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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의 마음은 어떤가요?
고민 상담소2022.08.10 · 읽는 데 4

출근이 막막하고 쉬고만 싶은 제이님의 고민

제이님의 고민

제 직업은 간호사입니다. 이 일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도 한마디씩 말 얹기 딱 좋은 직업이죠. 저는 이 직업을 가진지 5년차, 내년이면 6년차에요. 그래서 그런지 너무 지쳤나봅니다.

이 일은 기본적으로 과도한 육체적 노동력과 사실을 기반으로 생각해야하는 정신적 노동력, 보호자와 환자와 기타 병원관계자들 사이에서 외줄타기하듯 소모하는 감정적 노동력의 환장의 트라이앵글 집합체입니다. 육체적 노동력이 좀 의아하게 들리신다면 제 예시를 들어드릴게요. 저는 지금 혈액투석실에서 근무하는 중인데, 환자들을 횔체어에 탈 수 있도록 부축하고 뭐든 도매로 사용 중인 물품들을 들었다 놨다(박스당 10kg 이상인..) 합니다. 물품정리를 도와주는 분이 있지 않냐구요? 있죠.. 하지만 모든 일의 업무분담이 100% 완벽하게 이루어지진 않잖아요. 그분들의 출퇴근시간 전후로도 충분히 일은 생기구요. 그냥 그런거에요.

그동안 몇번의 이직을 거쳤어요. 직업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하기보다 단순히 이 파트가 나랑 잘 맞지 않나보다 생각해서 그랬죠. 이 병원에서, 이 파트에서 10년이고 20년이고 근무하신 분들이 저렇게 많은데 제가 이렇게 힘들어 하는게 이상한거라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이번에 이직한 곳에서 깨달았어요. 저는 혼자 하는 일이 더 맞다는 걸요. 지금처럼 네 일과 내 일이 철저히 나눠져있지 않아서 내가 숙달되기 전까지 다른 사람의 업무부담 커지는 걸 못 참겠어요. 왜냐면 다들 힘들다보니 본인 업무가 느는걸 견디지 못하고 화를 내잖아요. 그렇게 기다려줄 생각도 없으면서 대체 왜 뽑았는지 모르겠지만. 모든 사람이 그런건 아니라고 하기엔 여태껏 이직했던 모든 곳에서 그랬고, 그러다보니 이 일이 싫어집니다.

그냥 철저히 다달이 돈이 들어오는 수단으로 생각하게 되요. 그런데 그게 시간을 너무 많이 빼앗아가니까 싫구요. 게다가 타고나길 예민하신 몸으로 났으니. 뭘 하든 규칙적으로, 먹는 것 하나도 잘 살펴서, 사소한 것도 신경써주면서 살아야했는데 지금까지는 살고 싶지 않아서 외면했거든요. 그래서인지 모든 문제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튀어오르나봐요. 몸은 계속 불편하거나 아프고, 정신적이 스트레스를 잘 다루질 못하니까 원래 있던 울증이 더 심해져요. 어제 밤엔 '아 자꾸 이런 고민 계속할 바엔 고민할 필요도 없이 그냥 죽어버릴까' 싶더라구요. 저도 이러다가 예전처럼 자살충동이 숨쉬듯이 올라올까봐 걱정되기 시작했어요.

서론이 너무 길었네요. 저의 고민은 '지금 내게 휴식이 필요한게 맞는 걸까?'입니다. 힘들어요. 쉬고 싶은데 쉬어도 될지 모르겠어요. 매달 나가는 생활비 생각하면 더 그렇구요. 이걸 그만두면 다시 이런 조건으로 일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구요. 이게 일반적으로 일에 적응하느라 힘든거니까 버티는게 맞는건지, 아님 진짜 쉬고 싶어서 그런건지 잘 모르겠어요. 이걸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혹시 좋은 방법이 있다면 부디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내일도 출근해야한다는 사실이 너무 막막하네요..

