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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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의 마음은 어떤가요?
고민 상담소2024.07.12 · 읽는 데 6

다른 사람의 평가가 두려운 동글의 고민

이번 주부터 8월까지 격주로 밑미 고민상담소의 질문과 답변을 엮을 책 <급할 것도 없고요, 정답도 없습니다> 에 소개된 고민과 답변을 고민상담소 코너를 통해 소개합니다. 처음으로 소개할 고민은 파트 1에 소개된 동글의 고민입니다.

동글의 고민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평가할지 걱정돼요”

안녕하세요. 졸업을 앞둔 대학생입니다. 제 고민은 사람이 너무 어렵다는 거예요. 상대에게 비칠 제 모습이 별로일까 봐 두렵고 제 말과 행동 하나하나가 모두 평가 대상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공부가 전부였던 저는 불안 때문에 첫 수능을 크게 망쳤어요. 성적에 맞춰 대학에 갔지만 열등감에 혼자 도서관에 다니며 재수를 했습니다. 재수까지 망치고 원래 다니던 학교로 돌아온 뒤에는 시험뿐만 아니라 제 삶이 손쓸 수 없을 정도로 완전히 망가졌다고 느꼈어요.

아마 그때부터 우스운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는 마음에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괜찮은 사람처럼 보이기 위해 다양한 대외 활동에도 참여했지만 뭐 하나 제대로 해내지 못했어요. 지금은 전처럼 저를 탓하진 않지만 여전히 많은 것이 불안하고 스스로를 믿을 수가 없어요. 다른 사람과 대화할 때 조금이라도 어설픈 제 모습이 보이면 견디기 어려워 숨고 싶어져요. 불안해서 식은땀이 나고 속이 불편해지기도 합니다. 누군가와 대화하고 의견 나눌 일을 피한 지 벌써 4년째더라고요.

최근에는 피하기만 하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노력하고 있어요. 카페 아르바이트를 시작했고 작은 모임에도 참여합니다. ‘언젠간 나아지겠지’ 생각하다가도 겨우 인사 한마디, 소감 한마디를 앞두고 벌벌 떠는 저를 보면 막막해요. 제게는 타인과의 스몰 토크가 그 무엇보다도 크고 어렵게 느껴지거든요. 가족이나 친구라고 해도 마찬가지예요. 어떻게 하면 아무렇지 않게 다른 사람과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어떻게 하면 다른 사람이 저를 어떻게 생각할지 걱정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밑미와 슝슝의 답변

“내가 나를 먼저 인정하고 사랑해주세요”

먼저 사과하고 싶어요. 동글의 이야기를 들으며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동글과 똑같이 수능 하나만 바라보며 불안하고 답답한 10대를 보냈으면서도 동글이 저와 똑같이 못된 사회 기준에 깊은 상처를 받기까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수년간 제가 한 일이 너무 없네요. 사회인으로서 책임을 느껴요. 10대 후반과 20대를 괴롭힌 불안과 좌절의 이유를 자신으로만 돌리지 말아주세요. 10대 끝자락에 보는 시험 한 번에 남은 인생이 모두 걸려 있다고 어린아이를 협박하고 불안을 조장한 범인은 저를 포함한 기성세대와 우리 사회니까요.

그 모진 상황에서 동글은 불안해도 열심을 다하고 좌절해도 다시 힘을 내고 상처받은 마음을 달래며 모임에 나가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어요. 내게 편안하고 호의적이지 않았던 사회에 한 사람으로 기여하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그건 당연하고 평범한 일이 아니라 고맙고 미안한 일입니다. 스스로 붙들고 살아내줘 고맙습니다. 한 가지 반가운 사실은 이미 동글은 자기 상황을 객관적으로 잘 관찰하고 있다는 거예요. “사람이 너무 어렵다” “상대에게 비칠 내 모습이 별로일까 두렵고 불안하다” “내가 나를 믿을 수 없다” “대화할 때 어설프게 평가받을까 봐 불편하다” 하는 것은 사실 스스로 쉽게 인정하기 힘든 나의 취약한 모습이잖아요.

