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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의 마음은 어떤가요?
고민 상담소2022.08.10 · 읽는 데 3

괜찮은 척 하지만 괜찮지 않은 너굴님의 고민

너굴님의 고민

30대 초반 이직을 한 번 한 7년차 직장인입니다. 이직을 한 지는 3년이 다 되어가네요. 저의 이직은 좀 특이한 케이스였는데요. 전 직장에서도, 현 직장에서도 동료들이 깜짝 놀랄만큼 전혀 다른 업계로 방향 전환을 했습니다. 양쪽 모두 자기소개 할 때 직업을 말하면 오?! 하는 반응을 들을 수 있는, 말하자면 좀 특이한 직종이구요. 그러다보니 두 업계 각각의 개성이 아주 확연합니다. 문제는 양쪽에서 통용되는 상식, 가치관, 생활상, 일상의 어법, 동료들의 성격적 특성이 대척점에 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완전히 반대된다는 것이에요.

다행스럽게도 저는 양 업계 모두에서 겉으로는 적응도, 일도 잘 해낸다고 나름대로 인정을 받은 것 같아요. 하지만 그건 제가 눈치를 잘 살피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사실 제 내면은 너무 많이 흔들리고 있거든요. 모든 것이 다른 환경에서, 저는 화성과 금성을 오가는 외계인이 된 기분입니다. 눈치를 보며 맞춰가는 데는 한계가 있는터라 저 스스로는 무엇이 상식인지, 무엇이 옳은 건지 모든 것을 의심하게 되어요. 그러다보니 점점 자신감이 없어지고 있어요. 성격도 많이 소극적으로 변했고 말 한마디 한마디를 조심하게 되어요. 스트레스가 많이 쌓였는지 속에 화도 많아지고 감정기복도 심해졌습니다. 잘 없는 케이스이다보니 주변에 비슷한 고민을 하는 친구도 없구요. 그저 혼자 과도기라 생각하며 이겨내보려 하는데, 꽤 오랜 시간동안 인생이 통째로 바뀌어가는 기분이라 쉽지가 않네요.

심리 카운슬러 슝슝님의 답변

안녕하세요. 너굴님. 밑미 심리카운슬러 슝슝입니다. 대척점에 있다고 표현하실 정도로 다른 업체로 이직을 하시고, 이직 전에도 후에도 적응도, 일도 잘 해내고 있다는 말에 저도 궁금함이 앞서네요. 아마 빠르게 상황을 파악하고, 필요한 말과 행동을 적재적소에 발휘하고 있겠구나 싶어 상상만해도 대단하게 여겨지기도 하고, 너굴님은 한 사람인데 큰 변화를 겪으며 벅차겠구나 염려도 됩니다. 이직 후 3년이 정말 만만치 않으셨는지 쌓인 스트레스에 내면이 흔들리고 있고, 자신감이 없어지고, 위축되고 있는 것 같네요.

고민글을 여러 번 읽어보면서, 너굴님은 참 스스로를 잘 파악하고 있구나 싶습니다. 너굴님 왜 힘든지, 힘들 수밖에 없는지 짧은 고민글만 읽은 저도 어느 정도 알 수가 있을 만큼 정리도 잘했고요. 그리고 누구라도 너굴님과 같은 상황이면 그럴 수밖에 없겠다 싶은 마음이 듭니다. 한편으로는 궁금합니다. 적응을 잘하고 있는 직장을 두고 대척점에 있는 업계로 이직할 만큼 용기 있게 새로운 도전을 감행하고, 전혀 다른 문화와 일을 해내며 인정을 받고 있는 능력자인 너굴님은 그냥 얘기만 들어봐도 심장이 두 개인 것처럼 고강도로 자신을 사용하며 사는 것 같은데, 어떻게 나를 유지보수 하고 있을까 하는 부분요.

제 의견을 드리자면, 너굴님이 느끼고 있는 여러 신호들이 너굴님께 말하고자 하는 건 ‘지금 이대로는 지속가능하지 않다.’입니다. 이직이 잘못된 선택이라는 의미는 전혀 아니고요. 지금까지는 너굴님의 ‘기본 능력과 체력’으로 버텼다면, 이제는 적극적인 몸과 마음을 돌보는 일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구체적으로는 1) 몸에 맞는 영양제, 보약 챙겨 먹기와 같은 영양학적 관리, 2) 업무 형태와 개인 신체상황에 맞춘 적극적 신체 관리(달리기, 헬스, 수영, 필라테스 등)와 수동적 신체 관리(마사지, 반신욕 등), 3) 업무긴장에서 벗어나 편안하고 즐거운 나로 존재할 수 있는 시간 확보(취향에 맞는 내/외향적 활동 등) 등입니다.

불쑥 그럴 시간이 없다는 생각부터 드신다면, 옐로우 카드! 마라톤인 인생을 100미터 달리기처럼 살고 있다는 뜻일 수도 있습니다. 이미 하고 있는 활동들이 있다면, 그것들이 제대로 기능하고 있는지, 어느 한 쪽으로 치우쳐 있지는 않은지, 그 활동들도 일처럼 내 삶의 부담이 되지 않는지 점검해보셔야 하고요. 정신 없이 달려온 분일수록 내 몸과 마음이 보내는 경고 신호를 발견하고도 어떻게 해야 하나에서 막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너굴님도 그렇다면 전문심리상담사를 찾아 심리검사와 상담으로 나를 이해하고 내게 필요한 것을 채우는, 삶의 2막을 위한 중간점검의 시간을 권합니다.

너굴님의 고민에 답하며 자꾸 박지성이 떠올랐습니다. 손흥민도 아니고, 전 옛날 사람(ㅠ.ㅠ). 닉네임인 너구리도 일본문화에서는 변신의 귀재를 상징합니다. 어디에 두든, 어느 역할을 맡기든 잘 해내는 모습이 떠올라서요. 하지만 그만큼 너굴님의 능력을 감당하는 몸과 마음은 두 배, 세 배로 고생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군소리 하나 없이 꾸역꾸역 감당해왔던 겁니다. 충분히 잘 뛴 전반전이 끝나고, 하프타임입니다. 전반전은 젊은 기세로 사정없이 밀어붙였다면, 후반전은 노련하고 지혜로운 경기 운영이 필요합니다. 그 다음, 그 다음 경기도 있을 테니까요. 너굴님의 롱런을 응원합니다!

추신 : 한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라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탁월함을 드러내는 이들에 대한 책들이 있네요. ‘모든 것이 되는 법(에밀리 와프닝)’과 ‘늦깍이 천재들의 비밀(데이비드 앱스타인)’ 입니다. 꼭 일주일쯤 휴가 내셔서 느긋하게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저도 탁월한 다능인을 지향하는 사람으로 언젠가 반갑게 너굴님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지금 고민이 있으시면 익명으로 밑미 고민상담소에 고민을 보내주세요. 카운슬러의 답변을 보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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