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만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지는 멋진국밥님의 고민

멋진국밥님의 고민
“가족만 생각하면 답답하고 죄책감이 들어요”
가족이 부담스러운 동시에 죄책감이 느껴집니다. 4년 전 아버지의 외도를 친언니가 발견하며 아버지가 따로 사시게 되고 어머니가 많이 힘들어하셨습니다. 집이 가장 싫은 공간이 되면서 가족들과 거리를 두기 위해 2년 전부터 독립해서 살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주말마다 본가에 가서 식사를 했지만 가족들이 저를 가족을 떠난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 화도 나고 죄책감이 들어 가족들과 사이가 소원해졌습니다.
최근에 친동생 과외를 하며 본가에도 자주 들르고 전화도 매일 하며 어머니와 조금 가까워지나 싶었는데, 늘 제 노력보다 더 많은 것을 원하시고 거절하면 저를 비난하는 일이 반복됩니다. 친언니 또한 저를 많이 원망하는 것 같고, 이런 일이 4년간 반복되다 보니 가족이 부담스러운 한편 가족을 싫어하는 제가 싫고 죄책감이 듭니다.
어머니의 우울의 배경을 알고 있기에 이해가 되지만 제가 그 우울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 어머니께 상담을 권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네요.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했다고 합리화를 해봐도 가족 생각만 하면 가슴이 답답하고 죄책감이 들고 우울해집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모르겠고, 상담을 받아보았지만 그때만 잠시 괜찮아질 뿐 아직도 답을 찾지 못하겠습니다. 이런 기분에서 벗어나는 날이 오긴 할까요?

심리 카운슬러 슝슝님의 답변
“시간을 들여 나에게 집중하고 크고 넓은 사람으로 자라세요.”
포기하지 않고 답을 찾고 있는 멋진국밥님, 밑미 심리카운슬러 슝슝입니다. 복잡한 상황과 심정에도 가족과의 관계를 끝까지 붙들고 있는 모습에 '멋진'이라는 말이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온갖 다양한 사람들임에도 오랜 시간 함께하며 가족이라는 공동체를 이루고 살고 있는 모습도 '국밥'과 딱 맞구나 싶고요. 앞으로는 편의를 위해 줄여서 가운데 두 글자만 따 '진국'이라 부르겠습니다.
진국님, 깨어진 부부 관계의 상처와 그늘 아래 집 안의 공기가 참으로 무겁게 느껴집니다. 부모님은 저마다의 오래 묵은 이유들로 자신들의 삶이 불행하다고 여기시는 것 같아요. 언니도 4년째 공부하는 삶에 지치고 벅차하는 것 같고요. 동생은 아마도 그런 분위기 속에 눈치를 많이 보고 있겠지요. 진국님은 숨 막히는 집에서 견디다 못해 2년 전에 탈출하셨고요. 참으로 힘들고 아프고 슬픈 일입니다. 고민글에 쓰지 못한 사연들이 얼마나 겹겹이 쌓여 진국님을 괴롭혔을지 상상할 수도 없습니다. 그저 마음고생이 많았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하루 힘내어 살아내 줘서 고맙다고 안아드리고 싶습니다.
어머니와 진국님의 갈등은 그나마 두 사람이 가족 내에서 가장 힘이 있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세 자녀 중 진국님만이 집을 나올 수 있었던 것도 힘이 있었기 때문이고요. 어머니는 그 힘을 가족을 돌보는 역할에 쏟기를 바라시고, 진국님은 그러다 내 인생도 송두리째 불행해질 것 같아서 살고 싶어 집을 나오신 거예요. 잘하셨습니다. 혼자 사는 삶도 여러 이유로 고단하고, 남겨둔 가족들에 대한 죄책감에 내적 갈등까지 겪고 있지만 잘 독립하신 거예요. 어머니의 고통과 우울에 반응하며 집에 계속 있었다면 모든 가족이 불행의 늪에서 점점 가라앉아 버렸을지도 모릅니다.
이해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진국님은 집을 나옴으로써 자신뿐 아니라 다른 가족들에게도 숨통이 되었어요. 어머니와 친언니의 비난은, 자신들은 할 수 없는 것을 진국님이 해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모르겠지만, 그들도 언젠가는 진국님이 해낸 걸 해낼 수 있으리라는 희망이에요. 그들의 원망은 겉으로는 진국님을 향해 있지만, 진짜는 자신의 삶에 대한 좌절이거든요. 그러니 그들이 자신의 삶을 회복해가야지, 진국님이 어쩔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진국님의 잘못이 아니에요. 그들의 비난과 원망은 같이 맞받아치거나, 내면화해서 죄책감을 느낄 일이 아니에요. 함께 슬퍼할 일이지요. 어머니도, 언니도, 진국님도 원치 않는 인생의 파도에 뺨을 맞고 각자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헤엄을 치고 있으니까요. 그러니 그저 연민을 가져주세요. 어머니에게, 언니에게, 누구보다 진국님 자신에게요. 제일 힘 없는 동생에게는 자연스럽게 드는 그 감정이요.
진국님, 혼자 사는 진국님의 생활에 대해서는 고민 글에 적혀 있지 않아 알 수 없네요. 학생일까요? 직장인인가요? 경제적인 형편은요? 편한 친구들은 좀 있나요? 연애는 하고요? 힘들고 고민이 많은 중에도 즐겁고 따듯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진국님을 가족의 숨통이라고 했었죠. 그걸 위해서라도, 근본적으로는 스스로를 위해서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좋은 사람들과 좋은 데도 다니고, 외모에 대한 꾸밈이나 내면을 가꾸는 여러 가지 일들에 시간을 들여 나에게 집중하고 크고 넓은 사람으로 자라세요. 여유가 생기면 가끔 어머니에게, 언니에게, 동생에게 신선한 공기를 나눠주고요. 힘든데 억지로는 안 돼요. 미안해서 조급하면 망쳐요. 정말 내 삶을 잘 살아내고, 남은 여유분으로만요.
꼰대 같은 이야기 하나 하려고요. 진국님은 이제 이십 대 초반이에요. 하지만 겨우 스무 살 전후에 시작된 가족의 어려움 속에서 생존하고 독립한 진국님의 내공은 평범한 스물세 살짜리의 것이 아니에요. 사회에서 던지는 숙제들을 누구보다 잘 헤쳐 나갈 에너지를 가졌어요. 하지만 가족의 힘듦을 짊어지기에는 지금은 여전히 작은 존재예요. 그러니 부디 자신에게 집중해주세요. 이런 상상 한 번 해보세요. 점점 자라나 능력 있고, 자신감 있고, 여유를 가지는 서른, 서른다섯, 마흔의 진국님을요. 진국님 자신뿐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들까지 넉넉히 품어주는 진국님을요. 저는 기대해봅니다. 멀리서 응원을 보냅니다. 진국님의 남은 삶이 굳세고 편안하기를 기도합니다.
추신: 참, 지금 다른 가족들에게 상담 권유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그들 스스로가 필요성을 느끼고 도움을 요청하기 전까지는 '네 잘못이야. 네가 변해야 해'라는 비난으로 전달될 거예요. 진국님도 심리상담으로 충분한 도움을 받으려면 적어도 이삼십 회 이상을 받길 권해요. 대학생이라면 대학 상담센터, 만 24세 미만이니 가까운 청소년 상담복지센터에서 무료나 저렴한 가격에 상담을 하실 수 있을 거예요.
지금 고민이 있으시면 익명으로 밑미 고민상담소에 고민을 보내주세요. 카운슬러의 답변을 보내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