우리에게는 자신의 취약한 점을 보고 싶지 않아 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래서 나의 못나고 약한 모습은 감춰두고 아예 보지 않으려 하기도 하고 기억을 왜곡해 사실 두렵고 힘든데 하나도 그렇지 않은 척, 오히려 더 강한 척을 하기도 해요. 이렇게 자기 모습을 제대로 보지 못하면 마음은 점점 더 힘들어지고 아무 변화도 만들 수 없어요. 하지만 동글은 자신의 힘들고 나약하고 취약한 면을 숨기지 않고 그대로 바라봐주고 드러내고 있잖아요. 진짜 변화는 이렇게 자기 모습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고 이야기할 때 시작돼요. 어쩌면 동글의 변화는 이미 시작됐는지도 몰라요. 그럼 이제 동글이 지닌 불안과 두려움을 한번 살펴보도록 해요.

나의 가치를 어디에서 찾고 있나요?

운 좋게 성격과 능력이(혹은 재력이) 현 사회의 엄격한 기준에 딱 들어맞는 소수를 제외하면 대부분은 나를 환대하지 않는 세상의 평가와 비난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어요. 동글은 가족과 친구 등 타인과 이야기를 나누는 게 어렵다고 했죠. 그 이유는 분명합니다. 그들이 나를 부정적으로 볼 거라 추측하기 때문이죠. 지금은 아니더라도 언젠가 그들에게 나의 불안과 실패, 발버둥을 들킨다면 무시당하거나 비난받거나 미움받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이런 생각이 사실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우리는 종종 두려움에 사로잡히고 맙니다.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무의식적으로 좋은 것과 나쁜 것, 우월한 것과 열등한 것의 기준을 주입받아요. 그리고 그 기준에 따라 죽을 때까지 끊임없이 경주를 해야 한다고 세뇌받죠. 공부를 열심히 해 명문 대학에 가고, 좋은 직장에 가서 돈을 많이 벌고 승진을 하고 연봉을 높이며, 비싼 차와 부유한 지역의 집을 소유하고, 좋은 옷을 입으며 외모와 피부를 가꾸고, 원만한 대인 관계를 만들며 조건이 비슷한 사람과 결혼해 아이를 낳고, 그 아이를 사다리 꼭대기로 보내는 삶이 성공한 삶이라고요. 이렇게 성공의 기준을 좁게 갖고 삶을 살아가는 건 자기가 만든 지옥에 스스로를 가두는 것과 같아요. 엄격하고 완벽한 나만의 성공 기준이 있고 그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자책하고 자괴감을 느끼는 거죠. 내가 만든 이 기준에 따라 타인도 나를 평가할 거라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해 말 한마디도 자유롭게 못해요. 늘 누군가 나를 평가하지는 않을까 불편하고 불안한 마음으로 살죠.

이 불안한 마음을 계속 파고들어 가보면 사회가 이야기하는 성공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삶, 내가 생각하는 완벽의 기준에 못 미치는 삶을 살면 남에게 인정받지 못할 것이고 사랑받지 못할 것이라는 궁극적인 두려움이 존재해요. 인정받고 싶고 사랑받고 싶은 욕구는 인간으로 태어났다면 누구나 지닌 욕구예요. 인간은 가장 연약한 상태로 세상에 태어나요. 혼자서는 움직일 수도, 먹을 수도 없게 태어난 아이는 다른 동물에 비해 훨씬 긴 시간 누군가의 보호와 도움을 받아야 생존할 수 있죠. 그래서 우리는 자신의 의견이나 생각 대신 우리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 부모나 선생님 혹은 또래 집단의 가치와 기준을 받아들여요. 모두가 무조건적인 사랑과 인정을 받고 자랄 수 있다면 좋겠지만 사실 그런 사람은 정말 소수겠죠. 그만큼 많은 사람이 인정받지 못할까 봐, 사랑받지 못할까 봐 끊임없이 불안해하고 두려워하며 남의 기준에 나를 맞추고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이 혹은 사회가 원하는 일을 하면서 인정받고 사랑받고자 노력해요. 인정받고 싶고 사랑받고 싶은데 그들이 정한 기준에 들지 못하거나 괜히 말을 잘못했다가 잘못 평가받지는 않을까 걱정돼 피하고 싶고 숨어버리고 싶어 하죠.