심리 카운슬러 박현순님의 답변

제이님의 고민을 받고, 꽤 오랜 시간 저도 고민을 했답니다. 서론이 길어질 정도로 병원에서 근무하며 받는 스트레스로 우울해지고, 자살충동도 심해질까 봐 걱정하신다는 말씀에 제가 과연 어떻게 글로 답을 드려야 할까 한참을 생각하게 됐어요. 한편으로는 제이님이 더 힘들어지셨을까 봐 걱정도 되었고요. 지금은 어떻게 지내고 계신지요. 어떠한 상황이든 제이님에게 따듯한 응원을 전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기업상담을 하다 보면, 제이님처럼 간호사 분들도 상담을 오세요. 공통적으로 그분들 모두 직장 내 업무 스트레스가 심했고, 때로는 살인적인 스케줄에 퇴근길마다 모든 걸 놓아 버리고 싶은 충동이 든다고도 하셨어요. 저도 이야기를 들으면서 간호사 분들의 고충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답니다. 제이님 이야기를 읽으면서 마음이 아팠던 이유이기도 해요. 제이님 마음이 우울하니, 몸도 더 불편하고, 아프셨을 텐데, 환자분들 챙겨주셔야 하니 스스로 돌보는 시간은 항상 뒷전이었을 것 같아요. ‘지금 내게 휴식이 필요한 게 맞는 걸까?’라는 제이님의 질문에 저는 당연하다고 말하고 싶어요. 당연하죠. 몸도 힘들고, 마음도 우울하다면 계속 신호를 보낸 거죠. 나를 돌보고, 충전해야 할 시간이 꼭 필요하다고요. 휴식 없이 돈 들어오는 수단으로만 직업을 생각하는 것뿐만 아니라 나 역시도 돈 버는 기계로만 써 버린다면 점점 제이님의 영혼은 고통스러워질 것 같아요.

휴식한다는 것이 꼭 일을 그만두고 쉰다는 것만 의미하지 않아요. 경제적인 것도 분명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잖아요. 나에게 쉼과 충전이 필요함을 인정하고, ‘어떻게 쉬어야 할까?’로 찾아가 보면 어떨까요? 일을 하고 나머지 시간에 어떻게 보내셨나요? 지친 업무에 집에 돌아오면 소진되어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으셨을 수도 있고, 우울하다 보니 생산적인 활동을 못 하셨을 수도 있어요. 하루 10분만 나를 돌보는 시간으로 써 보는 거예요. 겨우 10분으로 인생이 달라질까 싶지만, 매일의 시간이 쌓이면 결코 작지 않은 시간이랍니다. 10분 동안, 초를 켜 두고 좋아하는 음악을 들을 수도 있어요. 명상 앱을 켜 두고, 마음 챙김을 할 수도 있답니다. 제이님께서 좋아하는 활동으로 선택하셔서 매일 10분씩 나에게 물, 햇살을 주는 거예요. 직장을 그만두고 쉴 것인지를 정하는 것은 어렵고 신중한 결정이다 보니, 그전에 먼저 쉬운 방법으로 나를 보듬어 주는 거죠. 이런 시간들을 갖다 보면,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답니다.

심리상담도 권해 드려요. 1주일에 한번, 아니면 2주일에 한 번이어도 좋아요. 1시간을 투자해서, 제이님 마음속의 이야기를 꺼내놓다 보면, 결정하고 싶은 길을 발견하게 된답니다. 제가 전에 제이님과 비슷한 상황의 분들과 상담했을 때, 실제로 퇴사를 결정하셔서 실행하신 분도 계시고, 상담을 받다 보니 동료들과의 관계, 업무 내의 분담 등에 효율적으로 대응하면서 커리어를 이어가는 경우도 있었어요. 혼자 결정하기 어려울 때는 진심으로 함께 해 주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며 내가 진짜 원하는 길을 찾아갈 수도 있답니다.

제이님의 마지막 문장을 곱씹어 보게 됩니다. ‘내일도 출근이 막막해요.’ 직장에 출근하기가 얼마나 싫으실까요. 몸도 천근만근이실 것 같아요. 그럼에도 몸과 마음을 간신히 이끌고 출근하고, 일해 오신 거잖아요. 힘들어도 책임감을 발휘하고 계신, 제이님께 엄지 척 보내며, 마음의 갈등은 꼭 해결이 되시길 바랄게요. 제이님께는 지금, 바로, 휴식이 필요합니다!!!

지금 고민이 있으시면 익명으로 밑미 고민상담소에 고민을 보내주세요. 카운슬러의 답변을 보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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