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이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야 하는 보미의 고민

보미의 고민
“끊임없이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 저한테 독이 되지는 않을까요?”
가만히 있지 못하고 계속 변화하고 새로운 곳에 뛰어들려는 저 자신이 불안해요. 어렸을 땐 다양한 세상을 경험하고 간접적으로 체험하는 것으로 제 세계를 넓힐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20대부터 다양한 곳에서 사람을 만나고 대화하는 활동들을 무척 많이 해왔어요. 계속해서 새로운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속한 곳에 도전하는 편입니다. 예를 들어 잔잔하고 보수적인 성향의 사람들이 모여있는 독서 모임에 몇 년 정도 나갔다가, 그 모임에 익숙해진 후에는 개방적이고 시끄러운 사람들이 모여있는 그룹(이를테면 술모임, 클럽을 다니는 모임)에 들어가서 몇 달, 길게는 1년여를 보내는 식이에요.
새로운 그룹에 갈 때마다 원래 저의 목적인 '새로운 세상'을 마주하기는 하는데, 기존에 속한 집단과 새로운 집단에 속한 사람들의 가치관이 다르다 보니 그런 것들을 받아들이는 데 스트레스를 받아요. 최근 몇 년 동안 이렇게 저를 훅훅 바꾸며 살다 보니 어느 순간 저 자신을 잃어버린 기분이 들더라고요. 모든 모임을 완벽히 정리하진 않고, 20~30% 정도 걸친 상태에서 다른 모임이나 콘텐츠로 옮겨가는데요. 그러다 보니 캐릭터가 계속 바뀌어서 불안정해요. 그렇다고 기존에 살던 대로 살겠다고 생각하면 답답하기도 하고 왠지 고여있는 느낌이라 불안해요.
대인관계의 문제는 아니에요. 어느 그룹에 들어가도 인간관계는 무탈하고, 부끄럽지만 어디를 가나 긍정적인 평가를 얻는 편이에요. 다만, 초반에 적응할 때 새로운 분위기나 가치관을 마주했을 때 제가 부족하다는 게 느껴지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머리 아파해요. 회사 업무 등에도 집중하기가 힘들어요. 이런 제가 꾸준히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요? 이렇게 옮겨 다니며 이곳저곳의 분위기와 사람들의 가치관을 경험하는 체험이 장기적으로 독이 되는 건 아닐까요?

심리 카운슬러 슝슝 님의 답변
“나의 세계를 넓혀 가는 일만큼 나의 중심을 잡고, 나 자신의 존재를 단단히 하는 시간을 가지세요”
반가워요, 보미. 최근 몇 년을 새로운 곳,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 새로운 세상을 살고 있는 건가요? 내향인인 저는 우와 입을 벌리며 놀라워 할 수밖에 없네요. 환경의 변화는 설렘만큼의 두려움과 긴장을 동반하기 마련이라 큰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거든요.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 다양한 경험들을 쌓아온 것이 그 자체로 문제가 될 것은 전혀 없는 것 같아요. 하지만 지금 보미의 고민을 보면 스트레스와 두통, 회사 업무 집중 어려움 등의 문제가 생기고 있어 과부하가 걸린 상태인 것 같기는 하네요.
좋은 것, 좋아하는 일에도 낯선 분위기, 새로운 관계 적응 등의 초기 과제들은 보미의 마음력이나 체력 등을 밀도 있게 사용하는 일이에요. 짧은 기간에 많은 에너지를 들여야 하니까요. 뭐든 처음은 그렇잖아요. 그리고 나서 좀 편안해지고 능숙해지고요. 처음에는 하나 하나 신경써야 하는 일들도 횟수가 반복되고 시간이 지나면 웬만큼 자연스럽게 예측도 되고 저절로 되기도 하고요. 동시에 익숙해지는 만큼 신선한 자극이 줄고, 지루해 지기도 해요. 어찌보면 보미는 이 타이밍에 새로운 경험과 배움을 찾아 떠나는 것 같아요. 보미의 세계를 넓히기 위해서요.
분명 보미의 세계가 많이 넓어졌으리라고 생각해요. 저도 상담실에서 다양한 내담자를 만나고, 밑미에서 다양한 메이트들을 만나며 정말 세상에는 고유하게 빛나는 사람들이 참 다채롭게게 사는구나 감탄하며 배우는 게 있거든요. 하지만 안식월은 아주 소중하답니다. 어떨 때는 좀 길게요. 혼자만, 아주 친밀한 사람들과만, 책과 영화 등 묵묵히 나를 들여다보게 해주는 것들과만 보내는 시간이 꼭 필요해요. 새로운 것들을 접하느라,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느라 나도 모르게(보통은 아주 흥미진진하고 즐겁고 감동스러운 일이니까요) 잔뜩 지치도록 사용한 내 몸과 마음에 휴식을 주어야 하거든요.
그리고 그동안 외부에서 흡수한 많은 정보들, 생각들, 욕구와 감정들을 내 것으로 소화하는 시간이 필요하거든요. 지금까지 살아오며 경험하고 이해한 나 자신의 가치관, 생각, 태도, 목표 등을 중심에 두고 새로운 것들을 덧대거나, 어떤 것들은 아주 일부만 받아들이거나, 지금은 아닌 것 같아 치워두거나, 내 것은 아닌 것 같아 버리기도 하고요. 가끔은 기존의 것을 새로운 것으로 바꾸는 용기도 냅니다. 어쩌면 지금 보미에게 필요한 것이 이 작업이 아닐까 싶어요. 새로운 모임, 관계를 탐색하는 모험가로서의 삶은 일단 휴식기로 하고, 나에게 편안하고 안전한 곳에서 몸과 마음을 회복하며 나 자신을 단단하게 다지는 시간이요. 한두 명의 나를 잘 알고 아껴주는 사람들과 깊이 있는 대화를 쌓아가면서요.
나의 세계를 넓혀 가는 일만큼 나의 세계에서 길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중심을 잡고, 나 자신의 존재를 단단하게 다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야 또 새로운 세계를 탐험할 힘이 생기고, 언제고 돌아와 회복할 수 있으니까요. 보미, 모험을 멈추고 회복하고 정비하는 시간이 어색하고 지루할 수도 있겠지만, 한번 견뎌보세요. 보미의 다음 탐험지는 보미의 내면 세계, 숨은 생각과 감정들과 더 깊숙한 곳에 있는 욕구들까지 만날 수 있는 미지의 땅입니다. 그 어떤 모험보다 큰 용기가 필요할지도요. 응원을 보냅니다.
지금 고민이 있으시면 익명으로 밑미 고민상담소에 고민을 보내주세요. 카운슬러의 답변을 보내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