나를 인정하고 사랑해주는 연습을 해요

나를 가장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인정해줄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부모님? 친한 친구? 연인? 아니에요. 바로 내가 돼야 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인정해주는 방법을 배워야 합니다. 타인의 인정을 갈구하며 살아가는 삶은 늘 불안하고 위태로울 수밖에 없어요. ‘좀 더 좋은 회사에 취업하면’ ‘연봉이 좀 더 오르면’ ‘경력이 쌓이면’ ‘다이어트에 성공하면’ 같은 조건부 인정이 아닌 ‘지금 이렇게 부족한 면이 있지만 그래도 나는 내가 좋고 스스로를 인정해’ 하는 인식 전환이 필요해요. 어렸을 적 부모에게 무조건적인 지지와 인정을 받지 못했다 해도 괜찮아요. 어린 내가 받지 못한 인정과 사랑을 어른이 된 내가 직접 줄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어떻게 하고 있냐고요? 내가 미워지고 타인의 평가가 신경 쓰이면 울적하니 가라앉은 마음을 달래려 좋아하는 책을 읽고 필사합니다. 퇴근 후에는 산책을 하며 요즘 빠져 있는 음악을 들어요. 아쉬운 것보다는 그래도 잘하고 있는 것을 생각하며 이 정도면 괜찮은 거라고 스스로를 칭찬해줘요. 때때로 친한 친구에게 징징대며 하소연도 해요. 요약하면 할 수 있는 일은 하고,나의 작은 장점이라도 찾아내 칭찬해주고 생각과 감정은 혼자 살살 달래거나 가까운 사람에게 털어놓고 조언을 구하죠.

힌트가 좀 됐나요? 이 세상에 불안과 두려움 없이 살아 가는 사람은 없어요. 계속 걱정해도 됩니다. 인간이라면 힘든 과거와 막막한 미래 사이에서 불안해하는 게 당연하니까요. 이미 동글은 그런 감정을 갖고도 살아내고 있습 니다. 이건 비밀인데요, 동글이 다른 사람을 피해 다닌 4년은 사실 동글에게 꼭 필요한 회복기였습니다. 그 4년 동안 동글의 마음은 잠시 잃어버린 힘을 찾아 사람들 속으로 들어갈 준비를 한 거였어요. 그리고 정말 다시 나아가고 있고요. 동글, 이렇게까지 애쓰며 해내고 있는 스스로가 정말 애틋하고 대견하지 않나요?

동글이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을 달래 추스르고 자신의 좋은 점을 찾아 칭찬해주고 끝까지 내 편이 돼줄 사람을 만나 서로 등을 맡기고 좌절하는 방법은 저와 다르겠지만 동글은 동글만의 방법을 찾아갈 겁니다. 다른 사람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원하는 것을 생각하고 그 일이 아주 작은 일일지라도 내게 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남들이 뭐라 하든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옷을 사보는 것, 눈치 보느라 메뉴를 통일하지 않고 내가 진짜 먹고 싶은 음식을 시키는 것 같은 사소한 행동부터 시작해보세요. 그리고 내 욕구에 솔직해진 나를 칭찬하고 인정해주세요.

확실한 건 동글은 그 과정을 이미 시작했다는 거예요. 모임과 아르바이트로요. 좋은 책 읽기와 글쓰기, 교내 학생상담센터 심리 상담, 유산소운동과 명상, 혼자 여행 등의 활동 중에 끌리는 게 있다면 쉬운 것부터 하나씩 경험하며 동글에게 꼭 맞는 ‘자기돌봄과 성장 포트폴리오’를 완성해가길 바랍니다. 급할 것도 없고요, 정답도 없습니다. 평생에 걸쳐 조금씩 나답게 사는 게 편안하고 즐겁고 감사한 시간을 늘려가면 됩니다. 그 길 어딘가에 저도 있습니다. 우리 언젠가 반갑게 만나요. 그때까지 저도 힘을 내보겠습니다. 글을 시작하며 묻지 못한 동글의 안녕을 비는 마음, 멀리서나마 전합니다.

소개된 고민과 답변은 책 <급할 것도 없고요, 정답도 없습니다> 에 소개된 내용의 일부입니다. 이야기같이 공감가는 고민과 답변을 더 만나고 싶다면 서점에서 확인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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