돋아 주지 않으면 삶이 허전한 느낌이 들어요. 블로그 말고 저 혼자 쓰는 일기장도 있긴 한데, 정말 힘든 날이 아니면 잘 안 쓰게 되고요. 남들이 저를 봐주고 제 모든 선택을 이해하고 인정해 준다는 느낌이 필요한 것 같아요. 서른을 앞둔 시점에서, 이제는 남이 아니라 저에게 집중하며 살고 싶은데, 그 방법도 모르겠고 남의 인정이 없을 때 허전하고 부족한 것 같은 이 마음을 무엇으로 채워야 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저에게 하는 셀프 칭찬으로는 왠지 부족한 느낌이기도 해요. 어떻게 하면 남의 인정이 없이도 잘 살아갈 수 있을까요?

심리 카운슬러 슝슝 님의 답변
“조건부 인정 대신, 조건 없는 존중과 사랑을 연습해 볼까요?”
반가워요, 원지,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많은 분이군요. 추측건대 또 그만큼 인정받는 경험을 해왔을 것 같고요. 열심을 다하고 인정과 칭찬을 받는 순간의 기쁨은 정말 크죠. 나의 최선을 제대로 주목해 주는 사람들도 참 귀하고 고마운 존재고요. 원지뿐 아니라 함께 사는 존재들인 우리 모두에게 다른 이들의 긍정적인 피드백은 아주 중요한 것 같아요.
먼저 궁금한 게 있어요. 원지의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지금 원지의 일상에 어떤 문제를 일으키고 있을까요? 사회 초년 시절의 매일 야근과 번아웃의 경험은 지나간 일처럼 보이고, 모든 일상을 블로그에 기록하는 부분은 알려야 하는 일들도 블로그나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게 귀찮은 저와 비교하면 크게 차이가 나지만 그저 다른 삶의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나의 성격과 행동, 일상 등에서 잘했다, 멋지다, 대단하다, 닮고 싶다는 것과 같은 인정과 칭찬, 응원을 받고픈 마음은 저도 똑같이 가지고 있어요. 게다가 저는 스스로를 돌보고, 받아들이고, 그대로 사랑하는 연습을 계속해 오고 있지만, 지금도 종종 삶이 허전하고, 부질없고 외로울 때가 종종 있고요. 자기돌봄에 관한 책들도 꾸준히 읽는 편인데, 아주 성숙하고 영적인 사람들도 비슷한 것 같고요.
원지의 질문은 ‘어떻게 하면 남의 인정이 없이도 잘 살아갈 수 있을까요?’인데, 제가 ‘지금 원지의 삶도 그대로 괜찮은 것 같은데요?’라고 묻는 것 같으니 의아함이 느껴지나요? 제 솔직한 질문이에요. 학업과 업무라는 능력적인 면은 기본이고, 성격과 행동과 매일의 일상이라는 인간적인 면까지 괜찮다는 혹은 완벽하다는 인정, 원지가 원하는 건 그런 건가요? 그런 확인 도장이 있다면 저도 받고 싶어요. 다만 그 도장이 타인에게 있다면 저는 좀 신경 쓰일 것 같아요. 그 타인 중에서도 공정하지도, 내게 관심과 애정이 있지도 않은 이에게 있다면 꽤 힘들 것 같고요. 게다가 그 도장이 나에게 꼭 필요하다면, 음, 그렇다면 좀 숨 막힐 것 같아요. 아니, 그건 너무 끔찍하네요. 원지에게 ‘인정’은 어떤 의미인가요? 그 도장들은 누가 들고 있나요? 지금의 인정을 위한 노력들이 얼마나 힘든가요? 이 질문들에 원지의 답변의 부정적인 부분들이 적당한 아쉬움과 불안이라면, ‘전혀 문제없습니다. 안녕히 가세요.’하고 원지를 배웅하고 싶네요.
그러면 이제 보너스로 ‘잘했어’ 도장 말고, ‘참 좋아’ 도장을 알려줄게요. 잘했다는 인정은 그 뉘앙스에서 조건부라는 걸 알 수 있는데요. ’좋아요’라는 존중과 사랑은 반대로 그 조건이 없는 거예요. 내 소유의 경주마에게는 성적에 따라서 보상으로 당근을 주지만, 내가 사랑하는 반려동물, 가족, 친구, 나 자신에게는 그가 얼마나 잘하든, 엉망이든 상관없이 가장 좋은 것을 주고 싶잖아요. 그래서 찍어주는 것이 ‘참 좋아’ 도장이에요. 원지가 실수해도, 잘못해도, 깜박 놓쳐도, 모르는 척 규칙을 어겨도, 늦잠을 자고 지각을 해도, 누군가를 미워해도, 사고를 치고 되레 화내도, 대책 없이 엉엉 울고만 있어도, 뭘 먹다가 옷에 흘려도, 티셔츠를 뒤집어 입어도 그 모습 그대로를 다정하게 바라보고, 사심 없이 함께 웃고, 괜찮다고 말해주고, 어쩜 이런 모습도 이렇게 사랑스러울까 감탄해 주는 사람이 있나요? ‘참 좋아’ 도장을 넉넉히 팡팡 찍어주는 사람이요.
솔직히 말하자면 저도 없어요. 좀 허무한가요. 아예 없지는 않은데 충분하지 않다는 게 더 맞는 표현이겠지요. 그래서 저는 적어도 제 손에는 ‘참 좋아’ 도장을 들고, 생각날 때마다 필요할 때마다 저 자신에게 찍어주기로 다짐했어요. 뭘 잘했을 때 말고요. 이유 없이 가라앉고, 속상하고, 실수와 잘못이 자꾸만 떠올라 바닥을 칠 때 더욱 필요하더라고요. 종종 그 도장은 맛있는 음식들이고요, 남들이 보면 쓸데없는 택배들이기도 해요. 그보다 더 자주 나에게 쪽지를 쓰는 건 올해 들어 가장 잘한 일이네요. 꽤 오글거리지만, 나에게 그저 태어나서, 지금까지 살아줘서, 아침에 눈을 뜨고 일어나서, 내 몸과 마음으로 내 곁에 있어서 고맙다고, 사랑한다고 써요. 원지에게도 권하고 싶어요. 어떤 방식이든, 어떤 상황, 생각, 마음의 원지에게든 “나는 원지 네가 참 좋아. 제일 좋아. 고마워. 네 편이야. 진짜 진짜 사랑해.”라고 말해주기로 다짐하길요.
그동안 고민상담소를 봐왔다면, 제가 딴소리만 잔뜩 하다가 글을 마치기도 한다는 걸 알고 있겠죠? 짠, 이렇게 이 답변 글을 마치려고요. 지금처럼 앞으로도 인정과 칭찬 많이 받는 원지가 되길 바라요. 그리고 이유도 조건도 없고, 어찌 보면 이해도 되지 않는 사랑도 가득 받는 원지가 되길 더욱 바라요. 제일 먼저 원지부터 그 사랑을 원지에게 줄게 약속하고 연습하길 더더욱 바라고요. 지금까지 인정과 칭찬도 너무 환영하지만, 없어도 편안하고 좋은 슝슝이었어요. 그럼, 정말 안녕.
지금 고민이 있으시면 익명으로 밑미 고민상담소에 고민을 보내주세요. 카운슬러의 답변을 보내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