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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의 마음은 어떤가요?
고민 상담소2023.05.12 · 읽는 데 4

엄마의 슬픔에서 벗어나서 나를 찾고 싶은 조우디님의 고민

조우디님의 고민

“엄마의 슬픔이 나의 슬픔처럼 느껴져요”

엄마와 아빠, 언니와 한집에 살며 올해 졸업 후 취업 준비 중입니다. 최근에 엄마가 아빠에게 말로 심한 상처를 받아 마음의 문을 닫으셨어요. 서로 대화도 단절되었고 엄마는 아빠가 웃는 모습을 보는 것도 매우 힘들다 하세요. 대화를 시도해도 엄마가 자꾸 상처받는 일이 반복되며 엄마는 아예 대화를 안 하기로 하신 것 같아요.

엄마와 함께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다 보니 엄마의 기분과 감정에 몰입해서 일상을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고, 저의 감정이나 욕구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질문하거나 관심을 가지지 못했던 것 같아요. 이런 상태가 2개월 정도 지속 되니 마음이 자꾸만 힘들어집니다. 나의 감정과 욕구에 집중하며 ‘나’라는 개념을 단단히 하고 싶은데, 엄마의 감정에 신경 쓰고 엄마에게 도움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다보니, 저 자신을 잃게 되는 것 같아요. 제가 단단해지지 못하고, 눈치를 많이 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요.

가끔 엄마 입장과 감정에 동화되어 눈물을 흘리기도 합니다. 엄마가 괴로워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마음이 너무 아프고, 제 마음의 뿌리가 ‘내’가 아닌 ‘엄마’로 채워진 것 같아 힘들어요. 엄마를 위해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도 잘 모르겠어서 혼란스럽고 우울하고, 제가 도움이 될 수 없을 것 같아 무기력합니다.

시기가 시기인지라 엄마를 배려하다 보니 어쩔 수 없는 현상인 걸까요? 아니면 제 감정과 욕구를 잘 표현하고 제 마음과 감정에 몰입하면서 동시에 엄마가 우울해하지 않게 말하고 행동하는 방법이 있는 걸까요?

심리 카운슬러 슝슝님의 답변

“부모의 일을 그들이 해결할 수 있도록 내버려 두고, 나의 삶을 시작하세요”

반가워요, 조우디. 밑미 심리카운슬러 슝슝입니다.

조우디의 고민 글을 읽으면서 어머니를 배려하고 돌보는 모습에 감동받았어요. 참으로 선하고 아름다운 마음입니다. 귀해요. 하지만 이 답변 글에서 가장 전하고 싶은 한 문장은 ‘어머니 돌보기를 멈추라’ 입니다.

취업을 준비하느라 집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많은 조우디는 부모님과 보내는 시간이 많은 것 같습니다. 아마 어린 시절부터 사는 내내 그러지 않았을까요. 아버지의 거친 말도, 어머니의 상처 받기도 오래 반복되고 쌓인 일이 아닐까 싶어요. 그 사이에서 언니도 조우디도 눈치를 보고, 불안을 느끼는 일도 많았겠지요. 그러다가 이번 일로 상황도 부담도 크게 드러난 게 아닌가 합니다. 제 추측이 지나치다면 다행입니다. 이번만의 일시적인 일이라면 조우디가 제가 권하는 행동을 시도해 보기도 가벼울 거예요. 제 추측이 맞다면 꼭 필요한 일이고요.

조우디의 글을 읽으며 놀란 부분은, 조우디가 어머니에게 받는 영향에 대해서 아주 잘 이해하고 있는 거예요. 네, 맞습니다. 조우디는 어머니의 입장에 몰입되어 있어요. 마땅히 아버지와의 관계에서 채워져야 할 어머니의 정서적 욕구를 조우디가 힘겹게 채우려고 하고 있어요. 이번만의 일이 아닐 가능성이 큽니다. 오랜 부부 갈등의 결과로 자녀가 한쪽 부모의 정서적 돌보미가 되거나, 가족 분위기의 중재자가 되는 일은 빈번히 일어나는 일이거든요.

그리고 안타깝게도 부부에게도 일시적으로 갈등을 덮으며 관계를 악화시키게 되고, 자녀에게도 부모의 감정과 욕구에 휘말려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살피고 돌보기를 할 수 없게 됩니다. 그리고 자녀는 상황을 개선할 힘이 없고, 어릴수록 상황을 객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워서 문제를 자신의 탓으로 돌리기도 하지요. 조우디가 지금은 성인이지만, 과거에 이런 상황에 반복적으로 노출되었다면 그때의 기억과 감정이 내면에 자리 잡아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희생하며 어머니를 돌봐야만 이 가족이 유지되리라는 믿음에 혼란과 무기력을 겪으면서도 이 관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거죠. 그렇다고 쳐도, 그래서 어쩌라는 거야 하는 마음이 든다면 반갑습니다.

