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의 연락이 부담스런 민선님의 고민

민선님의 고민
“부모님에게 오는 연락이 부담스러워요”
부모님과 부딪힙니다. 저는 평소 제 생각이나 하려는 일을 공유하지 않고 결과만 말씀드리는 편인데, 부모님은 왜 더 세세히 공유하지 않느냐고 늘 뭐라 하세요. 2주에 한 번꼴로 오는 연락도 너무 부담스럽습니다. 제 일상은 거의 변화가 없는데, 회사 일이나, 이직 준비가 어떻게 되어가는지 등을 물어보세요. 2주 사이에 어떤 일이 갑자기 잘 풀리지도 않고, 그냥 덤덤히 해나갈 뿐인데 계속 물어보시니 부담스럽고 전화 받기 싫을 때도 정말 많습니다. 솔직히 왜 부모라는 이유만으로 다 알아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잘되지 않은 결말을 말씀드리는 것도 마음이 안 좋아요. 그냥 할 말이 있을 때 가끔 하면 되는 거 아닌가 싶습니다. 성인이 된 이후로 자립하려 노력하고 있어서인지 더 자주 부딪히는 것 같은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제가 이기적인 거라면 따끔한 쓴소리를 해주셔도 괜찮습니다.

심리 카운슬러 슝슝 님의 답변
“부담스런 마음 안에 숨은 생각과 감정을 정리해 보세요”
반가워요, 민선. 민선의 고민글을 읽고 뜨끔 했어요. 몇 달 전에도 아버지가 “그래도 일주일에 한 번씩은 전화해라’하셨는데, 지난 달에 한두 번은 전화드렸나? 기억이 잘 안납니다. 아마도 민선과 저와 같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말은 이런 거겠죠. 무소식이 희소식이다. 반면에 제 지인 중에는 모부가 모두 건강하고 별 일 없는데, 하루에 한 번은 카톡이든 전화든 꼭 하고 2 주 주말마다 한 번은 운전해서 두 시간 거리인 모부 집에서 하루 자고 오더라고요. 같이 장도 보고, 음식도 만들어 먹고, 밭일도 도우면서요. 너무 정 없다, 너무 유난스럽다 판단은 맙시다. 가족의 역사는 정말 개인마다 참으로 우여곡절이 많은 법이니까요.
민선에게 하고 싶은 말은 민선과 모부의 바람과 그 아래의 욕구를 분명하게 알고 선택하자는 거예요. 먼저 구체적인 상황부터요. 모부 중 누가 민선에게 전화하나요? 주로 어느 시간 대에 전화가 오나요? 어떤 것들을 물어보나요? 어떤 이야기들을 하나요? 얼마나 통화하나요? 어떻게 통화가 끝나나요? 모부의 연락과 관련된 것들을 한 번 정리해보세요.
민선의 모부는 어떤 마음으로 전화하는 걸까요? 제 경우에는 아버지는 심심해서가 커요. 요즘 회사 사정, 뉴스, 주식 등 제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말하며 제 생각을 묻는 시간이 길거든요. 반면에 어머니는 우리 아들 목소리 듣고 싶었다로 시작해서 요즘 걱정은 없는지, 힘든 일은 있는지 등의 안부를 물어요. 어디가 아프다, 마음이 쓸쓸하다 같은 이야도 하고요. 바쁘지 않을 때는 걸려온 전화에는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며 5~20분 정도 통화를 하는 것 같아요. 민선의 모부와의 대화의 내용을 한 번 돌아보세요. 가능하면 한 번 물어보고 잘 들어보고요.
이제 민선의 차례예요. 모부에게 민선의 생각과 계획을 이야기하지 않은 건 언제부터 인가요? 좋지 않은 나의 이야기를 할 때 민선이 드는 감정은 어떤 건가요? 모부의 관심과 알고자 하는 필요를 들어주는 일이 민선에게 귀찮음을 넘어서 부담스럽고 불편한 일인 이유는 무엇인가요? 모부와의 기억 중에서 아직까지 분노와 미움이 남아 있는 싫은 경험들이 얼마나 있나요? 오늘 점심은 뭐 먹었고, 요즘 회사 일은 얼마나 바쁘고, 체중은 얼마나 늘거나 줄었고, 최근에 즐거웠던 일, 맛있었던 음식들을 이야기 하는 게 민선에게는 어느 정도로 어려운 혹은 하기 싫은 일인가요? 민선이 모부에게 가지고 있는 감정이 한 방향은 아닐 거예요. 좋은 쪽도 싫은 쪽도 있겠죠. 함께 한 경험들이 복합적인 것처럼요. 민선의 가족사를, 그 안에서 민선이 생각하고 느끼고, 지금도 품고 있는 것들을 한 번 정리해 보세요. 그것들이 지금 민선의 ‘모부의 연락에 관한 태도’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나요?
아니면 그저 ‘성인으로 사는 자녀가 멀리 사는 모부와 전화로 나누는 평균적인 대화’라는 것이 민선에게 어떻게 하는지 잘 모르겠고, 아주 어려운 영역일까요? 어떻든 민선의 고민을 둘러 싸고 있는 상황들, 당사자들의 생각과 감정과 욕구들을 잘 살펴보고 정리해보길 권하고 싶어요. 성인이 된 자녀가 모부와의 관계를 새로이 하는 것은, 민선에게도 모부에게도 아주 중요한 과제니까요. 그리고 나서 어떻게 할지 민선이 정해요. 그에 따른 결과도 민선이 온전히 감당하며 충분히 경험해요. 그 후에 다시 정리해보고 새로운 선택을 하고요. 그러면서 서로의 관계도 변하고, 민선도 모부도 변하겠지요.
끝으로 ‘모부한테 그 정도도 못해!’라고 누가 말하든, 심지어 민선 안의 목소리의 말이라도, 어떻게 할지는 민선이 정하길 바라요. 저도 그렇게 선택하고 경험하고 다시 선택하며 살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 정답이 있는 게 아니라 자신만의 답을 찾아가는 여정이 그대로 삶이라고 저는 믿어요. 응원을 보냅니다.
지금 고민이 있으시면 익명으로 밑미 고민상담소에 고민을 보내주세요. 카운슬러의 답변을 보내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