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바라보는게 힘든 밍님의 고민
밍님의 고민
나이는 30대 중반인데 경력은 4-5년 차 된 이직 준비생입니다. 남들보다 시작도 늦었고, 커리어가 순탄치 않아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는데 전통적인 관점에서 보면 조각조각난 지리멸렬한 경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헤드헌터는 OO님 나이, 연차 정도면 자리 잡아야 하지 않겠냐고 이야기하며 자신의 위치를 객관적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하는데, 자리를 잡고 안정적이 된다는 건 무엇일까요? 한때는 열정의 아이콘으로 불리던 사람이었는데, 요새는 하고 싶은 것이 뭔지도 모르겠고 그렇다고 맞지 않는 일에 삶을 갈아 넣고 싶지도 않습니다. 주변 사람들의 성공적인 이직 소식에 더 초라해지고 나아갈 길을 잃어버린 것만 같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나의 위치를 객관적으로 파악해야 한다고 하는데, 보잘것없는 능력과 경험을 바라보는 것이 너무 힘이 듭니다. 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심리 카운슬러 슝슝님의 답변
안녕하세요. 밍님. 밑미 심리카운슬러 슝슝입니다.
경력 관리에 관한 밍님의 깊은 고민이 담긴 글을 여러 번 읽었습니다. 내 ‘위치’라는 것이 늘 나와 비슷한 일을 한 혹은 하고 있는 다른 이들과의 비교에 의해 확인되는 상대적인 것이라 정규 코스와는 다른 경력에 밍님도 조언을 하는 헤드헌터도 불안하구나 짐작합니다. 한편으로는 밍님이 어떤 분야에서 어떤 일을 하고 계신지도 알 수 없어 무슨 이야기를 해야 도움이 될까도 추측이 어렵네요. 그럴 때 저는 제 이야기를 합니다. 그리고 일 자체보다 일하는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저는 14년 차 심리상담사로 살고 있습니다. 대학은 국어국문과였어요. 하지만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은 다른 것 같아서, 잘 듣는 사람으로 평생을 살아온 제가 잘 할 수 있는 심리상담으로 진로를 바꿨습니다. 다음 정식 코스는 소속 학회의 상위 자격증 과정과 박사 과정이었는데, 현업에서 상담하며 정통 심리상담보다는 심리상담을 기반으로 한 조금은 가볍고 즐거운 일들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정규직에서 계약직으로(?) 연봉을 줄여가며(?) 업무 강도가 낮은 회사로 여러 번 이직을 하고, 오 년 전부터는 ‘사는재미연구소’라는 개인사업자를 내고 마음을 살피는 타로 상담, 즐겁게 놀면서 성장하는 보드게임 수업, 혼자 또는 같이 세 권의 책을 낸 독립출판 작가, 밑미의 협업상담사이자 나를 껴안는 글쓰기와 MBTI 글쓰기 리추얼 메이커로 적당히 살고 있습니다.
성공적인 경력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나름 소소하게 즐겁게 힘들게 일합니다. 그리고 이대로 조금씩 자리 잡으며 10년, 20년 살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더해 아지트 같은 작은 책방 운영도 꿈꾸고 있고요. 이렇게 사는 국문과 출신 심리상담사도 있습니다. 밍님은 어떠신가요? 어차피 밍님의 몫이 아닌, 현재 일하는 업계의 정규 코스 우등생과 비교해서 말고, 밍님은 어떤 일들을 하며 살아오셨나요? 밍님의 앞으로의 목표는, 계획은 어떤가요?
<모든 것이 되는 법>, <늦깎이 천재들의 비밀>이라는 책들에서는 한 가지 일만을 깊게 판 전문가로서의 길이 아니라, 다양한 경험을 자신만의 색으로 통합해가는 ‘다능인’으로서의 성공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엄격한 규칙이 있고 외부 요인이 통제되어 있는 체스 경기와는 달리 변화무쌍한 사회에서는 다채로운 경험을 기반으로 한 생생한 노하우들이 더 큰 자산이라고요.
객관적 위치, 자리 잡기라는 말은 모든 상황에서의 진리가 아니라, 전통적이고 변화가 적은 몇몇 일에서나 가능한 평가일 수 있습니다. 밍님의 업계가 그러하다면, 늦은 만큼 더 오래 꾸준히 따라가는 수밖에 없겠지요. 하지만 리스크가 큰 만큼, 큰 책임을 지고 다양한 일을 온몸으로 경험한 스타트업의 경험들이 ‘진짜 경력’으로 인정받는 곳에서 일하시면 됩니다.
잔잔하고 변함없는 호수에서는 좋은 자리를 잡아야겠지만, 바람이 세고 파도가 높은 바다에서는 서핑을 해야합니다. 바다에서 살아 온 밍님만의 지혜들을 호수에서 살아 온 사람의 눈으로 평가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 인생 진짜 길고, 일할 날이 일 한 날보다 많습니다. 그러니 무기력에 눌려 불안만 키우지 말고, 산전수전 다 겪으며 달려온 나를 위한 쉼과 회복의 여행을 떠나세요.
답변이 산으로 가고 있습니다만, 그만큼 누구와도 다른 자신만의 길을 가고 있는 밍님과 닮은 글이라 우기고 싶습니다. 내가 살아 온, 가고자 하는 길에 없는 것들은 내려놓아야 합니다. 밍님이 온갖 우여곡절을 겪으며 힘든 만큼 크게 웃고 뿌듯했던 순간들은 그보다 더 찬란하게 빛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더욱 자신을 믿고 두려움에 맞서는 용기를 내시길 응원합니다! 파이팅!! 잘하고 있습니다!!!
지금 고민이 있으시면 익명으로 밑미 고민상담소에 고민을 보내주세요. 카운슬러의 답변을 보내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