고민 글의 맨 마지막 질문, “엄마가 우울해하지 않게 말하고 행동하는 방법이 있는 걸까요?”에 답변을 드리려고요. 없습니다. 어머니의 감정과 성격, 행복까지 조우디가 책임지려고 하지 마세요. 옳고 그른 문제가 아닙니다. 불가능한 일이에요. 그러니 부모의 일을, 부부인 그들이 감당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내버려 두세요. 죄송한 말이지만 자녀가 부부의 갈등에 개입될 때, 자녀의 노력은 갈등의 지속과 악화로 이어집니다. 그러니 물러나세요.

그래야 성인으로서의 조우디의 삶이 시작됩니다. 조우디가 원하는 삶, 느끼는 감정과 욕구에 초점을 맞출 수 있습니다. 물리적, 경제적으로만이 아니라 정서적으로 독립할 수 있습니다. 바로 대화를 단절하라는 뜻은 아니고요. 인근 도서관 등으로 취업 준비 장소를 옮겨 집에서 머무르는 시간을 줄이고, 청년을 위한 다양한 심리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규칙적인 산책, 조깅 등. 이런 것들은 이미 잘 알고 있으실 것 같네요. 조우디가 사는 지역, 상황에 맞는 방식으로 조우디의 시간을 자신을 중심으로 재분배하면 됩니다. 지금부터라도 고민 글에서도 여러 번 반복 이야기한 ‘내 감정과 욕구’를 알아차리고 존중하고 표현하는 연습에 시간을 들이시길 바랍니다.

조우디, 어머니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물었지요. 상처를 받고도 감내만 해야 하는 약자로서의 삶을 거부하세요. 어머니는 사회적, 경제적으로 차별받고 억압받는 전통적 여성으로 사는 삶에 묶여 있습니다. 시대가 그랬고,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있었겠지요. 지금은 익숙해지고 지쳐 변화를 시도할 기운도 없고요. 조우디는 꼭 자기중심을 분명히 잡고, 스스로를 지켜내는 삶으로 나아가세요. 어쩔 수 없다고 역할을 떠맡는 삶이 아닌 두려움을 이겨내고 원하는 것을 선택하고 책임지는 삶을 사세요. 어머니가 나중에라도 자신을 위한 힘을 낼 때, 조우디를 보며 용기를 얻을 수 있는 어머니의 미래가 되세요.

먼저 거리를 두고, 나를 키우세요. 어머니, 아버지와는 조우디와 그의 일대일의 관계로, 어머니의 입장이 아니라 두 사람의 딸이자 개인의 자격으로 재정립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글로는 쉽지만 실제로는 난관이 많겠지요. 하지만 조우디가 가야 할 길입니다. 노트를 펼치세요. 지난 일주일을 어떻게 보냈는지 적어보세요. 그리고 나를 중심으로 새로운 일주일 계획표부터 쓰세요. 푹 자고 일어나 변화를 위한 첫날을 맞이하길 바랍니다. 할 수 있는 만큼 작은 걸음으로 묵묵하고 끈기 있게 나아가길 바랍니다. 응원의 마음을 보냅니다.

지금 고민이 있으시면 익명으로 밑미 고민 상담소에 고민을 보내주세요. 카운슬러의 답변을 보내드립니다.

함께 나눈 이야기

4

기존 밑미 사이트에서 옮겨온 이야기예요. 회원 정보를 옮기기 전이라 쓰신 분의 이름은 아직 보이지 않아요.

  • 2023.05.145

    단호하고 힘있는 글이 이렇게 위로와 감동을 줄 수 있는 건... 심리카운슬러의 전문성이 문장력을 만나서 일까요..... 감탄하며 두번 정독했네요. 이처럼 훌륭한 답변을 받으신 조우디님의 변화를 위한 첫날을 응원합니다~

  • 2023.05.153

    조우디님 쉽진 않겠지만, 이미 상황을 잘 알고 계시니 용기내서 자신을 위한 한 걸음 내딛을 수 있기를 응원할게요. 답변 너무 좋아서 천천히 꼭꼭 씹어 읽었어요. 주변에 비슷한 고민이 있는 친구가 있다면 전해줘야겠어요. 감사해요!

  • 2023.05.162

    글쓴이가 다정함과 진정성을 가져야만 전할 수 있는 분명한 메세지가 느껴져요. 조우디님의 사연임에도 저의 이야기 같아서 몰입해서 읽었습니다. '옳고 그른 문제가 아닙니다. 불가능한 일이에요...그러니 물러나세요' '어머니가 나중에라도 자신을 위한 힘을 낼 때, 조우디를 보며 용기를 얻을 수 있는 어머니의 미래가 되세요.' 삶을 나눠준 조우디님과, 언제나 그랬듯이 다정하고 단단하게 이야기를 써주신 슝슝님 두분 모두 감사드려요!

  • 2023.05.28

    꾸준히 상담 받으며 최근에는 가족의 감정에서 거리두기를 연습하는 사람이에요. 그래서 조우디님의 사연에 너무 공감됐어요. 조우디님의 감정독립을 응원합니다.👍

이 글을 읽고 나서
비워둘 30분, 오늘부터 만들어볼까요?

이 글과 맞닿은 리추얼을 준비하고 있어요. 14일 코스, 누른 날이 1일차예요.

준비 중
나 리추얼 — COMING SOON
14일 · 오늘 시작 가능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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